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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DARA Oct 16. 2015

원인과 결과 6

따로 또 같이

1. 속 깊은 이야기들을 듣고 싶어 한다는 사실을 어느 정도는 눈치채고 있었지만 쉽게 꺼내놓을 수가 없다. 말을 한다고 달라지는 사실이 있는 것도 아니고, 마음이 한결 더  가벼워지기보다 무거워질 것 같으니까. 굳이 비극을 보여주고 싶지가 않다. 비극이 희극이 되는 그 날까지 모르는 척 넘어가 주길 바랄 뿐이다. 머릿속의 결론이 나타나지도 않은 지금 나에 대해 설명하는 일들이 참 어렵게만 느껴진다. 일일이  말할 필요가 있을까.


2. 네 마음이 시리다는 이유로 나에게 비바람을 선사하는구나. 적어도 나는 당신이 감기에 걸릴까 걱정이 되어서 피했던 일들을 당신은 아무렇지도 않는다는 듯이 비바람을 맞아주길 원하는구나. 모르고 있었겠지만, 이미 감기에 걸려 몸이 좀 피곤한 상태였는데 더 심한 독감이 찾아왔네. 순간의 감정으로 인해 분위기가 험하게 바뀌는 꼴이, 모두에게 우울함을 전파하는 것이 싫어서 아픔을 표현하지 말라고 했으면서 당신은 왜 나에게 그 아픔을 뿌리는 건지.


3. 어디 아픈 곳은 없는지, 어떤 문제가 생긴 건 아닌지 걱정이 하늘 높이 쌓여만 가는  듯하다. 상처를 입은 듯한 눈을 하고 있을 때면, 내 머릿속은 회전을 멈춰버린다. 당신에 감정에 따라 내가 왜 이렇게 시시각각 변하는지 모르겠다. 지금 괜찮다면 당신의 환한 미소로 날 바라봐 주었으면 좋겠다. 그럼 나도 안정을 되찾을 수 있을 것 같으니까.


4. 당신을 위해 해줄 수 있는 것은 딱 한 가지 밖에 없다. 문제를 대신해서 해결해 줄 수 있는 능력도 없고, 나선다고 해서 상황을 다르게 흘러가도록 바꿀 수도 없으니. 그저 괜찮아지길 바라며 다독여줄 수 있을 뿐이다. 곁에 있는 것 말고는 큰 힘이 되어주진 못하겠지만, 함께 있음으로 인해 당신은 혼자 어둠 속에 갇힌 사람이 아니라는 사실을 깨달았으면 좋겠다. 언젠가는 따사로운 햇살이 환히 비춰주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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