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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rams drawing Oct 14. 2016

2016. 10. 08

야구 좋아하세요?

지 애비가 죽어도 저렇게 울진 않겠다.



각설하고, 대전구장 근처 칼국수집에서 티비로 경기를 보면서 식사를 했다. 전 좌석이 매진이어서 중간 입장이 되지 않았다. 근처에서 식사 후 불꽃놀이를 보겠다는 오기로 식사를 주문하고 티비로 경기를 보았다.  5 : 0으로 5초까지 지고 있던 상황에서 8회 3점을 내고, 9회에 1점을 더 내면서 어찌 될지 모르는 긴장감이 묘하게 흥분시켰다.  칼바람 부는 날씨와 다르게 경기는 점점  뜨거워졌다.

오늘이 2016년 한화 이글스의 마지막 경기였다. 간절하게 두 손을 모르고 입 모양이 '제발  제발' 하는 사람들이 화면 가득 스쳤고 한 검은 유니폼을 입은 아가씨가 클로즈업되었다. 어찌나 눈물을 흘리는지 사실 민망한 모습이기도 했지만  괜스레 나도 같이 코끝이 찡 해지면서 눈물이 나와 조심스럽게 눈가를 적셨다. 5 : 5 스코어를 만들며 연장에 돌입하자 아가씨의 모습은 계속 올라왔다. 다시  아가씨의 얼굴이 나오자 콧수염을 기르고 '리셀 웨폰'의 멜 깁슨 스타일로(1, 2편의 멜 깁슨) 머리에 힘을 준 주인아저씨가 큰소리로 말했다.

"지 애비가 죽어도 저렇게는 안 울겠다. 하하하하" 사장님이 큰소리로 이야기하자 서빙을 보시는 아주머니도 같이 웃었다.  눈은 티비를 보고 귀로는 아저씨의 말을 듣고 입은 칼국수를 넣으면서 이 집에 두 번째로 오는 일은 없겠다고 생각했다.


야구를 보는 데 눈물을 흘리는 것과 영화를 보며 눈물을 흘리는 것은 다르지 않다. 야구의 러닝타임이 보통의 스포츠 경기보다 긴 시간을 자랑하다 보니 상승 하강곡선이 들쑥날쑥하기가 이루 말할 데가 없다. 게다가 까다롭고 복잡한 경기 룰들과 개인 플래이와 팀 플래이의 극단적인 조화가 버무려진 매력적인 모습을 갖고 있다.(이 부분에 대해서는 다른 단체 종목 역시 그럴 테지만 야구는 무언가.. 더 드라마틱한 부분이 분명히 있다. '축구도 그렇다!'라고 반박하는 이들도 많지만 축못인 내가 볼 때 축구 단순한 룰에다가 주야장천 뜀박질하는 모습이 무언가 리듬감보단 속도감이 맞는 것 같다.  지극해 내 개인적 글 이므로 비난은 반사! 각자 느끼면 되는 거지. 그럼.)

그런데, 야구경기 중에서도  그 경기가 하필 '한화 이글스'라면 증폭기 100배의 상승 하강곡선을 탄다.

"야구를 하라고 했더니 드라마를 찍고 있네"

"야구를 보러 왔더니 영화 한 편 보고 왔네."

약속의 8회. 기적의 9회.

올해 한화 이글스의 역전승이 이 유행어들을 만들었다.(다른 팀들 부들부들 금지.. 시즌 초부터 혼자 코시 찍던 것은 사실이잖아?)

-이런 댓글을 만든 그대들은 표현의 천재들. 부라보~! 예아~

 

어찌나 굴곡지는지.. 야구경기를 보는데 내 인생을 보는 것 같다. 끝날 때까지 끝난 것이 아니고, 기사회생하듯 진짜는 9회 말 2 아웃부터, 다 된 경기에 에라 몇 방으로 승리 토스하기도 하고, 나랑 장난 지금 하냐 뭐 하자는 거냐.. 무기력하기 짝이 없는 헛스윙 퍼레이드,  내일은 없다는 듯  미친 듯이 질주해서 슬라이딩 홈인, 나도 잘하는데 더 잘하는 괴물 같은 놈이 나타나고, 망했다... 생각하고 좌절하는 순간 구원 같은 슈퍼캐치로 살려주는 구원자 동료가 있고, 완벽한 플래이에 때 아닌 심판 뿌리기(눈을 떠라 눈을 떠라.. 물론, 비디오 판독이 있지만 스트라이크존은 가끔 너무하잖아?) 미친 외야 관중의 홈런볼 캐치로 망한 2루타...........................


그래. 야구 안에 인생이 다 들어가 있다.


나 혼자 잘해도 안되고 내가 안될 땐 동료가 있기도 하고 날씨가 안 따라줄 때도 있고 홈런볼이 폴대 맞고 튀어나오듯 이건 나만 안되라고 누가 굿을 하나 싶을 때도 있고 짜릿한 삼진 행렬이 이어지듯 세상을 다 가진 듯 나아가기도 한다. 그리고 다음날 언제 그랬냐는 듯 사구 남발로 고개를 떨구고 어제의 콧대가 팍 고꾸라질 때도 있다.

야구 안에 인생이 다 담겨있다. 사람이. 맛이. 열정 한가득 다 담겨있다.


한차례 구운몽같은.

그래서 눈물이 난다.

져도.. 내일은 이기겠지...

이기면 좋겠다. 이기길 바라는 마음으로 직관을 가서 폭망 하고 다시 집에 가는 길에서 언젠가 이기겠지.. 중얼거려보는.

 나에게 하는 위안 같은 이 말 들.


태풍의 눈 안에 들어와 버린 나뭇가지의 마지막 가랑잎 같은 내 처지가 야구 안에서 보인단 말이다. 그런 경기에서 무언가 이길 수 있다는 희망이... 김태균의 2루타가... 정근우의 안타 한방이.. 뭔가 하나만 좀 더.. 제발 하나만... 그렇게 좋아지길.. 이겨주길... 두 손으로 간절하게 바라는 뜨거운 눈물에 비웃음을 날리는 저 오만함에 칼국수 맛이 떨어졌다.

"난 저 아가씨 마음 아것같아, 언제 그랬냐는 듯 집에 갈 땐 멀쩡하게 웃으며 가겠지만 야구는 그냥 재미로 보면 저렇게 응원 못하지. 아버지 죽을 땐 눈물이 안 날 수도 있어. 실감이 안 날 수도 있잖아.

우리는 보살이 아니야. 매번 지는 것을 참는 것이 아니라, 언젠가 이기는 날, 언젠가 가을야구, 언제가 한국시리즈, 언젠가 우승. 내 인생에도 볕 뜰날 기다리듯 그렇게 기다리는 것뿐이야."

스포츠 하나에 뭔 그렇게 진지 빠냐고? 그냥 재미로 치부하기에 우리의 요즘 살이는 너무 힘들고 어렵고 슬픈 일들이 많아서.. 그래서.




아가씨.. 난 당신을 응원해요.





Bravo mY life.


8회에 잠실을 흔드는 노래. 두산 팬들의 고정 곡이지만 같은 마음으로 목청껏 부르는 이유다.

모든 팬들은 울대가 매이도록 부를 것이다.(나는 아닌데?? 깐죽은 잠시 접어두자.)

깊게 들여다보면 우리 모두는 그런 마음으로 누군가를 응원하고 감동하고 기대하고 기뻐하고 그만큼 실망하고 좌절하기도 한다. 모든 이유는 아마도 희망을 품기 때문이 아닐까. '느그들이 프로가'라고 욕할 수도 있고 망하라고 저주를 퍼붓기도 한다. 하지만 땀 흘려 번 돈을 기꺼이 다음 경기에 쓰는 모습을 보면 안다. 그리고 언제 그랬냐는 듯 신나서 노래를 부르고 맥주 한잔 홀짝이며 이번엔 홈런이라며 홈런을 칠 거라고 홈런을 치라고 외칠 것이다.

내 인생도 안타 치고 홈런 치고 안타 치고 홈런 치라고,

그 마음을 안고 말이다.


야구 안에 한살이 인생이 들어있다.

그래서 눈물이 난다.

2017년에도 다들 건강하게 다시 봅시다.





필자는 한화 이글스 팬이므로 타 팀의 불편한 표현이 있을 수도 있어요. 기분 나빴다면 미안합니다~ '메들'은 혼자, 남의 사에 참견하는 거니까.. 이런 애도 있구나.. 인생이 고달픈가 보다.. 생각이 든다면, 맞아요. 인생 사는 게 힘듭니다. 뭐든 뜻대로 되는 것이 없죠. 그래도 개똥밭에 굴러도 이승이 좋은 거니까. 야구 보며 기쁨을 대리 만족합니다. 며칠 전 와일드 카드전은 정말 엄청나게 재밌었죠. 진정한 팬은 가을야구 못 갔다고 야구 안 보고 그런 꿍한 짓 하지 않잖아요? 그렇죠? 다들 감기 조심하시고.. 그냥 그렇다고요. 내년에 야구 보다가 훌쩍거리는 사람을 보아도 놀리지 말고 슬며시 안아줍시다. 같은 팀 응원하는 동지잖아요? 퐈이팅! 불꽃 이글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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