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의 전령사 매화나무
어느새 개구리가 겨울잠에서 깨어난다는 경칩입니다. 경칩의 한자어를 살펴보면 놀랄 경(驚)에 벌레 칩(蟄)을 쓰는데요-옛사람들은 이 무렵에 첫 번째 천둥이 치고, 그 소리를 들은 벌레들이 놀라서 땅에서 나온다고 생각했다고 해요. 그만큼 추웠던 겨울이 가고 초목의 싹이 돋아나며 동면하던 벌레들도 땅속에서 깨어난다는 뜻이겠지요. 다른 한편으로는 봄이 온다는 뜻이고요.
그런데 사실 경칩이 오기 전에 봄이 온다는 것을 알려주는 꽃이 있는데-바로 매화입니다.
2월 중순부터 피기 시작한 매화는 겨울이 가고 봄이 온다고 알려주는 봄의 전령사입니다.
이런 매화나무를 정말로 좋아하는 분이 계셨는데 바로 퇴계 이황이십니다. 이분이 임종 직전 마지막 안간힘을 다해 당부하셨던 말씀이 "매화분에 물을 주어라"하고 떠나셨습니다. 퇴계 이황은 건강이 좋지 못해 뜰의 매화나무(매실나무) 앞에 자주 가지 못하게 되자 매화가 핀 가지 하나를 꺾어다 책상 위에 올려놓고 바라보셨다고 해요. 그런데 한편으로는 매화 향이 빨리 사라질까 봐 마음껏 바라보지도 못했다고 하고요. 퇴계는 왜 그리 매화나무를 사랑했었을까요?
나무를 좋아하는 저로서 '퇴계 이황은 왜 그리 매화나무를 좋아하셨을까'라는 의문에 이리저리 찾아보니 이러한 자료를 찾을 수 있었습니다.
"사군자 중에 매화만이 유일하게 열매를 맺는다. 일의 결과를 반드시 낸다는 의미다. 매화를 뜻하는 사자성어로 아치고절, 빙자옥질 등이 있다. 매화는 계절로 보면 봄을 뜻한다. 그리고 하루로 봤을 때는 아침을 의미한다. 아침은 하루 중에서 가장 짧고 분주한 시간이다. 그만큼 바쁘게 일만 하면서 자신을 돌아보지 않고 살아감을 의미하기도 한다. 매화는 줄기를 보면 풍파를 많이 겪어서 줄기가 굴곡지고 거칠다. 그만큼 인생살이가 힘들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매화는 그만큼 열심히 열매를 맺기 위해서 고생을 많이 하고 사람으로 본다면 고생을 많이 한다는 의미다. " <위키백과 사군자란 중에서>
"퇴계를 비롯한 수많은 성리학자들이 매실나무를 사군자의 하나로 꼽은 것은 이 나무의 삶을 통해 자신들의 삶을 돌아보기 위해서였다. 우리가 위대한 스승으로 꼽고 있는 성리학자들도 한 그루의 나무를 공부의 대상으로 삼아 격물 (나무를 제대로 만나고, 제대로 느껴 이치를 깨닫는 것)을 실천했다. 퇴계처럼 한 그루의 나무를 절실하게 사랑하는 마음으로 격물을 한다면, 인간은 누구나 위대한 존재로 성장할 수 있을 것이다."
<선비가 사랑한 나무 /강판권 지음/한겨레 출판 -본문 중에서>
추운 2월 겨울에도 꿋꿋이 꽃을 제일 먼저 피우며, 그러한 꽃을 여름에는 매실로 만들어 우리들에게 먹을 것을 제공해주는 이러한 매화나무의 모습을 통해서 저 또한 다시 한번 한 그루의 나무를 절실하게 사랑하는 마음으로 격물을 하면서 하루하루를 최선을 다해 만들어 나아가야겠다는 생각을 해 봅니다.
그리고
매화꽃을 통해 봄이 오는 모습을 보며 봄의 웃음까지 듣는 따뜻한 봄을 간절히 기다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