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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오후네시 Oct 07. 2022

나의 유산 일기 (1)

올레(2022. 9. 9. ~ 10. 3.)

프롤로그


올레야. 내 아가.

너의 태명은 ‘올 애’에서 시작됐단다. 어차피 내게 ‘올 아이가 왔다.’고. 그래서 ‘올 애’였다는 이야기를 하다가 만들어졌어. 계획 없이 엄마에게 찾아와 준 선물이라 부를 때마다 즐겁고 신이 났으면 좋겠다고, 스페인어로 승리를 나타내는 환호이자 응원인 너의 이름은 그렇게 결정됐단다. 너의 심장이 조금 느리다는 소식을 들은 날부터 엄마는 너를 ‘올레 콩콩!’ 이라고 부르기 시작했어. 네가 엄마의 목소리를 듣고 조금 더 신이 나서 심장과 함께 콩콩 뛰어주기를 바라던 마음이었지. 엄마가 널 부르는 순간만큼은 너도 행복했기를 바라.


9. 30. (금) - 7주차 0일


올레야. 너의 심장소리를 처음 들으러 가기 위해, 우리는 기존의 병원에서 수호가 태어났던 병원으로 옮겼어. 그 전 병원에서 아기집과 난황이 아주 예쁘다고, 한시름 놓아도 된다는 말을 듣고 마음이 가벼운 상태였지. 수호를 낳는 과정에서 엄마는 단 한 번의 위기도 겪지 않았단다. 그래서 생명의 탄생을 위한 열 달이 얼마나 기적 같고 어려운 시간인지 잠시 잊었나봐.


병원에서 새 원장님과 인사를 나누고, 환한 미소와 함께 너를 가진 것에 대한 축하도 받았어. 기분 좋은 출발도 잠시, 초음파를 보는 의사 선생님의 표정이 자꾸 어두워졌어.


“선생님, 심장이 잘 뛰지 않는 것 같아요... 아닌가요?”


“심장박동이 많이 느리네요. 70bpm입니다.”


의학 지식이라고는 하나도 없는 엄마가 봐도 너의 심장의 파동이 정상이 아니라는 것 정도는 알 수 있었단다. 초음파 측정기를 이리저리 굴려봐야 겨우 잡히는 희미한 심장 박동 그래프를 보며, 그래도 네가 많이 노력했구나 하는 생각에 왈칵 차오른 눈물을 이내 꾹 참아서 내렸어.


심장 박동이 많이 느린 편이지만, 시간이 지나면 괜찮아 질수도 있다는 말에 애써 마음을 다잡았지만, 의사 선생님의 굳은 표정은 엄마 마음을 한층 더 무겁게 했어.

인터넷에서 단순 지표부터 논문까지 한참을 검색했다. 5주만 넘어도 70bpm은 이미 상회해야 하고, 7주차면 100bpm은 훨씬 넘어야 한다는 표를 찾아보면서도 불길한 맘을 외면했어. 임신 기간은 언제나 기적이 함께할 거라고. 우리가 할 수 있는 건 널 믿고 기다리는 뿐이었단다.


애써 아무런 생각을 하지 않으려 노력했던 것 같아. 돌아오는 길에 갑자기 밀려오는 허기에 초계국수를 시켰어. 타이밍이 딱 맞았는지, 집에 도착하자마자 음식이 배달되었어. 새콤달콤한 초계국수는 만족스러웠지만 입덧을 진정시키기엔 역부족이어서, 엄마는 애써 젓가락질을 몇 번 더 하다가 멈췄어. 아마 그 국물이 아직도 냉장고에 남아 있을 텐데 말이야. 마음은 불편했지만 우리는 처음처럼 기적을 기다렸단다. 아기집 뒤에 피가 고였지만, 일주일 뒤에 깨끗한 아기집을 지어두었듯이, 네가 이번에도 우렁찬 심장 소리를 들려주지 않을까 하는 믿음이었어.


“지금은 아무도 만나고 싶지 않아요.”


다음 날, 가족 모임이 있어 호텔에 갈 예정이었지만, 엄마는 그 모임을 아빠에게 떠넘겼단다. 가족들에게 너의 상태를 일일이 설명하기에는 엄마가 조금 지쳐있었던 것 같아.


너를 가진 순간부터는 밤에 자다 깨는 일이 잦았어. 그때마다 엄청난 피로감과 함께 축 늘어진 몸을 일으키는 것이 참 어려웠단다. 그 날, 오랜만에 잠을 깨 일어나는데 몸이 가벼워진 걸 느꼈어. 그렇게 다시 아빠 옆에 누웠는데 갑자기 불안감과 함께 눈물이 터져 한참을 울다가 잠이 들었단다. 너로 인한 증상 중 하나가 사라지는 것 같아 혹시나 하는 희망이 역시나 하는 절망으로 바뀔까 무서웠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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