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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길버트 길벗 길But Aug 02. 2018

사랑, 그리고 빛


사랑, 그리고 빛 / 길But


1.


폐차장의 납작하게 압착된 고철 덩어리,

지붕이 내려앉은

자동차들을 보며 생각한다


자동차를 자동차 답게 만드는 것은

뜨거운 엔진을 담았던 쇳덩이 어디쯤이었을까,

아니면 사람이 앉았던 자동차의 빈 공간이었을까


사랑의 속성도 이와 같아서

엔진처럼 뜨겁게 돌았던 심장의 기록과

한 사람이 앉았던 빈 공간을 암각화로 남긴다


2.


버스는 뜨거운 여름

러시아워의 아스팔트 위에서

나무그늘로 이마를 가리고 잠시 쉰다


내 출퇴근 계획은

85번 버스기사의 노선순환이라는

계획에 겹치거나 덮어씌여 진다


차창 밖을 내다보던 나는 바람 위의 나뭇잎을

또는 나뭇잎 위의 바람을 바라보다가

숨을 수 없다고 생각한다


세상에 밤이 찾아와도

지구의 반대편은 햇빛 속에 잠긴

노동의 낮이거나 러시아워,


빛이 지배하는 세계에서

과연 누가

도망칠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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