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길버트 길벗 길But Aug 20. 2018

엎지르다


엎지르다 / 길But



1.


사람들은 일산에서 김포방향

또는 그 반대 방향으로

각각 하나씩의 강이자

되돌아 갈 수 없는 강을

매일 건너 다니고 있다

놀랍게도 내가 멈추면

대신 세상의 풍경들이

나를 건너 다니는 일이 생긴다


나와는 반대 방향으로 떠나고 있는 것들,

그립거나 분노하고 싶은 것들의

되갚아 줄 목록을 적다가 나도

물론 당신도 견디고 있다는 생각에 닿는다

옥수수 알갱이가 뜨거운 버터에 들들 볶이다가

마침내 달달한 꽃이 되듯이

그립거나 뜨거운 감정들을

이제 나는 꽃으로 터뜨리고 싶다


붉거나

하얀 꽃들이 핀 정원에는

뜨거운 햇볕에 들들 볶이던 정원사가

분노의 오래된 목록을 적고

태업怠業에 들어갔다

예전의 누군가가 내안에 엎질렀던 색이자

들들 볶아 뽑아낸 색,

나는 그것을 당신안에 엎지르고 싶다


2.


견디고 버티는 게

힘든날에는 한번쯤

물컵처럼 엎질러져야 한다


출퇴근 시간의

러시아워와

근무시간의 권태


견디고 난 뒤의

마음속에서 무엇인가

변해버린 것에 대한 기록과


매일 가볍게

강을 건너고 있는

그리움에 대하여,




https://youtu.be/E3qHO9aOQYM


매거진의 이전글 사랑, 그리고 빛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