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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길버트 길벗 길But Oct 03. 2018

은하철도의 밤*


은하철도의 밤* / 길버트



늦은 밤

귀가하기 위해 탄

버스나 지하철에서 였을 것이다

가까운 불빛 하나와

먼 곳에서 다가올 불빛 하나

그 두개를 눈으로 쫓다 보면

나를 다른 지점으로 옮겨 놓는 것들은

바퀴나 엔진이 아니라

A 가로등 행성에서

B 가로등 행성으로 놓인

은하철도의 평행선인 것만 같다

버스 좌석 건너편에서는

'어떻게 이 은하철도에 타게 되었나요?' 라고

깨워서 물어보고 싶은 사람이

꾸벅꾸벅 졸고있고

내 옆자리에는

어떻게 은하철도를 타고 내리는지 알 수 없는

나의 그녀가 잠시 공석이다

가끔 내 어깨에 닿는

그녀의 머리카락이

진짜와 환상의 경계에서

다음과 같은 질문을 하곤 하는데

'어떻게 우리가 이 은하철도에 타게 되었는지 기억나?' 와 같은 질문들이다


그녀와 나는

이미 꽉 찬 입맞춤 위에

입맞춤을 더 하고

이미 충분한 것 같은 사랑 위에

갈증같은 사랑을 더 하는지도 모른다

다만 사랑의 반복이

무한을 관통하는 은하철도처럼

우리를 영원하고도

완벽한 상태로 데리고 갈 것이다

사랑 그 자체에 꼭 들어 맞도록

우리는 스스로의 몸을 개조하고

영원과 하나가 되기위한

이 여행의 숙명을 받아 들인다


나의 집인

W 가로등 행성 즈음에 왔을 때

갑자기

그녀와 내가 이미 사랑하고 있고

완전한 사랑을 얻었으니

지구에 남아도 되지않을까 하는

생각을 했다

'언제 우리가 은하철도에서

내렸는지 기억나?' 의 주제로

그녀와 이야기 해 볼 수 있었으면 좋겠다

늦은 밤

귀가하기 위해 탄

버스나 지하철에서 였다




* 은하철도의 밤(銀河鉄道の夜) : 미야자와 겐지 宮沢賢 (1896년~1933년)의 작품, 소년 죠반니가 친구 캄파넬라와 함께한 은하철도 여행을 통해 진정한 행복을 깨닫게 되는 이야기



https://youtu.be/Bmznb3i1HZ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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