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주 목요일, 연휴가 시작될 무렵 친정 부모님 댁으로 내려왔습니다. 부모님은 아름다운 남해 바다가 가까운 작은 마을에 땅을 사고 집을 지어 노년을 보내실 보금자리를 트셨어요. 저희가 있는 왕산리에서 350km 떨어진 곳이라 자주 내려가지 못했는데 정말 오랜만에 왔네요.
부모님 댁을 3km 남기고 남일대 해수욕장가 있습니다. 잠시 차를 세우고 해변에 발을 디뎌 봅니다. 눈 앞에 펼쳐진 바다를 보니 거의 다 도착했다는 안도감과 함께 마음이 시원해집니다.
부모님 보시라고 매일같이 손주들 사진과 동영상을 SNS로 보내드리지만 얼굴 맞대고 살 비비며 시간을 보내는 것과 같을 수는 없죠. 함께 보낼 일주일이 소중한 이유입니다.
이튿날 어시장에 갔습니다. 이 날따라 유난히 바다가 파랗게 예쁩니다. 끼룩끼룩 갈매기들이 손님들을 반기네요. 갈매기가 통통하게 살이 오른 걸 보니 풍요로운 장소구나 싶습니다.
남편은 싱싱한 회와 해산물을 먹을 생각에 들떠 있었습니다. 친정 아빠는 감성돔을 최고로 치시고, 남편은 방어회를 먹고 싶다고 합니다. 이놈 저놈 고르다가 결국 둘 다 상에 올리기로 합니다. 먹고 남은 방어는 포를 떠서 생선가스를 만들어 먹을 생각에 또 즐겁습니다.
오후에는 해안선을 따라 드라이브를 했습니다. 독일마을에 들러 생맥주와 소시지를 먹으며 느긋한 시간을 보내봅니다. 남해는 경치가 아름답기로 소문났지요. 온 가족이 함께 바다를 바라보며 수다를 떠는데 서울살이 때와 달리 마음이 더 푸근해지신 두 분을 발견합니다. 부모님의 미소와 여유에 제 마음도 편안해지는 걸 느낍니다. 부모님께서 안녕하신 것은 큰 복입니다. 제가 참 복 받은 사람이라는 걸 깨닫습니다.
아이들에게도 할아버지 할머니 댁이 어찌나 좋은지 모릅니다. 너른 마당과 거실에서 뛰어놀고 멍멍이 뒤를 쫓아다니고 닭이 막 낳은 따끈한 달걀을 손에 쥐어봅니다. 막 걷기 시작한 막내는 며칠 사이에 넘어지지 않고 열 걸음을 걷습니다. 그 모습만 봐도 어른들의 웃음이 터집니다. 이 순간 모두가 행복합니다.
행복이란 별거 없어 보이는 모습으로 오지만 이 평범함을 유지하기 위해 애쓰는 시간들이 있기에 값집니다. 아이들을 키우고 일하고 가정을 꾸려가는 우리 부부도 기특하고 예전 같지 않아 지는 건강을 유지하기 위해 고전 분투하시는 부모님의 모습도 짠하고. 각자이면서 또 하나인 가족의 모습. 이 가운데 하나만 흔들려도 얼마나 힘들까요. 오늘만 같기를. 그리고 오늘 같은 하루를 만들기 위해 살아온, 살아갈 날들이 어찌나 값진지 되새깁니다.
완벽하지 않을 순 있지만 그 모습 그대로 값진 모든 사람들을 일상을 응원합니다.
올해에도 건강하시고 새해 복 많이 받으시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