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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나우리 Nov 22. 2017

영원한 숙제- 인간관계 그리고 우정

인간은 사회적 동물이라니까 사람 관계없이 살 수 없다지만, 동시에 사람 때문에 가장 괴로운 것 또한 사실이다. 직장에서 가정에서 친구 사이에서. 열 길 물 속은 알아도 한 길 사람 속은 모른다더니 그 말이 곧 진리임을 나이를 먹고 또 먹을수록 절실히 느끼며 산다.


이런 이야기를 늘어놓는 이유는, 나의 인간관계에 대한 고민은 늘 현재 진행형이기 때문이다. 작년에는 직장 상사 때문에 그렇게 머리가 아프더니 올해는 친구 때문에 머리가 아프다. 사실 친구로 인한 갈등은 마음이 허해지는 게 문제다. 가깝다고 믿었던 사람이 내 마음이 같지 않음을 확인하고 관계의 거리를 재설정해야만 할 때. 지나치게 볶은 커피 원두로 내린 쓰기만 한 에스프레소 한 모금을 벌컥 들이킨 마냥 가슴 한편이 씁쓸하다.


나이 마흔이 가까워지면 모든 인간관계에서 정통하고 다치지 않는 단단한 마음을 갖게 될 줄 알았다. 그러나 기대와 달리 상처받는 여린 마음은 여전하고, 그나마 깨닫게 된 건 '모든 사람과 잘 지낼 수 없다'와 '사람은 고쳐 쓰지 말자'이다. 그리고 만나서 편안한 사람과 관계를 유지하자는 것과 무엇보다 가족이 가장 소중하다는 사실을 잊지 않으려고 한다.



가지 각색의 사람들-동피랑에서



결국, 친구도 만나서 편안하지 않으면 관계가 오래가지 않는다. 지금까지 경험을 해보니 관계가 멀어지는 이유에는 몇 가지가 있다.


첫째, 가치관이 다른 경우.

물론 달라서 잘 어울리는 친구도 많다. 다만, 다른 성향을 이해하고 노력해야 하는데 그렇지 않을 때 관계를 지속하기 어렵다. 예를 들어 나 같은 경우는 친구 사이에도 약속이 매우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약속을 잘 지키도록 노력하는 것이 기본적인 매너이며 상대방에 대한 존중이라고 본다. 그런데 이 약속의 중요성을 간과하는 경우가 꽤 많다. 일도 아니고 친구 사이인데 그 정도야 이해해야 하는 거 아닌가?라고 생각하는 사람도 있는 듯하다. 한두 번 약속을 어기는 것이야 이해하지만 지속적으로 반복되면 '과연 이 사람에게 나는 존중받고 있을까?'하는 생각을 하게 되고 이는 관계에 좋지 않다.

알고 보니 나와 친한 언니 한 명도 20년 지기 친구가 매일같이 약속시간에 한두 시간씩 늦고, 때론 잊어버릴 뿐만 아니라 미안한 기색도 없어서 고민을 하고 있었다. 당사자는 매번 상처를 받는데 상대방은 잘못한 기색도 없고, 그렇다고 오래된 인연을 끊어버릴 수도 없고. 고민 끝에 한 소리 하면 그럴 수도 있지 않냐고 반응하거나 상처받은 모양이고. 참 난감하다. 그 친구가 참 느긋한 성격을 가진 것 같은데 그렇지 않은 성격을 가진 친구의 마음도 헤아려서 노력이라는 걸 보여준다면 얼마나 좋을까 안타까웠다. 이러한 류의 관계는 결국 무신경한 사람보다 그렇지 않은 사람이 상처받는 상황이 반복된다


둘째, 대화가 어려운 경우.

자기 생각만 옳다고 일방적으로 주장하거나 반대로 대화를 회피하는 성향인 경우 둘 다 관계를 유지하기 어렵다. 친구 사이란 갈등이 일어날 수 있고 싸움도 생겨난다. 싸우는 것 자체가 나쁘다고 생각하지는 않는다. 싸움이 생겼을 때 어떻게 해결하는지가 중요하다. 싸울 때 매너를 지켜가며 싸우는 것 또한 지혜로움이다. 갈등이 있지만 해결되는 관계라면 오히려 더 좋다고 생각된다.

연세가 많으신 이모님께서 해주신 말씀인데, 지긋한 나이에도 친구와 싸우게 된다고 한다. 그런데 싸우고 나면 또 화해하고 그런 일 없었던 듯이 깔깔대며 웃고 떠드는 관계라 더 건강하고 서로 의지하게 되는 것 같다고 한다. 그렇게 미운 정 고운 정 쌓아가는 게 친구 사이인데, 이 미운 정마저 떼어낼 정도로 지나치게 공격적이거나 갈등을 회피하는 성향인 경우는 관계를 유지하기가 어려웠다. 적당히 서로의 말을 들어가며, 또 적당히 내 생각을 표현할 줄 아는 지혜가 친구 사이에도 꼭 필요한 것 같다. 관계란 서로 주고받는 것이니까.


마지막은 친구를 위해서 노력하지 않는 경우다.

나는 이왕이면 관계를 위해 노력하는 게 좋다고 생각하는 사람이다. 좋은 친구를 위해서라면 무언가를 정성껏 준비하는 것을 좋아하는데 특히 요리를 해서 함께 먹는 게 나의 애정표현이다. 장시간 푹푹 끓인 갈비탕, 신선한 재료로 만든 파스타 혹은 직접 만든 쯔유 소스를 곁들인 메밀국수 한 접시를 친구가 오는 시간에 맞춰 준비하는 것 모두가 마음의 표현이다. 사실 알아주지 못하면 조금 섭섭하기는 하지만 그렇다고 관계가 어그러질 정도는 아니다. 나 좋아서 하는 거니까.

또 성격 다른 친구를 이해하기 위해 여러 차례 대화를 시도하고 관계 회복을 위한 기회를 만들어 보는 것 또한 내가 친구를 위해서 기울이는 노력이다. 국수 한 접시를 만들어 놓았는데 약속시간에 연락도 없이 2시간 늦은 친구가 변명을 늘어놓아도 '그래, 그럴 수 있지.'하고 얼굴 찡그리지 않고 넘어가는 것 또한 상대방을 이해하기 위해 기울이는 노력이다. 문제는 이러한 노력을 상대방도 하고 있는가?라는 물음을 했을 때 생긴다. 나의 모난 부분을 내 친구도 이해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을까? 우리 관계에 금이 가기 시작했을 때 나 혼자 땜질을 하고 있는 건 아닐까? 난 친구가 적어도 문제를 인지하고 함께 노력해주길 바란다. 그리고 서로를 아끼는 관계를 중하게 여기고 애써주는 친구가 내 주변에 많았으면 좋겠다. 인스턴트 같이 필요할 때만 찾아서 쉽게 쓰고 버리는 관계는 싫다.


그래서, 현재 진행형인 나의 고민은 어떻게 해결할 것인가. 관계의 거리를 재설정해야 하는 타이밍이라는 생각도 들고, 또 거리라는 것이 멀어졌다 가까워질 수도 있는 탄력성을 가진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든다. 그래서 여전히 늘 관계에 대한 고민은 현재 진행이 될 수밖에 없다.


같은 공간 안에 생각들이 어찌 이리 다를까
참, 선인장도 꽃이 피지...
외계인 같은 친구도 있더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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