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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길버트 길벗 길But Sep 14. 2018

귀뚜라미 인터뷰


귀뚜라미 인터뷰 / 길버트



1.


한동안 매미의 기세에 눌려 있었지만

이제 노래하려나 보다

저녁이 내린 도시에서

풀밭이 아닌

지하철역 입구에 불시착한

귀뚜라미 한마리

매미 보다는 작고

개미 보다는 큰 무게감으로

개미 소리 보다는 크고

매미 보다는 작은 무게감으로

싸릉 싸릉 싸르르릇 싸릉 싸릇

귀뚤 귀뚤 귀뚤어엇 뚜렁 뚜럿

그 남자는 독백처럼 사랑을 갈구하고

또 그 여자는 내 목소리에 귀를 기울여 달라고,

노래와 울음이거나

울음도 아니고 완성되지 못한 노래라 할지라도

매미 사라진 도시의 저녁을

이제 노래하려나 보다



2.


"퇴근시간 지하철 입구에서 였습니다

올해 처음 듣는 귀뚜라미 소리라서

녹취하듯 녹음을 했지요

귀뚜라미가 혼자길래 제가 녹음한 파일을

두마리가 부르는 것처럼 들리도록 재생했어요

그 귀뚜라미가 고독을 조금은 견뎌냈기를 빕니다"



3.


"그런 인간은 처음 봤습니다

내 노래를 녹음해서 내 앞에서 틀다니요

그건 운전으로 치면 진로방해이자

가수가 노래하는 앞에서 노래를 튼 것과

뭐가 다르겠습니까?

사람들 구경하려고 나왔다가 겪은

어처구니 없는 일이었지요"




보탬. 언뜻 귀뚜라미 소리가 생각나지 않으시는 분들 참조요

https://youtu.be/c1VDVWKlGM4


https://youtu.be/F8ZJZWiBtSw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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