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재운 Mar 01. 2017

거대한 뿌리

오래전부터 퇴근길책한잔에 진열되어 있던 책이었다. 책방을 처음 갔을 때가 한 5월에서 6월 정도 사이의 일이고 책방이 처음 열린 것은 약 3월에서 4월의 일이었다. 이 붉은색의 서적을 진열대에서 여러 번 지나치고도 한참이 지나서야, 책방에서 술을 마실 때에 사장님이 한 말 중에 시인 중에 김수영 시인을 제일 좋아한다는 말을 듣고도 몇 번을 책방에 다녀간 후에 시선을 구입했다. 시집은 소설책보다는 읽지 못했을 때의 죄책감은 덜하여 더 쉬운 마음으로 책을 가져왔던 기억이 난다. 

처음부터 끝까지 한 번에 읽은 적은 없으나 심심할 때마다 나는 몇 개의 시집을 돌아가며 몇 개씩 읽다 보니 몇 개의 시들은 눈에 익기도 했다. 펼쳐 보니 저번에 읽었던 시이기도 하고 해서 그럭저럭 책에 있는 시들은 다 읽었다고 해도 되지 않을까? 싶었다. 아는 척을 할라치면 처음부터 끝까지 다 읽고 서평에 적힌 문학평론가의 글까지는 섭렵해주어야 그 아는 척이 가능할 터인데 도무지 책의 표지와 날개만 보아서 하는 아는 척에는 한계가 있더랬다. 아는 척의 한계는 야부리로 귀결되는 것이지만 이 또한 어떠하리 싶었다.

시간이 참 잘도 가서 2017년이 된지도 3월이 되었다. 1월과 2월은 나이가 한 살 더 먹은 것도 모른 채 외면하기 쉬웠는데 3월이 되니까 이제 한 살 더 먹은 것이 탁하고 턱 밑까지 올라온다. 올 해가 본격적으로 시작된 것을 이제야 인정하긴 해야겠다.


매거진의 이전글 말이라는 것은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