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재운 Mar 29. 2017

인양

퇴근을 하고 배가 고파 영등포 구청역을 뱅뱅 돌았다. 혼자 밥을 먹을 수 있는 곳을 찾아서 몇 군데를 기웃거렸으나 재료가 떨어진 집도 있었고, 문을 닫은 집, 또 몇 개의 밥집을 기웃거리다가 지나쳐 버렸다. 빵집의 창문 밖에서 한참을 안에 진열된 빵을 보다가 안으로 들어가 빵을 고르는데, 라디오에서 어느 여기자의 목소리가 흘러져 나온다. 세월호를 인양 후에 목포항까지 옮겨 오는데 꽤나 오랜 시간이 걸렸고, 목포항까지 옮겨오는 길에 함께한 유가족들마저도 인양 후 이동의 시간이 이리 오래 걸릴지 몰라 미처 취식할 음식물을 준비한 것이 영 변변치 않아 고생을 하고 있다는 이야기였다. 지급되는 음식물 또한 지연되는 상황이었던 듯하다. 함께 동승한 여기자에게 음식물을 나누어준 유가족 이야기를 하며 여기자는 본인 스스로도 순간 무언가 미안하고 고마운 마음에 뭉클하였다고 했다. 그 간의 진실된 사정은 알 수 없으나 꽤 오랜 시간이 지나 가라앉았던 배가 떠올랐다. 

그제에는 배의 한편에서 발견된 뼈가 사람의 뼈가 아닌 동물의 뼈인 것으로 밝혀져 뒤늦게 사과문을 발표하는 일도 있었다. 동물과 사람의 뼈를 구분 못 하는 조직체가 인양을 하고 있다며 비난을 하는 이도 있었고 몇몇은 허탈함을 표하는 기사를 내놓았다.

아픈 일들은 오래도록 기억될수록 힘든 법인데 사람들은 기억하려 안간힘을 쓰고 있다. 지하철에서 보이는 노란 리본 몇 개들이 그렇다고 했다. 3년이라는 긴 시간보다 조금 더 앞당겨져 인양이 이루어질 수는 있지 않을까 하는 뒤늦은 의구심이 들었다. 이제라도 인양되어 올라온 배의 녹슨 외부를 보며 여기자의 그것처럼 알 수 없는 감정이 들었다. 뉴스를 통해 조금씩 접하는 소식들에 크게 반응할 수는 없지만 스쳐 지나가는 그것들의 이미지와 사진을 볼 때면 미안한 마음이 알 수 없는 누군가에게 드는 것도 사실이었다. 시간이 빠르다 빠르다 했다. 나의 일이 아니면 빠르다 빠르다 했는데 이번에도 제법 빠르다 했다. 빠르면 안 되는데 시간은 왜 이리 빠른 건지 배의 외부를 녹슬게 하고 그 안의 사람들의 형체를 알아볼 수 없게 헷갈리게도 했고 빠르고 오래도록 모두의 마음을 아프게 하고 있다.

매거진의 이전글 거대한 뿌리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