엎지르다 / 길But
1.
사람들은 일산에서 김포방향
또는 그 반대 방향으로
각각 하나씩의 강이자
되돌아 갈 수 없는 강을
매일 건너 다니고 있다
놀랍게도 내가 멈추면
대신 세상의 풍경들이
나를 건너 다니는 일이 생긴다
나와는 반대 방향으로 떠나고 있는 것들,
그립거나 분노하고 싶은 것들의
되갚아 줄 목록을 적다가 나도
물론 당신도 견디고 있다는 생각에 닿는다
옥수수 알갱이가 뜨거운 버터에 들들 볶이다가
마침내 달달한 꽃이 되듯이
그립거나 뜨거운 감정들을
이제 나는 꽃으로 터뜨리고 싶다
붉거나
하얀 꽃들이 핀 정원에는
뜨거운 햇볕에 들들 볶이던 정원사가
분노의 오래된 목록을 적고
태업怠業에 들어갔다
예전의 누군가가 내안에 엎질렀던 색이자
들들 볶아 뽑아낸 색,
나는 그것을 당신안에 엎지르고 싶다
2.
견디고 버티는 게
힘든날에는 한번쯤
물컵처럼 엎질러져야 한다
출퇴근 시간의
러시아워와
근무시간의 권태
견디고 난 뒤의
마음속에서 무엇인가
변해버린 것에 대한 기록과
매일 가볍게
강을 건너고 있는
그리움에 대하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