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하철도의 밤* / 길버트
늦은 밤
귀가하기 위해 탄
버스나 지하철에서 였을 것이다
가까운 불빛 하나와
먼 곳에서 다가올 불빛 하나
그 두개를 눈으로 쫓다 보면
나를 다른 지점으로 옮겨 놓는 것들은
바퀴나 엔진이 아니라
A 가로등 행성에서
B 가로등 행성으로 놓인
은하철도의 평행선인 것만 같다
버스 좌석 건너편에서는
'어떻게 이 은하철도에 타게 되었나요?' 라고
깨워서 물어보고 싶은 사람이
꾸벅꾸벅 졸고있고
내 옆자리에는
어떻게 은하철도를 타고 내리는지 알 수 없는
나의 그녀가 잠시 공석이다
가끔 내 어깨에 닿는
그녀의 머리카락이
진짜와 환상의 경계에서
다음과 같은 질문을 하곤 하는데
'어떻게 우리가 이 은하철도에 타게 되었는지 기억나?' 와 같은 질문들이다
그녀와 나는
이미 꽉 찬 입맞춤 위에
입맞춤을 더 하고
이미 충분한 것 같은 사랑 위에
갈증같은 사랑을 더 하는지도 모른다
다만 사랑의 반복이
무한을 관통하는 은하철도처럼
우리를 영원하고도
완벽한 상태로 데리고 갈 것이다
사랑 그 자체에 꼭 들어 맞도록
우리는 스스로의 몸을 개조하고
영원과 하나가 되기위한
이 여행의 숙명을 받아 들인다
나의 집인
W 가로등 행성 즈음에 왔을 때
갑자기
그녀와 내가 이미 사랑하고 있고
완전한 사랑을 얻었으니
지구에 남아도 되지않을까 하는
생각을 했다
'언제 우리가 은하철도에서
내렸는지 기억나?' 의 주제로
그녀와 이야기 해 볼 수 있었으면 좋겠다
늦은 밤
귀가하기 위해 탄
버스나 지하철에서 였다
* 은하철도의 밤(銀河鉄道の夜) : 미야자와 겐지 宮沢賢治 (1896년~1933년)의 작품, 소년 죠반니가 친구 캄파넬라와 함께한 은하철도 여행을 통해 진정한 행복을 깨닫게 되는 이야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