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길버트 길벗 길But Nov 08. 2018

밤의 카페 테라스


밤의 카페 테라스 / 길버트



고흐의 '밤의 카페 테라스'가 우리집에 들어왔다

바자회 벼룩시장에서

지인이 사서 가져온 직소퍼즐 완구

A4 용지보다 조금 큰 크기를 열심히 맞추다 보니

노란 지붕을 이루는 퍼즐 한 조각의 행방이 묘연해진다


어디 있겠지 박스포장을 샅샅히 뒤지고

소파 밑을 플래쉬로 비춰보고

'이 퍼즐은 불완전한 체로 남겠구나'를

마음 속으로 받아 들이자

내가 갖지 못한 것의 이름 한줄이 리스트에 추가된다


구멍이자 비어있는 퍼즐의 그 부분은

계속 바라 볼수록 신기한 현상을 보여 주는데

배보다 배꼽이 더 커질 수 있는 것처럼

잘 채워진 다른 조각들마저 전염 시켜서

퍼즐 전체가 하나의 큰 구멍인 것처럼 보이도록 만든다


구멍은 이제 내 시선을 붙들고 놓아주지 않는

유난히 중력이 강한 지점이 된다

온전한 완성의 꿈이 자꾸만

어느 길거리나 소파 밑 또는 가구 틈새

내게 필요한 조각을 소유한 타인까지 상상하게 만든다


인생의 많은 구멍도 별빛이 뚫고 들어온 밤하늘처럼

마음이 밖을 내다보는 구멍같은 것은 아니었을까

나는 아직 누군가 들고 있을 

빛나는 조각하나를 뜨겁게

바라보고 있는 것은 아닐까


잃어버린 퍼즐 조각 하나가 

완성한 특별함

'밤의 카페 테라스'를 볼 때마다

나는 테라스 지붕 한부분이 반짝하는 느낌에

한동안 사로잡힐 것만 같다



매거진의 이전글 은하철도의 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