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DARA Sep 14. 2015

시작하자

후회하지 않으려면

내가 자주 하는 운동이라고는 숨쉬기 운동을 제외하면 걷기가 전부다. 사실 운동이라고 하면 어디 헬스장이라도 가야 할 것만 같은 생각이 들어 좀 더 기피하게 된다. 하루 세 끼를 챙겨먹는 일도 힘든데 TV에 나오는 건강 식단을 어떻게 해먹나. 앉아 있는 시간들이 더 많은데 어떻게 움직일 수가 있나. 휴식시간에는 말 그대로 쉬고 싶은데 자꾸 운동을 권하니 그나마 남아있던 기운이 쫙 빠지는 듯했다.


흔히들 얘기하는 '현대인의 질병'도 일만 열심히 했을 뿐인데, 일을 하느라 자신의 몸에 휴식을 취하지 못해 결국 병을 얻고 만다. 나의 경우에는 책상에 앉아서 무언가 꼼지락 거리는 일들을 주로 하는 편이다. 한 번 시작하면 헤어 나오지 못할 때가 많아서 오래 앉아 있곤 한다. 그러다 보니 가끔 허리가 아프고, 어깨가 뭉치고, 손목이 욱신거린다. 통증이 지속되어서 병원을 갔더니 큰 문제는 없다고 했다. 단지 똑같은 일들을 반복하면, 무리가 가서 통증이 느껴질 수 있다고. 그 이후로 나는 손목 보호대를 착용하고 의자에서 일어나 짬나는 시간마다 주변을 걸어 다니고 있다.


딱히 거슬리는 일들이 없어서, 그냥 건강한가 보다 하고 지나쳤었는데. 하나 둘 씩 내 몸이 아픔을 호소할수록, 그동안 내가 내 몸에게 너무 무심했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먹고사는 일도 중요한 일이지만, 그것도 몸이 건강할 때나 가능한 이야기니까. 하루쯤 자고 일어나면 개운해지는 건 어릴 때나 반응 속도가 빠른 거였다. 하루의 일과 중 뛰어 노는 일이 빠져버린 지금은, 예전과 다르지가 않다.


왜 나이가 들어서도 공원에 나와 운동을 하고, 친구와 수다를 떨며 일상의 안부를 전하는지 나는 참 뒤 늦게 깨달아 버린 것 같다. 나이가 들어도 소녀 같은 모습으로 대화하시는 할머니분들을 보며, 휴식이라는 게 단지 가만히 있는 건 아니구나를 알게 됐다. 몸도, 마음도 편히 쉴 수 있도록 배려하는 시간이었는데 말이야. 나는 이제껏 뭔가를 꼭 해야만 했거나, 하기 싫어서 이불 속으로 들어가 버리곤 했는데.


"운동 좀 해라"라는 이야기를 요즘 들어 이해하고 있다. 내 건강을 스스로 지키지 않으면, 누군가 대신해서 지켜주지 못하니까. 내가 하고 싶은 일이 있을 때, 체력이 부족해서 하지 못하는 일이 되어버린다면 얼마나 괴로울까. 나의 한계를 스스로 만들어 가둬두는 꼴이 돼버릴 거다. 꼭 어딘가에 가서 배우는 운동이 아니더라도, 줄넘기나 가벼운 스트레칭으로 몸을 풀어주는 일들이 중요하다고 느낀다. 후에 나를 지켜주는 방패막이될 테니까.


인생에 관한 조언이나 잔소리는 스스로 가려 듣곤 했는데, 건강에 대한 말들은 잔소리가 아니라 고마운 쓴소리였다. 아플 때면, 진심을 다해 걱정해주는 것 같아서 그런가.

매거진의 이전글 순수함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