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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연필 Jul 08. 2020

#007 만남에 관한 짧은 글

작심7일차

01

약속시간보다 조금 일찍 도착해서 어떤 사람일지 상상하던 그 시절의 만남, 상상으로 먼저 만나고 그 상상을 확인하기 전에 가슴을 채우는 그 설레임.


02

한번만이라도 좋으니 그 사람을 내게로 데려와줘요.

다시 만날 수 없다는 걸 알면서도 포기할 수 없는 이 아쉬운 마음을 채워줘요. 꿈에서라도 좋으니 한번만 만나게 해줘요. 오늘밤이라면 더할나위 없이 좋겠어요.

한번만이라도 좋으니 그 사람을 만나게 해줘요.


03

처음 만난 그날. 우연히 아주 잠깐 마주쳤는데, 너도 나도 그날을 온전히 기억하고 있었어. 그래서 인연이라고 생각했는데, 이별도 포함된 인연인줄을 미처 몰랐었지. 그래서였을까? 마지막날, 그날은 잘 기억이 나질 않아.


04

차라리 만나지 말걸 그랬다는 말, 그 말은 내 삶에 없어.

너도, 너도 또 너도 다 만나길 잘했어.


05

당신에 대해서 아는것이 아무것도 없는데, 땅고를 춘다는 이유만으로 당신이 내 앞에 서 있어요.

당신의 이름도 알지 못하는데, 땅고를 춘다는 이유만으로 서로를 안아주고 있어요.

우리가 다시 만날 수 있을지 확신할 수 없기 때문일까요? 지금 이 순간이 조금만 더 길었으면 좋겠어요.

너의 아브라소에, 나의 걸음에, 너의 뮤지컬리티에, 나의 호흡에, 그렇게 서로에게 집중하는 지금 이 순간.

이 짧은 만남이 오늘을 기쁨으로 가득 채우고 있어요.

당신에 대해서 아는것이 아무것도 없는데, 땅고를 춘다는 이유만으로 다음번 만남을 조심스레 바라요.


06

한눈에 반해버렸는데, 용기가 없어서 아무런 말도 건네지 못했다. 바보같은 나를 자책하며, 한번만 더 만날 수 있게 해달라고 믿지도 않는 신에게 부탁을 했다. 신이 있는 걸까? 거짓말처럼 당신이 내 눈앞에 서 있다.


07

지금의 나에겐 지금까지 만난 모든 사람들의 흔적이 새겨져있다.


08

잘못 본 줄 알았다. 아니 잘못 본 거라고 믿고 싶었다. 하나도 변하지 않은 모습에 셀프세뇌가 먹히질 않는다. 너도 나를 알아챘는지는 모르겠는데, 알아채지 못했으면 좋겠다. 어떤 표정을 지어야할지, 어떤 말을 건네야할지 도저히 모르겠으니 말이다. 오늘 이후로 이 카페로 발길을 옮기는 일이 없을 것 같다. 지금 이 순간을 재현하고 싶지 않다. 이 만남이 성사되지 않도록, 이대로 모른척, 자리에서 일어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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