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까뮈앤끌로이 Oct 14. 2018

한국음식을 먹는 한국인은 대체 누구인가?

황교익을 황교만이라고 부르고 싶다.

최근 핫이슈로 떠오른 황교익이 쓴 책, <한국음식문화 박물지>를 읽었다. 책을 읽는 내내 불쾌한 감정이 일었다. 저자는 서문에서 음식 관련 글을 쓰는 사람이 전문적 식견을 자랑하기 위해 "당신이 먹는 음식을 보면 당신이 누구인지 알 수 있지."라고 말하지만 실제로 한 사람의 기호음식을 보고 그 사람을 분석할 수 있을 정도의 지적 능력을 가지고 있는 사람을 본 적이 없으며, 그들은 지식인 행세나 할 뿐이라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한국인이 먹는 음식을 보면 한국인이 누구인지 알 수 있을 것이란 생각을 했고, 한국인들이 즐겨 먹는 여러 음식(뼈다귀 해장국, 부대찌개, 쇠머리 국밥)을 경박한 음식으로 표현한 한국 전통음식 연구자의 오만함을 마주하며, 쌩얼의 한국음식론이 필요하다는 생각에 이 책을 썼다고 했다. 그는 이 책을 읽으면 한국음식이란 이런 것이구나 하고 커다란 그림이 그려질 수 있게 하였고, 결국 이 음식을 먹는 한국인은 대체 누구인가로 생각이 확장되었으면 좋겠다는 이야기도 하였다.


책에서 그가 표현한 한국인, 한국음식에 대한 글들을 인용하자면...


"한국인에게는 이천 쌀의 품종이 중요하지 않다. 이천쌀밥집에 앉아 조선 왕이 받았을 수라를 연상하며 그 밥을 먹는 것이다."


"한국인은 쇳내 나는 스테인리스 스틸 밥그릇에 대해 아무 불평을 하지 않는다. 밥맛에 무신경하거나 하여 일어나는 일일 것이다."


"삼겹살이라는 이름만 붙었지 다른 부위가 나와도 삼겹살로 여기고 먹는 일이 흔하다. 부위가 아니라 삼겹살이라는 그 이름이 중요한 것이다."


"한국인이 먹는 것 앞에서 보이는 이기심은 가끔 돼지의 탐욕스러운 먹성을 뛰어넘는다." 


"한국인은 쇠고기 맛을 모른다. 단지, 자신의 사회적 계급이 한 단계 상승하는 것 같은 쾌감을 느끼며 그 기름 덩어리를 먹고 있을 뿐이다."


"여름의 냉면은 고담이나 소박한 맛과 거리가 있다. 그냥 시원할 뿐이다." (겨울 풍경과 함께 먹어야 맛이 사는 냉면의 맛을 한국 사람들은 모른다는 것을 비판)


"한국인은 면은 무엇이든 쫄깃하여야 좋은 것이라는 착각을 하고 있고, 면이 감자인지 고구마인지 관심이 없는 것이다."


"한국인은 당면 수준의 전분면에다 색소 넣고 막국수라 내놓아도 불평불만 없이 잘 먹는다."


"한국인의 토종음식에 대한 집착은 대단한데, 정보를 바탕으로 한 것이 아니라서 비효율적이고 비합리적인 결과가 벌어진다."


"한국인은 김치로라도 세계에서 주목받고자 하는 민족적 열등감을 가지고 있다."


"한국인은 짜고 달고 구수한 맛만 대충 있으면 먹는다."


"한국인은 자신이 즐겨 먹는 음식을 직시하지 못하는 버릇이 있다." (떡볶이를 세계화 하려고한 사례를 비판)


"한국인은 두부의 맛보다는 두부의 포장지에 찍힌 브랜드를 더 사랑한다."


"한국인에게 한풀이 활어회 굿판에서 생선회의 맛 따위는 중요하지 않다."


"매운 닭발, 인스턴트 라면, 떡볶이, 매운 짬뽕이 번창한다는 것은 한국인의 미각 수준이 높지 않다는 반증이다."


"한국인은 피자에 낀 거품의 값을 지불하며 미국에서 온 것이니까 비싸고 맛없는 것도 불평 없이 맛있게 먹는다."


"한국에서는 와인을 안다는 것은 와인의 맛을 아는 것이 아니라 그 와인에 담긴 정보와 잡다한 스토리를 아는 것이라 할 수 있다."


등등 인데, 그중에서도 개인적으로 가장 기분이 안좋았던 파트는 탕수육이었다.


중국집 메뉴에서 가장 만만한 것은 자장면이나, 가족의 외식이니 가장으로서 약간의 허영을 보여야 하기 때문에 탕수육을 선택했다는 부분이었다. 배고픈 시절, 탕수육을 사주던 우리시대 아버지들의 마음을 고작, '허영'으로 표현한 것에 공감할 수 없었다.


다시 처음으로 돌아가, 작가는 이 책을 읽고 한국인이 먹는 한국음식이 무엇이며, 그 음식을 먹는 한국인은 대체 누구인가에 대한 물음이 일어났으면 좋겠다고 했다. 그리고는 한국인을 허영에 가득찬, 음식 맛도 모르면서 먹어대는, 사대주의가 팽배한 민족으로 표현했다. 뭔가 앞뒤가 맞지 않는다. 방송을 보고도 느낀 것이지만, 이 책을 읽고 나니, 이 사람이 왜 우리나라에서 인기 있는 푸드 칼럼니스트로 각광받고 있는 것인지 더욱 더 모르겠다. 황교익에게 묻고 싶다. 그래서, 한국음식을 먹는 한국인은 대체 누구냐고.

작가의 이전글 사랑스러운 꼬마 니꼴라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