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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까뮈앤끌로이 Sep 02. 2021

10년 넘게 찾아 헤맨 테이블을 만났다!

아름다움이 세상을 구원한다

20대 후반, 브루클린에 있는 아주 오래된 4베드룸 아파트에 살았던 적이 있다. 주머니 탈탈 털어 계약한 방은 싱글 침대 하나, 작은 책상 하나 두면 끝인. 작은 옷장 한짝 들어갈 공간이 없는. 그래도 창과 높은 층고가 있어 위안이 되는. 정말 정말 작은 방이었다. 당시에는 그게 나의 최선이고 현실이었다. 어느날 집주인 아저씨가 테이블을 하나 가져다 줄테니 쓰라고 했다. 접어둘 수도 있고, 다 펼치면 제법 큰 테이블이 되니 유용할 거라고... 대신 아주 좋은 가구니까 잘 관리해달라고 당부하면서- 솔직히 그렇게 좋은 가구를 날 빌려 주겠나 싶어, 별 감동은 없었다. 쓰면서도 딱히 특별한 가구라는 생각은 못했다. 근데 일년 반 가량의 뉴욕의 빈곤한 생활에 마침내 백기를 들고 한국으로 돌아가기 위해 짐을 쌀 무렵, 자꾸만 그 테이블이 마음에 밟히는 것이다. 이상하게도. 가능하다면 한국으로 가져가고 싶어, 집주인에게 테이블을 팔지 않겠냐고 물었는데, 가당치도 않지. 라는 식의 반응이어서 참 무안했다. (당시 내가 사용하던 테이블은 맨 마지막 사진에 있는 모델이다) 이후 비슷한 기능의 테이블은 종종 발견했지만, 내가 가졌던 것과는 디테일이 많이 달랐다. 접었을 때도, 반만 폈을때도, 모두 다 폈을 때도 그 자체로 완벽한 테이블...! 어쩌면 머릿속에 있는 테이블을 구체화하여 직접 만드는 게 빠르지 않을까 생각하던 차, 나는 친구의 추천으로 팔로우 하던 인스타 계정에서 드.디.어!!! 내가 찾던 테이블과 너무나 유사한 테이블을 보게 됐다. (결과적으로 같은 작가의 테이블이라 확신한다.) 남편은 가끔 도스토예프스키의 ‘아름다움이 세상을 구원할 것이다’의 의미를 이야기한다. 그는 내가 이 테이블을 사고 싶은 마음에 공감해주었고, 실제로 가구가 배송온 후 나의 선택을 칭찬하고, 지지해주었다. 27살의 나는 아무 것도 손에 쥐어지지 않는 일상에 불안하고 괴로웠지만, 늘 그 작은 방으로 돌아와 반만 펴놓은 테이블에 혼자 앉아 나를 다독였다. 나만은 온전히 나를 믿어주자 매일 되뇌였다. 그리고 궁핍한 시절, 내 고백성사를 받아주던 이 테이블의 아름다움으로 인해 어쩌면 그때도 그리고 지금도 구원받고 있다는 느낌이다. #bendtwinge #midcenturymodern #vintagetable #빈티지가구 #뉴욕 #브루클린 #미드센츄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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