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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민경 Jul 08. 2019

"결혼에 미치다" 한 배를 탔으니 같이 쓰자

부부가 함께 쓰는 다큐에세이


부부가 함께 쓰는 다큐에세이

'결혼에 미치다' 연재를 시작합니다 !



Prologue

10분 만에 150만 원이 증발했다.


부부 통장에 남은 돈이 1500만 원 선까지 내려앉았다. 회사를 그만두고 같이 사업을 시작한 지 1년이 지나갈 무렵이다. 다달이 숨만 쉬어도 나가는 약 300만 원의 생활비를 감안하면, 앞으로 무일푼까지 6개월도 채 남지 않은 상황이었다. 현재 부부의 수입은 150만 원 남짓. 그 돈마저 언제 수급이 끝날지 모르는 상태였다.


때는 6월. 분명 돌파구가 필요했지만 딱히 출구가 보이지 않았다. 마음이 조급해져서 그런지 6월 동안 안 좋은 일들도 몇몇 있었다. 그저 뭔가 운 때가 바뀌려나 보다라며 긍정적으로 생각하는 중이었다. 대운이 들어온다는 꿈도 꾼 바 있다.


그러던 중, 외국에 있던 친누나에게서 보이스 톡이 걸려 왔다.

“주식이 많이 떨어졌는데, 내일 오전 중에 상황 보고 전화 좀 줘.”

시차 때문에 나에게 상황 전달을 부탁한 것이다.


해당 종목을 찾아봤다. 바이오 업종에 남아 있는 유일한 희망, 헌법재판관 후보도 가지고 있던 나름 유망한 주식이었다. 개미 주주들의 충성도도 매우 높아 보였고 회장도 마냥 돈에 미친 사람 같아 보이진 않았다. 정말 많이 빠졌다. 보통의 경우라면 한 번쯤 반등할 타이밍이었다. 누나 역시 반등에 맞춰 정리를 하려던 참.


불현듯 내게 느껴지는 운 때의 변화들을 한 번 시험해볼까 하는 생각이 스몄다. 엊그제 집에 활활 불이 나는 꿈도 꿨겠다, 뭔가 흥미로운 일어나려나?


곧바로 500만 원을 주식 계좌로 바로 송금했다. 물론 아내의 동의를 거친 후였다.


다음 날 오전.

장이 열렸고 예상대로 어제보다 5% 이상 오른 채 거래가 시작되었다. 타이밍을 잡아야 했다. 오랜만에 하는 주식인 데다가 꽤나 절박한 돈이기에 매수를 하려니 많이 떨렸다. 난생처음 주식시장을 목도하고 있던 아내는 가격이 실시간으로 요동치는 모습에 적잖이 상기된 모습이었다.


그날 오후 세 시에는 회사 회장의 회견이 예정되어 있었다. 찌라시성 정보에 따른 주가 하락에 대해 투자자들을 안정시키기 위해 예정된 회견이었다. 물론 회장이 제정신이 아니고서야 자기 회사에 대해 안 좋은 이야기를 할 리가 없다는 건 나도 당신도 이미 알고 있다. 하지만 그 진위 여부를 떠나 그 회견만으로 시장가가 다시 안정을 찾으리란 기대를 가지고 있었던 것이다.


결과적으로 예정된 회견을 기점으로 시작 가보다 6%가 이미 오른 가격에 망설이다가 매수를 했다. 내 꿈을 내 운을  믿어보기로 했다.


3시 13분. 회장의 한창 회견 중이었고 주가가 요동치기 시작했다. 매수 시점보다 약 5%가 더 올라 있었다. 상한가가 조금씩 가시적으로 느껴져 왔다. 오늘은 왠지 상한가를 갈 것만 같았다!


3분 후. 뭔가 이상 징후가 느껴졌다. 또다시 3분 후. 갑자기 주가가 곤두박질을 치기 시작했다. 정말 미친 듯이 곤두박질치더니만, 5분도 채 안 된 시점에 하한가(-30%)에 근접해 있었다. 찰나였다. 주식을 사고 10분도 안된 상태였다. ‘어떻게, 어떻게.’를 연발하며 와이프와 서로 눈을 맞춰보지만 와이프 눈도 초점이 사라졌다. 나 역시 손이 떨려올 뿐이었다.


종가는 -24%. 6% 오른 가격에 샀으니 결과적으로 30%의 원금 손실. 순식간에 150만 원이 사이버 머니가 되어 날아가 버렸다. 불과 10분 만에 150만 원이 허공 속에서 사라져 버렸다.


싸늘했다. 눈 깜짝할 사이에 벌어진 사태에 어안이 벙벙했다. 말문이 막혔다. 제대로 상황 파악이 되지 않았다. 생각이 개입할 여지가 둘 다에게 없었다. 한참을 멍하게 있다 흘러나온 말은 또다시,


“어떻게.”였다.


우리, 어떡하지 정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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