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부의 전면 재검토와 '과원 교과 복수 전공'정책
이 글은 지난 12월 24일 '오마이 뉴스' 시민기자 뉴스로 채택된 글입니다.(https://omn.kr/26uo2)
지난 12월 21일 '미술 교사들 분노케 한 서울시교육청'이란 글을 썼다. 내용은 서울시와 교육부가 과원교과에 대해 최단기간인 6개월의 복수전공 연수를 진행할 예정이고, 전국의 미술교사들은 교육의 질과 교과 전문성을 고려하지 않는 정책에 분노하고 있다는 내용이었다.(관련기사: 미술 교사들 분노하게 한 서울시 교육청 https://omn.kr/26tza)
그런데 지난 12월 22일, 교육부와 서울시교육청은 복수 전공 연수를 취소한다는 공문을 학교로 발송했다. 내용을 요약하면 복수 전공 대상 교과중 미술교과의 경우 교과 특성 및 시도교원현황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개설하지 않고(즉, 취소하고), 나머지 교과도 교육부에서 관련 자료(필요교원, 자격 소지자 현황, 임용예정자 등)을 추가 수합하여 전면 재검토 예정이라고 한다.(공문 제목: '2024학년도 교원 자격 연수(복수 전공)관련 교육부-시도교육청 협의 결과 알림')
교육부는 불과 며칠 사이에 어떻게 이런 결정에 이르게 되었을까?
교육부와 서울시의 입장 변화 뒤에는 미술교사들의 자발적인 대처가 있었다. 복수전공 연수 문제가 수면위로 올라온 후, 많은 미술교사와 예비 미술교사들이 상황을 SNS로 공유하면서 적극적이고 자발적으로 한 목소리를 내기 시작했다. 국민청원, 신문고, 교육부 민원 전화 등을 통해 이 정책에 대한 현장의 생생한 목소리를 전한 것이다. 그 결과 교육부 역시 정책의 문제점을 인지하고 12월 22일, 연수 폐지와 재검토 결정 공문을 시행하게 된 것이다.
공문에서 교육부는 미술교과의 전문성을 고려해서 미술과 복수 전공 연수 취소를 알렸다. 특히, 미술과 이외에 정보·컴퓨터, 윤리·도덕 교과에 대한 연수도 재검토를 결정해 교원 양성 정책의 문제점을 인정한 점은 가장 큰 성과라고 할 수 있다.
지난 12월 21일, 미술교육학회와 교사단체를 중심으로 미술교육 공동대책위원회(아래 대책위)가 급히 꾸려졌고, 세종 정부청사를 방문하여 교육부 담당자와 면담을 추진했다. 면담 참석자에 의하면, 교육부 담당자는 이 면담에서 이번 연수는 지금까지의 법령과 교육부 정책에 의거한 것이며 지속적으로 전과를 통해 교원 수요를 조절해왔다는 사실과 정책의 문제점을 인정했다고 한다.
다만 이 문제에 대한 교육부와 시도교육청의 어려움이 있으며 이 정책은 과원, 부족 교과 교원 문제 해결을 위한 최후의 수단으로 사용하고 있다는 점을 강조했다고 한다. 또, 복수 자격 제도의 대안에 대한 사회적 논의가 필요하다는 점과 추후 교육청의 유사한 요청이 있을 시에는 면밀히 검토할 것을 약속했다고 한다.
교육부가 현장의 목소리에 귀기울이고 유연하게 대처한 것은 다행한 일이다. 자칫 교육현장의 갈등을 불러올 수도 있는 상황이었기 때문이다. 다수의 미술교사들은 이번 사태가 비단 미술 교과만의 문제가 아니라는 점에 주목하고 있다. 정책 방향이 바뀌지 않는 이상 언제든 재발할 수 있다. 이번에는 미술, 정보컴퓨터, 윤리도덕이었지만 내일은 어느 교과가 대상이 될지 아무도 모르기 때문에 교육주체들의 많은 관심이 필요하다고 말한다.
대책위와의 면담에서 교육부 담당자가 인정했듯 과원, 부족 교과 문제를 복수 전공 연수로 해결해 온 것은 오랜 관행이었다. 교육과정이나 교육정책이 바뀔 때마다 유사한 정책이 시행되었다. 최근 부각되고 있는 정보컴퓨터 교과도 한때 그 대상이어서 대다수 교사가 다른 교과로 전과를 했지만 불과 십수 년 사이에 다시 교원이 부족한 교과가 되었다.
또 환경, 기술가정교과를 비롯한 여러 교과 교사들이 교과 소멸 또는 수업 시수 축소란 위기감 속에 전공과 아무런 관련 없는 교과로 전과를 선택했다. 이는 교사의 자존감 하락으로 이어질 수밖에 없으며, 공교육에 대한 신뢰는 물론 교육의 질 하락을 가져올 수도 있는 중요한 문제다.
교육부에 묻고 싶다. 이번과 같은 교원 양성과 관련한 자격 연수 정책은 미래에도 여전히 유효할 것인지.
저출산으로 인한 학령인구 감소와 2025년 고교학점세 실시를 앞두고 있는 지금 시점에서 과원교과와 교원 부족 교과 문제는 언제라도 생길 수 있다. 교육부는 그때마다 복수 전공 연수로 임시 대처할 것이 아니라면 지금이라도 제대로 된 준비를 해야 한다. 한 사람의 전문성을 갖춘 교사가 탄생하기 까지는 오랜 시간과 비용이 든다. 전공과 무관한 교과로의 전과는 사회적 비용을 매몰시키는 것이기도 하다.
만일 지금과 같은 방식이 불가피하다면 어떤 내용과 기간의 연수를 준비해야 하는지, 그 대상은 어떻게 선정해야 하는지에 대한 논의도 필요하다. 과거 전과를 했던 교사들의 전공 적합도나 만족도, 어려움에 대한 연구는 예상되는 문제 해결에 많은 도움이 될 것이다.
또 과원교과 교사를 전과시키기 이전에 복수전공 자격증을 가지고 있는 교원의 통계를 중심으로 이들의 전과를 먼저 고려하고, 현재 교과의 전문성을 살릴 수 있는 과목 선택권 부여 등 연수 대상자 선정에도 보다 신중한 접근이 필요하다. 고교학점제 시행과 관련해 새로운 교과 수요도 한 대안이 될 수 있을 것이다.
더 늦기 전에 교육부와 교사, 교원단체가 서로 머리를 맞대고 교사의 전문성을 살리면서 이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방안을 찾아야 한다. 더불어 교원단체들도 교사가 교과교육 전문가로서의 자부심을 가지고 교육할 수 있게 교원 양성정책에도 관심을 가져주면 좋겠다. 교사가 전문성과 자긍심을 가지고 교육할 때 아이들도, 우리 교육도 더불어 풍요로워질 것이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