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 봄, 육아휴직을 끝내고 복직을 했습니다. 엄마의 자리를 조금 비우고 사회로 돌아온 셈입니다.
3년 만에 업무에 복귀하는 일은 예상보다 힘들더군요.
그동안 변화한 조직과 업무에 적응하고, 육아와 직장생활을 병행하는생활에 적응하느라 육체적 정신적으로 힘들었어요. 한때는 울고 싶을 정도로 우울할 때도 있었습니다. 다행히 지금은 위기를 넘기고 잘 적응해 나가고 있는 것 같아요.
첫 한 달은 사무실 책상에 앉아서 일없이 놀았습니다. 3년 만에 복직을했으니 당장 업무가 주어지지 않더군요. 하릴없이 책상 앞에 8시간을 앉아 있으니 눈치도 보이고 힘들기도 했지만 한편으로는 일정 시간 책상에 앉아 무언가에 집중하며 시간을 보낸다는 게 좋다는 생각으로 버텼습니다.
그 결과 어차피 시간을 보내야 하니 책도 보고, 하고 싶은 공부도하고 나름 보람되게 시간을 만들었어요. 다만 첫 한 달은 새로운 환경과 생활습관에 적응하느라 체력적으로 힘들었는지 감기와 몸살을 달고 살았네요.
그리고 하나 둘 업무를 새롭게 맡게 되면서 차차 직장인 모드로 접어들었지요.
직장생활이란 쉽지 않습니다.
사람들과 함께 일하다 보면종종 감정적으로격한 상황으로 치닫기도 하죠.
그 순간을 지혜롭게 극복하며 위기를 넘어가는 지혜와 경험이 필요해요. 업무적 스킬도 중요하지만 결국 조직은 사람들이 함께 하는 곳이니까요.
'난 우울해. 건드리지 마!'
주변을 보면 극심하게 우울한 표정으로 일하는 사람들이 있어요. 이런 마음가짐으로 하루를 보내면 당연히 마음도 아프고 몸도 아파지지 않을까요?
3년 전, 직장에서의 극심한스트레스로 인해 크게 아파 본 경험이 있기 때문에 그 후로는 최대한 일로 인한 정신적 피해를 받지 않으려고 노력합니다. 회사에서의 일은 업무에 불과할 뿐, 퇴근 후 나의 개인적인 시간들에영향을 주지 않도록 애쓰지요. 회사 문을 열고 나서는 순간 안 좋았던 감정들을 털어버리는 겁니다. 기억에서 지울 수는 없지만, 부정적인 감정에 매몰되지 않을 수는 있어요.
또한 한쪽 문이 닫히면 다른 쪽 문이 열린다는 말처럼, 어려운 순간에는 늘 새로운 기회가 찾아오더군요. 복직 후 혼자 앉아있는 시간이 괴로웠던 어느 날 정현채 교수님의 죽음에 대한 강의를 접하게 되었습니다. 일명 '죽음학'이라는 강의를 하는 분이셨어요. 죽음학이라니 대체 무엇을 이야기하는 것인지 궁금했죠. 교수님의 책을 찾아 읽고 죽음과 관련한 책들을 하나 둘 찾아 읽었습니다. 다행히 주어진 일이 없으니 눈치 보지 않고 마음껏 책을 읽을 수 있는 자유가 주어지더라고요.
그 시간들을 통해 삶을 대하는 태도가 다시 한번 변화하는 계기가 되었습니다. 사후세계 라던가, 영혼의 존재에 대한 논쟁을 떠나서, 인지하고 있지만 서랍장 어딘가에 쳐 박아 놓은 주제- 죽음에 대해서 고찰하고 현생에 대한 의미를 찾아보는 시간들이 되었답니다.
저는 사실, 내일 당장 죽을 수도 있다는 생각을 늘 지니고 살아요. 갑자기 교통사고가 난다던가 큰 병에 걸린다던가 여러 가지 이유로 인해 이생을 달리하는 경우가 뉴스에서만 접하는 일이 아니며 나에게도 벌어질 수 있는 일이거든요. 그래서 만약 당장 나의 삶이 중단된다면, 나의 육체가 소멸하는 그 순간에 즐겁고 행복한 감정을 지녔으면 좋겠다고 생각해요. 소유했던 물질적인 것들은 모두 사라지고 말겠지만 기억과 감정은 영원하니까요(생각 역시 에너지라는 사실! 너무 어려운 주제이니 생략할게요). 그래서 매일에 충실하고, 내 가족과 사랑을 나누고, 내 주변의 소중한 사람들과 그 기억을 나누어야겠다는 생각을 합니다.
어쩌면 복직 후 근무 배제로 인해 괴로울 수 있는 시간이었지만 덕분에 주어진 시간적 여유 덕분에 삶에 대한 성찰의 시간을 가질 수 있었네요. 다시금 깨닫습니다. 나에게 주어진 고통 뒤에는 아직 내가 깨닫지 못한 행복이 있다. 그러니까 오늘도 우리 행복하게 안녕해요.
@정말 오랜만에 글을 썼어요. 나금, 우경, 이나 모두 일과 육아를 병행하며 힘차게 살아가고 있답니다. 조금씩 소식을 전하면 좋을 텐데, 끊기지 않도록 애써볼게요!
@나금은 개인 브런치에서도 글을 조금씩 씁니다. 조만간 새로운 주제의 글들을 써볼 계획이에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