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부가 함께 쓰는 다큐에세이
지난 이야기
1화
허황된 꿈, 궁지에 몰린 소시민의 위기.
심각했다. 발등에 불똥이 옮겨 붙은 기분이었다. 이러다 정말 굶어 죽을 수도 있겠다는 생각에 정신이 번쩍 들었다.
150만원이란 돈이 물론, 그리 큰돈은 아닐 수 있었다. 하지만 수중에 있던 현금 재산의 10%였으니, 전 재산의 10%를 단 10분 만에 날려먹은 셈이기에 충격이 컸다.
주식이 묘안이 되리란 생각을 한 우리 부부를 보며 ‘참, 어리석네.’라고 코웃음 치는 사람들도 있을지 모르겠으나, 뭐 우리라고 해서 평소에 그런 생각을 하고 살던 사람들은 당연 아니다. 그러나 사람이 궁지에 몰리면 때때로 어리석음을 망각하곤 한다. 그리곤 막연한 연금술에 기대보고 싶은 생각이 들기도 하는 건 나나 당신이나 아마도 큰 차이가 없을 것이다. 가끔 로또를 사보고 싶단 생각과 별반 다르지 않다.
허황된 돈을 좇으려 했던 것의 여파는 생각보다 오래갔다. 주말이 지나고 월요일, 화요일, 우리가 샀던 주식 가격이 원래 예상했던 대로 연일 상한가를 쳤기 때문이다. 마치 우리를 보란 듯 ‘너희 같은 것들 덕분에 우리가 돈을 벌 수 있는 거란다. 고맙다.’ 라며 비웃듯 주식이 올랐다. 10분 놀음의 대가치곤 참기 힘든 무력감과 허탈함이 밀려왔다.
이렇게 심리적으로 힘들어지는 순간이 오면, 갑자기 세상에 대한 자신감이 없어진다.
‘사업은 무슨 사업 우리는 기냥 소시민이다. 개미의 삶으로 다시 돌아가자!’ 뒤이어 드는 본능적인 생존 생각이다.
하지만 그러다가도 ‘이 상황을 이겨내지 못하면 우리 인생은 정말 망한 거야.’란 생각이 엄습했다. ‘이러려고 퇴사했나.’ 자괴감도 들었다. ‘이제 와서 회사가 우릴 받아주기나 한데?’ 불안감도 생겼다. 말 그대로 이도 저도, 죽도 밥도 안 되는 상황. 더군다나 실패자라는, 우리 안에 자조 섞인 자기 환멸을 감당하기가 정말이지 쉽지가 않았다.
힘들지만 다시 중심을 잡아야 했다. 이런 불안과 막막함도 사실 일 년이 지난 이 시점에 크게 낯설지만도 않다. 다만 이번 주식 사건은 우리에게 충격이 컸을 뿐이며 자칫하다간 정말이지 굶어 죽을지도 몰랐기 때문에 좀 더 심각해진 것뿐이다. 이를 발판 삼아 더 높이 도약하지 못한다면 우린 정말 여기서 끝일지도 몰랐다.
다시 중심을 잡기 위해 가장 먼저, 우린 우리 자신에게 다시금 물어야 했다.
우린 도대체 왜 회사를 나왔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