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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오후네시 Aug 20. 2016

스물 아홉 생일, 퇴사를 결심하다

#1 모든것은 나를 위해

시간이 지나면

오래된 그림동화책의 한 페이지처럼

기억도 색이 바래져.


우습게도 가장 아프고 힘들던 기억은

가장 빨리 바래져서

이젠 기억도 나지 않아.

-


사실 아직 조금 무서운가봐


사회에 나와 갓 일년도 되지 않았던

초년생시절,

처음 당하는 수많은 일들이

너무 버겁고 막막했던 나날들


서툴다는 핑계조차 약점이 되어

동기 한 명, 내 편 하나 없는 곳에서

그렇게 버텨냈어

-


버텨내면 버틴다고 욕을 먹고,

못버티면 못버텨서 욕을 먹고.


그래도 시간이 약이라는 말이

틀린말은 아니더라.


어찌어찌 꾸역꾸역 밀어 넣은 시간들이

얘기를 해줄 친구를 만들었고

나를 인정하는 상사가 되어줬어.

-


그렇게 2년이 지났어.


운이 좋게도

나는 아직 꿈을 꿀 수 있는 환경이야.


결혼도 안했고

아이도 없지,

부모님도 건강하셔.

축복이지 모두다.


나는 나만 책임지면 되니까

제대로 책임지기 위해

이제는

떠나기로 결심했어.

-


꿈이라는 거창함이 아니더라도

나에게 부끄럽지 않기 위해.


더이상 외부에서 받은 상처들로

내가 사랑하는 사람들을

상처 주지 않기 위해.

-


누가 챙겨주겠어

어차피 내 인생은 내가 챙겨야 해.

내가 살아야,

남도 살게 할 수 있는거야.


내가 살아야

사랑을 주든, 돈을 주든, 밥을 주든, 봉사를 하든


그래서 나는 스물아홉 생일날.

살기로 결심했어.

퇴사를 결심했어.

-


부정적인 생각들에 먹힐 수 없어.

긍정적으로 생각하라! 는 개뿔.

눈 앞에서 맨날 미치고 팔짝 뛸 노릇들을 보는데

맨날 긍정적인건 그것도 이상한거야.

(나름 능력일텐데, 나는 평범하니카)


피할 수 없으면 즐기라는데,

피할 수 없어 보인다고 포기를 종용하는 걸수도 있잖누. 한번 더 고민해봐야지.

세상에 죽음 말고 피할 수 없는게 어딨나.

-


사실 나는 생각보다 고지식해서

결국 최소연한은 버텼어.

이 악물고 버티다보니 버티는게 강한거라는 말이

영 틀린 말은 아니더라.

그치만 결국 최소연한만 채우고 나는 퇴사를 결심했어.


결국 모든것은

나를 위해.


-

시원섭섭하냐고 다들 묻더라.

아니

섭섭이라니!!! 그런건 1도 없어.

요즘 난 굉장히 행복해

-


내 앞에 놓인 심장터지게

불투명한 미래때문에 조금 걱정되긴 하지만.


생각해봐.

인생 살면서 단 한번이라도

투명한 미래를 가져본 적이 있나.


투명한 미래, 란 말은

마치

세모난 동그라미 같은 말이란말이지


결국

모든것은

자신을 위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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