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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구륜휘 Sep 01. 2020

몬스테라의 이름은, 몬다

농생물학 전공자의 음지식물론

  정아의 신혼집에 놀러 가서 상태가 좋지 않은 몬스테라를 데려왔다. 식물 저승사자인 주제에 무슨 자신감이냐고? 우리 집에는 농생물학을 전공한 구구가 있기 때문이다. 구구는 지하에서 라이브바를 운영했었다. 그곳에 식물이 있었는 데 그건 ‘마삭’이었다. 산에서 마구마구 피어나는 식물이다. 습한 환경을 좋아해 지하도 무리 없을 거라 생각했을 테다. 그러나 마삭은 마구마구 피어나지 못하고 시들해져 갔다. 이에 구구는 식물 조명을 인터넷으로 구매했다. 햇볕을 보지 못하는 마삭을 위해 스탠드에 식물 조명을 켜놓고 퇴근하는 식이었다. 이후 마삭은 우리 집 베란다로 옮겨졌다. 빗소리도 듣고 햇볕도 쬐고 차 소리도 듣고 학생들 장구 치는 소리도 들으며 마삭은 무럭무럭 자랐다. 키가 커져서 줄기가 옆으로 누울 정도였다. 나뭇가지를 주워와 줄기도 세워주는 구구를 떠올렸다. ‘구구는 몬스테라를 살릴 수 있을 거야.’

  “이름이 뭐예요?”

  구구가 새로 들여온 식물에 관심을 보였다.

  “몬스테라예요.”

  “뭐요?”

  구구는 이명이 심해서 한 번 한 말을 또 하게 한다.

  “몬. 스. 테. 라.”

  “아~ 몬다구나.”

  “에휴.”

  이명이 미운거지, 구구가 미운 게 아니다.

  그렇게 해서 몬스테라 이름은 몬다가 되었다. 레옹처럼 몬스테라는 우리가 가는 곳마다 이주를 함께 했다. 지금 살고 있는 삼천포 집에서도 몬다는 자라는 중이다. 아, 마삭도 마구마구 자라나다가 나무에게 먹혔다. 나무는 우리가 입양한 반려견이다. 그래서 거실로 몬다와 마삭을 어제 옮겼다. 진짜 레옹처럼 행주에 물을 적셔 몬다의 큰 잎들을 닦아주었다. 검은 때가 나왔다. 내가 몬다를 방치했구나 싶었다. 큰 몬스테라 화분을 옮길 때 구구가 물었다.

  “몬다가 음지 식물인가요?”

  그놈의 음지 식물 타령이 또 시작되었다.

  “모르겠어요.”

  이실직고했다.

  그리고 마삭도 옮기는데 구구가 멈칫하며 왜 마삭을 옮기는지 의아해하는 눈치였다.

  “마삭은 음지 식물이에요.”

  훗훗.

  나는 어깨를 으쓱하며 마삭과 몬다에게 물을 부었다. 몬다가 비실비실해서 영양제도 꽂았다.


  나는 길가에 식물을 보며 구구를 생각한다. 농생물학을 전공한 구구. 구사하는 농생물 전문 용어는 ‘음지식물’이라는 네 자뿐이다. 그런 구구가 좋다. 완벽하지 않아서 너무 똑똑하지 않아서 미운 구석도 밉게 보이지 않는다. 어쨌든 믿음을 갖게 되는 믿음직한 바보다. 그래서 몬스테라 이름이 ‘몬다’여서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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