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모든것은 나를 위해
시간이 지나면
오래된 그림동화책의 한 페이지처럼
기억도 색이 바래져.
우습게도 가장 아프고 힘들던 기억은
가장 빨리 바래져서
이젠 기억도 나지 않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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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아직 조금 무서운가봐
사회에 나와 갓 일년도 되지 않았던
초년생시절,
처음 당하는 수많은 일들이
너무 버겁고 막막했던 나날들
서툴다는 핑계조차 약점이 되어
동기 한 명, 내 편 하나 없는 곳에서
그렇게 버텨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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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텨내면 버틴다고 욕을 먹고,
못버티면 못버텨서 욕을 먹고.
그래도 시간이 약이라는 말이
틀린말은 아니더라.
어찌어찌 꾸역꾸역 밀어 넣은 시간들이
얘기를 해줄 친구를 만들었고
나를 인정하는 상사가 되어줬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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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게 2년이 지났어.
운이 좋게도
나는 아직 꿈을 꿀 수 있는 환경이야.
결혼도 안했고
아이도 없지,
부모님도 건강하셔.
축복이지 모두다.
나는 나만 책임지면 되니까
제대로 책임지기 위해
이제는
떠나기로 결심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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꿈이라는 거창함이 아니더라도
나에게 부끄럽지 않기 위해.
더이상 외부에서 받은 상처들로
내가 사랑하는 사람들을
상처 주지 않기 위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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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가 챙겨주겠어
어차피 내 인생은 내가 챙겨야 해.
내가 살아야,
남도 살게 할 수 있는거야.
내가 살아야
사랑을 주든, 돈을 주든, 밥을 주든, 봉사를 하든
그래서 나는 스물아홉 생일날.
살기로 결심했어.
퇴사를 결심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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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정적인 생각들에 먹힐 수 없어.
긍정적으로 생각하라! 는 개뿔.
눈 앞에서 맨날 미치고 팔짝 뛸 노릇들을 보는데
맨날 긍정적인건 그것도 이상한거야.
(나름 능력일텐데, 나는 평범하니카)
피할 수 없으면 즐기라는데,
피할 수 없어 보인다고 포기를 종용하는 걸수도 있잖누. 한번 더 고민해봐야지.
세상에 죽음 말고 피할 수 없는게 어딨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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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나는 생각보다 고지식해서
결국 최소연한은 버텼어.
이 악물고 버티다보니 버티는게 강한거라는 말이
영 틀린 말은 아니더라.
그치만 결국 최소연한만 채우고 나는 퇴사를 결심했어.
결국 모든것은
나를 위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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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원섭섭하냐고 다들 묻더라.
아니
섭섭이라니!!! 그런건 1도 없어.
요즘 난 굉장히 행복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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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앞에 놓인 심장터지게
불투명한 미래때문에 조금 걱정되긴 하지만.
생각해봐.
인생 살면서 단 한번이라도
투명한 미래를 가져본 적이 있나.
투명한 미래, 란 말은
마치
세모난 동그라미 같은 말이란말이지
결국
모든것은
자신을 위해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