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십대의 끝자락에서 만든 눈사람
갑자기 눈발이 흩날렸고 밥을 한 끼 먹고나니 함박눈이 되었고 어느 덧 소복소복 쌓이기 시작하였다. 그렇게 난 강원도에서 새하얀 눈을 맞이하였다.
-설에 눈오는거 진짜 오랜만인거같아요
대화를 나누는 친척들을 한 걸음 떨어져서 바라보며 마음속으로 진짜 그런 것 같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다음날 마당에 쌓인 눈을 보니 눈사람이 만들고싶어졌다.
-우리 눈사람 만들래?
(똑똑똑 나랑 눈사람 만들래~? do you wanna build a snowman? 할걸그랬다)
그렇게 한 시간 정도 눈을 굴리고 굴려 눈사람을 완성. 몸통이 작은건지 머리가 큰건지 가분수가 되었다가 머리와 몸의 비율이 1:1이 되었다가 몸통에 눈을 붙이고 붙여 겨우 봐줄만할 정도로 만들긴했는데 비율이 썩 맘에들진 않는다. 그래도 20대에
처음이자 마지막이 될 나의 눈사람들이니까 예쁘게 눈 코 입도 만들어 주기로 한다.
가만있어보자 뭘로 만들어 줄까나
생기가 없어진지 한참 된 내방에 들어가 서랍을 열고 닫으며 눈으로 사용할 플라스틱 뚜껑 두개와 수수깡, 망가진 전동 칫솔 그리고 장식에 도움이 될까하여 리본도 챙겨 나온다.
요리조리 붙여서 드디어 눈사람을 완성하였다. 기분이 좋다. 눈사람 두명? 을 보면서 겨울이 가지 않았으면 좋겠다 생각한다. 겨울이 가면 내가 만든 눈사람도 사라질테니까. 스르륵 녹아 흔적도 없이...
집을 떠나오며 엄마한테 눈사람을 잘 부탁한다고 했다.
-최대한 녹지말라고 해볼게
오늘. 집 떠나온지 나흘 째. 내일은 집에 전화해서 눈사람들의 안부를 물어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