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심4일차
우트라는 지역기반으로 모임을 추진할 수 있는 서비스가 있다. 오늘 그 우트에서 처음으로 오프라인에서 사람들을 만나는 게더링이라는 것을 열어봤다.
오늘은 그 경험에 대한 이야기를 글로 적어보려한다.
현재시간 7:22분
모임시간 7:30분
일단 경험을 하고 난 뒤에 적어내려가 보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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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혼술을 잘 즐기는 사람이다.
동네에 단골가게도 2곳이나 있고, 두 가게 모두 자주오는 사람 Top5안에 들어간다고 한다. 그 외에도 동네에 있는 여러밥집에도 혼자가서 잘 먹고 오곤 한다. 그런 내가 좀처럼 혼자가길 꺼려하는 곳이 있다. 바로 고기집이다.
혼자 불판앞에 앉아 고기를 구어 먹는 것은 아무리 생각해봐도 즐겁지가 않은 일이기 때문이다.
고기가, 특히 오늘은 삼겹살이 너무나도 땡기던 날이다. 카카오톡을 열고 함께 고기 먹을 사람을 찾아보는데, 좀처럼 레이더망이 좁혀지지 않는다. 그러다가 한명을 선택해 메세지를 보냈는데, 맙소사, 고기가 너무 땡겨서 1시간전에 이미 혼고기를 했다고 답이왔다. 아니 6시도 안되서 물어본건데, 약속이 있는것고 아니고, 이미 고기를 먹었다는 답이 올거라곤 상상도 못했다. 다른 사람을 찾아볼 의욕이 한순간에 날아갔다.
그래서 우트에 들어와 게더링을 열어보기로 한 것이다.
한번도 열어본 적이 없는 게더링을 불쑥 열자니 참여가 없을까봐 소극적인 자세가 되었다. 그래서 먼저 그냥 일상을 포스팅하는 곳에 혹시 삼겹살 함께 하실 분이 없는지 슬쩍 떠보기로 했다. 다행히 원했던 최소3인(나포함)이 모였고, 그렇게 게더링을 열었다.(우트에서 게더링은 3인 이상이 모여야 채팅방을 열 수 있는 시스템)
약속시간에 다들 칼같이 맞춰서 모였다. 서로 처음보지만, 이런 만남문화가 이젠 많이 익숙해진 세상이라 자연스레 닉네임을 이야기하며 인사를 시작했다.
다들 비슷한 마음으로 가입한 우트.
내가 우트에 가입하게된 이유는 바로 고기집 함께갈 동친을 만들기 위함이었는데, 오늘 나온 1분도 나와 똑같은 이유로 우트에 가입했다고 했다.
우트에서는 유저들에게 지켜달라고 요구하는 선이라는 게 있다.
위아래를 따지지 않기 위해 닉네임+님으로 서로 호칭하고, 관심사나 하는 일 중심의 이야기를 나누길 추천하고, 3번정도 만나기 전에는 이름이나 나이, 번호 같은 정보들은 서로 묻지 않기로 하며, 친분위주의 모임이 아니 함께 어울리는 모임을 하라고 권하고 있다.
남자셋이 모였다.
서로 아는 것이 없는 남자 3명이 모였다.
닉네임으로 부르는일이야 어려운 일이 아니지만, 서로의 관심사는 알길이 없고, 일 이야기는 하고 싶지 않다.
술이 몇잔 오고가고, 우트에 대한 경험 또는 오늘 이자리에 나온 이야기가 오고 가는 사이에 우리는 어느새 누가 형이고 누가 동생인지 정리(?)가 되었다. 물론 어느 누구도 그것을 중요하게 생각한 것은 아니었다. 그냥 그렇게
흘러가는 것이 너무나도 자연스러웠을뿐이다.
사실, 나는 사교적이고 개방적인 편이라 이런 자리가 전혀 어색하지 않다. 자전거로 세계여행을 하던 내가 이런 자리가 불편하기란 어려운 일이다. 그랬다면 카우치서핑도 하지 못했을거다.
남자3명이 고기3인분만으로 1차가 끝났다. 고기보다는 술과 이야기보따리가 더 필요했었나보다. 그렇게 자연스럽게 맥주마시러 2차로 이동.
만나고보니 성향이 참 다르다.
조금은 성급한 남자와 조금은 조심스러운 남자 그리고 이런들어떠리저런들어떠리 하는 남자. 종종 아슬아슬한 줄타기를 하는 것도 같은데, 묘하게 밸런스를 맞추며 이야기가 계속된다.
사실, 이런 모임의 기저에는 외로움이 깔려 있는 거겠지.
단지 고기가 먹고 싶어서 나왔을리가 만무하지 않은가?
주제를 미리 정해놓고 만났으면, 조금은 더 좋지 않았을까 싶기도 하다. 다음번에 모임을 또 열게 된다면, 주제를 정해봐야겠다. 그리고 남자들만 모이지는 않았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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몇번 게더링를 열고 나면 우트 이용법을 설명하는 글을 써볼까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