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뽀시락 Sep 18. 2015

인간, 믿는 것일까 생각하는 것일까?(삼편)

베이컨의 '시장의 우상'을 통해 본 인간

* 생각 좀 하고 살자는 마음으로 쓰는 철학 매거진


동글의 우상에 이어 베이컨이 말한 세 번째 우상인 '시장의 우상'에 대해 생각해보겠습니다. '시장의 우상(idola fori)'이란 인간의 언어가 가진 불완전함에 기대어 지식을 형상하는 우상을 가리킵니다. 일상적으로 사용하는 단어들은 대체로 정확하고 세심하기 보다는 대다수의 사람들이 이해할 만한 정도의 수준을 반영하기 때문에, 그 뜻이 너무 방만해지고 오용되는 경우가 있습니다. 학자들 역시 이러한 일상 언어 수준으로 학문을 하다 보니 지식에도 오류가 발생할 수 있다는 내용이죠.

인간의 언어가 올바른 인식의 걸림돌

베이컨은 인간의 언어가 인식의 걸림돌이 되는 경우를 두 가지로 보았습니다. 하나는 명칭만 있고 실재하지 않는 것들을 상정하는 것이죠. '불의 원소'와 같이 단지 상상한 것들에 지나지 않는데도 거기에 명칭을 부여해 실재하는 것처럼 가정하는 일입니다. 다른 하나는 실재하기는 해도 잘못 추상하거나 불충분하게 정의내린 것들입니다. '습한 것'을 두고 다른 물체로 확산하는 성질을 갖는다거나 고정된 형태를 갖지 않는다고 추론하는 예를 들 수 있습니다. 이 외에도 인간의 언어에는 여러 단계의 왜곡과 오류가 있다는 사실도 지적했죠.


이렇게 없는 것에 명칭을 부여해 있다 여기거나, 잘못된 추론으로 나온 결과를 검증 없이 수용하여 자기 주장의 대전제나 근거로 삼는 것에서 문제가 시작됩니다. '시장'이라는 장소는 누구나 모이는 곳이라 기본 상식만 통해도 소통이 가능한 공간입니다. 학문을 하듯 꼼꼼이 분석하고 찬찬히 탐구하며 냉정히 비판할 필요가 없는 곳이죠. 주관적인 믿음을 객관적이라 여겨도, 그것이 진실인마냥 떠벌린다 해도 큰 문제가 되지 않습니다. 흥정이 있는 곳엔 언제나 속임수가 존재하기 마련이니까요.

시장, 근거 없는 믿음이 넘쳐나는 곳

시장에서 '소문'이 잘 나는 이유도 거짓된 사실도 참된 사실로 믿어버리기 때문입니다. 말 그대로 '믿어버리는' 것이죠. 남을 이용하기 위해 믿게 만들거나, 자기를 설득하려고 믿고 싶은 대로 믿기도 합니다. '그럴 듯 한 게' '그러한 것'이 되고, '그렇다 카던데' 가 또한 '그런 것'으로 쉽게 둔갑하죠. 어느덧 시간이 지나고 이러한 과정이 반복되면 '나도 모르게' 자기 믿음을 공고히 하고 이를 사실처럼 받아들입니다. 이렇게 근거 없는 믿음으로써 타인과 자기를 속이고 진실을 외면하는 것을 일컬어 '기만'이라 부릅니다.


인간은 '언어'를 통해 생각합니다. 그런데 가만히 살펴보면, 평소 자신이 사용하는 단어를 자주 반복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언어 사용이 제한되면 생각 역시 제한될 수밖에 없습니다. 더군다나 일반적으로 통용되는 단어들만 사용하다 보면 생각은 상식 선상에 머물게 됩니다. 상식은 누구에게나 필요하지만 '상식적이기만' 한 경우에 문제가 되겠죠. "나도 상식은 있어."라고 말하는 게 자랑이 되어서는 안 됩니다. 상식이 통하는 것만으로도 세상은 더 좋아질 수 있으나 그 상식이 하향 평준화 된다면 지식도 무용지물이 될 수 있습니다.

언어의 불완전함이 생각의 불완전함으로 이어져

언어의 불완전함은 생각의 불완전함으로 이어집니다. 근거 없는 믿음도 사실이라 여길 때가 많은데, 언어마저 불완전하니 그에 따른 생각 또한 불완전할 수밖에 없죠. 기존의 단어에 자기 생각을 담기 보다 자기 생각에 알맞도록 개념을 확장시키는 노력이 필요합니다. 그 확장의 과정에서도 자기의 생각과 언어를 조심스럽게 검토해 나가야 더욱 체계적이고 함축적인 생각으로 발전할 수 있습니다. 연륜 있는 학자의 말에 많은 이들이 고개를 끄덕이는 것도 그가 수천 번 수만  번 자기 생각과 언어를 다듬어 왔기 때문입니다.


시장엔 아무나 갈 수 있는 곳이고, 아무 생각 없이, 아무 얘기나 떠들 수 있는 곳입니다.

말이 말을 낳고 그 말이 또 다른 말을 낳듯 생각도 꼬리에 꼬리를 물기 마련입니다.

어떤 언어로 그 꼬리를 무느냐에 따라 생각도 달라질 수 있습니다.




생각을 생각하다 - 바스락 https://www.basolock.com/

나의 홈피이자 블로그


매거진의 이전글 인간, 믿는 것일까 생각하는 것일까?(사편)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