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할머니! 제가 도와드릴게요"
"괜찮어요~(중얼중얼)"
"아니예요, 제가 밀어드릴게요"
"괜찮은디~~"
"빨간 불이예요, 조심하세요"
"어유 나 때문에 못건너서 어째"
"급한 일도 없어요, 괜찮아요"
"그래도 정이 있은께 보고 가야지"
"괜찮은데~저 앞에 사세요?"
책을 읽으러 카페에 가는 길이었습니다.
교차로의 횡단보도를 건너려는데, 맞은 편에서 느릿느릿 걸어오는 형상이 보입니다.
할머니의 굽은 등과 굽은 무릎, 그리고 무거워보이는 수레가 눈에 띄었습니다.
평소처럼 휴대폰에 코를 박고 건너는 중이었다면 못보고 지나쳤을지도 모릅니다.
허리도, 두 무릎도 성치 않은 할머니께는 너무나 짧은 횡단보도의 파란불 시간.
제가 잡아드리는 데에도 이미 불은 바뀌고,
빨간 불이 된 횡단보도를 아슬아슬하게 건너야만 했습니다.
"어! 파란 불 됐네요. 저 이제 가볼게요"
"행복하세요!"
길을 건너 카페로 걸어가는 내내 할머니의 마지막 말씀이 귀에 울립니다.
행복하세요
행복하세요
행복하세요
벌써 며칠이 지난 오늘도 이 말은 제 마음 속에서 빙빙 날아다닙니다.
팅커벨이 뿌리는 마법의 요정가루처럼
행복의 가루를 뿌리는 말이 날갯짓하며 기운을 내어 줍니다.
나이듦에 조급하고
불안하고 바쁘기만 하던 모든 마음이
할머니의 미소 띈 한 마디의 마법에 녹아내린 것만 같아요.
차가운 액정 너머로 만나는 사람이 더 많은 요즘이라서 일까요?
온라인에서만 사는 것 같은 날들에
낯선 이가 건내는 축복의 말이 마음에 훅 들어와 큰 자취를 남겼습니다.
다른 세상에서 벌어진 일처럼 생경하면서도
마법같이 느껴진 그 순간을 오래도록 기억하고 싶어
글을 남깁니다.
이 글을 보는 당신,
행복하세요!
-정류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