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날 갑자기 '빨강색 만들기'

빨강색 만들기

사람들이 어떤 키워드를 검색해서 내 브런치를 방문하게 되는지 궁금해진 날이 있었다. 그런데, 그날 확인한 키워드 중 하나에 이런 게 있었다.

 '빨강색 만들기'.

'응? 빨강색 만들기? 이런 걸 왜 검색해?'

웃어넘겼다. 왜냐하면 빨강색은 어떤 색을 섞어도 만들 수 없는 색이기 때문에 빨강색 만들기는 불가능한 미션이니까. 

문득 궁금증이 생겼다. '이런 검색어가 또 있었을까?' 다른 날의 검색어도 찾아보았다. 어라! 그날 한 번이 아니었다. 꽤 여러 날, 사람들은 빨강색 만들기도 검색했지만 노랑색, 파랑색 만들기도 검색했다. 그런데, 빨강색과 마찬가지로 파랑색, 노랑색 역시 만들 수 없는 색이다. 이른바 원색이기 때문이다. 세상 그 어떤 색으로도 만들 수 없는 색, 원색. 

이쯤 되니 궁금해졌다. 사람들은 왜 '불가능한 것'을 검색했을까? 빨강색을 진짜 만들 수 있다고 생각했을까? 이 사람들은 어떤 사람들일까?

'물감의 혼합에 대해 잘 알지 못하는 초등학생이었을까? 아니면 어린 자녀를 둔 부모님일까? 보통의 성인인데, 진짜 빨강색을 만들 수 있다고 생각하고 방법을 검색해본 것일까? 학교에서 이런 숙제를....? 설마.' 

첫 번째 경우라면 그럴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지만 두 번째와 세 번째의 경우라면 문제가 될 수 있겠다. 왜냐하면 빨강, 노랑, 파랑의 물감 삼원색에 대한 내용은 초등 미술과 교육과정에서부터 나오기 때문에 보통의 학교 미술교육을 받은 이라면 알고 있어야 하는 내용이기 때문이다.

빨강, 파랑, 노랑의 세 가지 물감만 있으면 세상의 모든 색을 만들 수 있다.

원색

빨강, 노랑, 파랑의 세 가지 색은 원색이다. (여기서 물감이라고 콕 찍어서 이야기한 이유는 색광 혼합에서는 이 색을 만들 수 있기 때문이다.) 원색은 세상의 어떤 색으로도 만들 수 없는, 일종의 색깔의 조상 격인 색이다. 이 세 가지 색만 있으면 세상의 모든 색을 만들 수 있다! 심지어 검은색까지도.(순수한 검은색은 색이 아니라 상태이다. 따라서 물감의 혼합에서 검은색을 만든다는 것은 순수한 검은색이라기보다는 검은색과 가까운 무채색을 만드는 것이라고 이해하는 것이 좋다.) 

색의 혼합을 이해하려면 직접 물감을 섞어보는 것이 가장 좋다. 그래서 보통 물감으로 무언가를 그리는 수업을 하게 되면 사전에 물감의 혼합 수업을 먼저 하게 된다. 준비물은 빨강, 노랑, 파랑의 세 가지 색과 팔레트, 붓, 물통, 프린트.

빨강+파랑, 파랑+노랑, 노랑+빨강을 각각 섞어보고 농도 연습까지 하고 나면 비로소 수채화를 할 준비가 끝난다. 이를테면, 덧셈, 뺄셈, 곱셈, 나눗셈을 이해한 셈이다. 그 후 풍경을 그리던지, 꽃을 그리던지, 과일을 그리던지, 위의 세 가지 색만 있으면 뭐든 그릴 수 있다. 

물감 세트에 갇히지 말기

학생들에게 제공하는 물감색의 수를 제한하는 것은 색채 감각을 키우는 효과적인 방법 중 하나다. 흔히 범하기 쉬운 실수 중 하나는 24색, 58색 등 물감 세트 안에 들어있는 색의 수가 많을수록 아이들이 풍부한 색상을 표현할 것이라고 생각하는 것이다. 그러나 실제 수업을 하게 되면 아이들은 물감을 섞어서 미묘한 색감을 찾으려고 하기보다는 물감 세트 안의 색만을 사용하려고 한다. 스스로 사용할 수 있는 색상의 수를 24개, 58개의 색으로 제한하고 그 안에서 머물고 만다. 이래서야 세상 만물의 오묘한 색 변화를 느낀다한들 표현이 가능하겠는가. 하지만 물감의 삼원색인 빨강, 노랑, 파랑 세 가지 기본색과 흰색, 검정 두 가지 색을 더해 총 다섯 가지 색의 물감을 주면 아이들은 대상의 색채를 훨씬 풍부하게 표현한다. 자신이 원하는 색을 스스로 만들기 때문이다. 그리고, 아이들이 만든 그 어떤 색도 물감 세트 안에는 없는 색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