몸무게를 늘려주는 약, 자이프렉사정
게으른 공방장은 잠이 오질 않아 고민했다. 내가 분명 약을 먹었는데 잠이 안 올까 뒤척이다가 남은 약봉지를 세어봤다. 하나가 더 남았다. 지체 없이 약봉지를 뜯었다. 기분 탓인지 하품이 쏟아지고 정신이 안정되는 듯 잠에 빠졌다. 조울증 약을 복용 중이다. 복용한 지는 12년째. 스무 살부터 먹기 시작한 조울증 약이라고는 하지만 의문 투성이었던 스무 살 때는 약을 타서 곧장 다 버렸다. 피검사로 약 농도가 ‘없음’이 나오면 그때 선생님에게 하소연했다.
“약으로 제 기분을 조정당하기가 싫어요.”
그러면 선생님은 말하곤 했다.
“입원하는 게 좋겠다.”
입원을 하면 답답해서 살 수가 없었다. 10년 전에는 폐쇄병동 한 편엔 흡연실이 따로 있었다. 매시간 정 시와 식후가 흡연 시간이었다. 늘 침대에 누워 잠만 잤다. 움직일 기력 따윈 없었고 의지도 없었다. 다른 환자들은 식사를 80퍼센트 이상하면 간식시간에 간식을 신청할 수 있었다. 1형 당뇨가 있는 난, 그 시간에 아이스크림이며 초코파이를 먹던 어르신들이 마냥 부러웠다. 그리고 퇴원하면 또다시 약을 안 먹다가 상태가 안 좋아지기 일수였다. 이유 없이 자살생각이 들었다. 시간에 적응을 한 덕분인지 이제는 약시간이 되면 약을 꼬박꼬박 챙겨 먹는다. 남은 약봉지 수로 먹은 날과 안 먹은 날을 체크할 수도 있을 정도다. 요즘 다시 무기력을 견디는 중이다. 자이프렉사정은 릴리라고 예쁘게 적힌 파란 글씨와 달리 체중을 10킬로그램 찌웠다. 20리터 종량제 봉투에 과자와 아이스크림만 담아온 날들이 이어졌으니까. 의욕은 생기는 듯한데 몸은 고통스러웠다. 맞는 바지가 없어서 고무줄로 된 몸빼 바지를 입었으며, 거울을 볼 때마다 비현실적인 ‘나’에게 익숙해지지가 않았다. 어쩐지 좋았던 초반의 약효와 달리 지속되지 못한 기능 탓으로 다른 약으로 교체하는 중이다.
육십 킬로그램이 되었으면 좋겠다가 1차 목표. 최종적으로 오십, 오 킬로그램으로 정착하고 싶다.
불만스러운 내 외모를 구구는 어떻게 생각하는지 궁금했다.
“제가 귀여워요? 예뻐요?”
구구는 운전 중이었는데 신호를 대기하면서도 한참이나 대답이 없었다. 입술을 깨물며 구구를 유심히 쳐다보자 구구가 생각을 정했다는 듯 “예뻐요!”라고 대답했다.
“왜요?”
“예쁘니까요.”
나는 의심 가득한 눈빛으로 되물었다.
“귀엽진 않아요?”
구구의 눈동자가 흔들리기 시작했다.
“귀엽기도 해요.”
“그럼 내가 예뻐요? 귀여워요?”
구구는 눈동자가 물고기처럼 중앙에 몰려서는 “예뻐요!”라 대답했다.
다행이다.
천천히 육십 킬로그램을 만들어도 될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