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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놀PD Sep 21. 2021

돈의 심리학

원래 돈에 관심이 많았지만 요즘 들어 부쩍 더 관심이 많아졌다. 흔히 말하듯 갑자기 벼락거지가 되었기 때문만은 아니다. 그동안은 자본주의의 움직이는 속성 자체보다 명분과 도덕, 정치적 윤리성에 더 관심을 가졌기 때문이리라. 그런데 어느 순간 정치적 피씨함이라는 게 정말 힘이 없다는 생각이 들기 시작했다. 불공정함에 대한 뜨거운 분노가 있으면 무엇하나. 그것을 차가운 이성과 자본주의의 틀로서 납득하지 못한다면 그저 순간의 분노일 뿐이다. 분노는 힘이 세지만 그것이 사회를 바꾸지는 못한다. 사회를 바꾸기 위해서는 시스템에 대한 이해가 필요하고, 이는 사회뿐 아니라 내 삶을 바꾸기 위해서이기도 하다. 


이러저러한 멋진 말들을 해대지만 결론은, 돈은 생존의 문제이기 때문이다. 정치적 피씨함이나 윤리, 명분이 나의 생존을 책임져주지 않더라. 그리고 이제까지 우리가 받아온 교육은 이런 생존에 대한 부분을 너무나 간과해왔다. 정치, 윤리, 명분, 다 좋다. 하지만 그것들이 중요한 만큼 내 삶의 만족도나 내 삶의 풍요로움도 너무나 중요하다. 또한 그것이 양분되어 있는 것 또한 아니다. 이것이 바로 자본주의의 최전선에 선 나의 결론이다. 


돈에 대한 책은 대체로 3가지 정도로 나누어지는 것 같다. 첫째, 나는 돈을 이렇게 벌었다. 너는 이렇게 돈을 벌어라(본인의 노하우를 공유). 둘째, 부자의 생각과 빈자의 생각은 이렇게 다르다. 생각부터 바꿔라(마인드셋), 셋째, 이론과  수많은 사례에 비추어 생각해봤을 때 돈은 이렇게 다루어야 한다는 자신의 통찰을 이야기(이것이 첫번째와 다른 점은, '벌어라'에 중점을 두는 것이 아니라 '다루어라'에 중점을 둔다는 점, 그리고 자신의 경험론에 근거한 이야기라기 보다는 이론을 바탕에 두고 사례를 모아 그 안에서 길어올린 통찰을 담았다는 점)일 것이다. 첫번째 유형으로는 수많은 재테크 도서들이 있겠다. 두번째는 <부자 아빠 가난한 아빠> 같은 종류의 수많은 자기계발서들이 있을 것 같다. 세번째 도서가 아마도 내가 요즘 읽기 시작한 부류의 책인 것 같다. 그중 오늘 이야기할 책은 <돈의 심리학> 


이 책은 모건 하우젤이라는 신문기자가 수많은 부자들을 인터뷰하면서 행동경제학에 기반해 돈에 대한 사유를 정리한 책이다. 그는 열심히 하다보니 성공했다.는 결과론적 오류에 빠지 않고, 끌어당김 덕분이었다는 기복신앙에 넘어가지 않고 무조건 많이 벌어라(무조건 주식해라, 부동산해라 등등)의 금융만능주의에도 빠지지 않는다. 그가 궁금한 것은 큰 부자와 크게 실패한 자들 사이에 보이는 한 끗 차이, '어디까지가 리스크이고 어디까지가 행운일까'부터 시작해 '합리적 인간'이라는 허상, 그리고 가장 중요한 돈과 시간, 즉 돈과 인생의 관계에까지 나아간다. 


우선 첫째, 어디까지가 리스크이고 어디까지가 행운일까? 그는 이렇게 말한다. 


" 토자자와 기업가 주변에서 오랜 세월을 보내고 나니, 나는 다른 누군가의 실패는 보통 잘못된 의사결정 탓이고, 나 자신의 실패는 보통 리스크의 어두운 면 때문임을 깨달았다. 내가 당신의 실패를 판단할때는 깔끔하고 단수한 원인과 결과를 가진 스토리를 선호할 가능성이 크다. 왜냐하면 나는 당신 머릿속에서 벌어지는 일을 알지 못하기 때문이다. "결과가 나쁜 것을 보니 당신의 잘못된 의사결정이 원인이었던 게 틀림없다."라는 게 나에게는 가장 합리적인 스토리다. 그러나 나 자신을 판단할 때는 나의 과거 의사결정을 정당화하고 나쁜 결과를 리스크 탓으로 돌릴 수 있는 엄청난 내러티브를 만들어내는 것이 가능하다. (56) 


대담함과 무모함을 가르는 선은 아주 얇다. 우리가 행운과 리스크에게 제대로 된 자리를 찾아주지 않으면, 그 선은 종종 눈에 보이지 않게 된다. .. 더 중요한 것은, 성공에서 행운이 차지하는 역할을 인정한다면, 리스크의 존재는 우리가 실패를 판단할 때 나 자신을 용서하고 이해의 여지를 남겨야 한다는 뜻임을 아는 것이다. 겉으로 보이는 것만큼 좋은 경우도, 나쁜 경우도 없다. (64)


그렇다면 행운과 리스크는 어떻게 구별되는가? 그 답은 바로 이것이다. "가지고 있지도 않고 필요하지도 않은 돈을 벌기 위해서 그들은 자신이 가진 것, 필요한 것을 걸었다. 이는 바보 같은 짓이다. 그냥 순전히 바보 같은 짓이다. 당신에게 중요하지 않은 무언가를 위해 당신에게 중요한 무언가를 건다는 것은 그냥 말도 안 되는 짓이다."(75) 그렇다, 이것이 바로 행운과 리스크를 가르는 최소공배수다. 나에게 중요한 무언가를 리스크에 걸지 말 것. 이것이 돈을 다루는 첫번째 원칙이라고 나는 생각한다. "현대 자본주의는 두 가지를 좋아한다. 부를 만들어내는 것과 부러움을 만들어내는 것, 아마 두 가지는 서로 함께 갈 것이다. 그러나 '충분함'을 느끼지 못한다면 삶은 아무 재미가 없다. 사람들이 흔히 말하듯, 결과에서 기대치를 빼는 것이 행복이다. "(77)


그리고 그 충분함을 만드는 가장 강력한 툴은 바로 '시간'이다. 바로 복리의 힘을 가진 '시간' 말이다. 그 말은 곧 부자가 되는 게 중요한 게 아니라, 부자로 '사는'게 중요하다는 뜻이다. 부자는 조금의 운이 받쳐준다면 누구나 될 수 있다. 흔히 말하듯 누구에게나 몇 번의 기회가 오기도 한다. 하지만 부자로 '사는'것은 다르다. 이것은 운의 문제가 아니라 자신의 철학과 습관의 문제다. 왜냐하면 금전적 성공은 한마디로 '생존'과 관계가 있기 때문이다. 저자는 이렇게 말한다. 


"돈 문제에 있어 '생존'이라는 사고방식이 그토록 중요한 데는 두 가지가 이유가 있다. 첫번째는 당연한 이유다. 아무리 큰 이익도 전멸을 감수할 만한 가치는 없다. 두 번째 이유는 앞에서 본 것처럼 복리의 수학적 원리가 직관적이지 않다는 점이다. (105) 


유리한 고지에 서기 위해서는 파산하지 않아야 한다. 파산하지만 않는다면 결국엔 가장 큰 수익을 얻는다. 현금 덕분에 우리는 약세장에서 주식을 팔지 않아도 되고, 계획이 계획대로 되지 않을 때 대비할 수 있다. 저자는 이를 '안전마진'이라고 부르는 데 안전마진은 보수적인 것과는 다르다. 보수적인 것은 특정 수준의 리스크를 회피하는 것이지만, 아전마진은 생존확률을 높임으로써 주이진 리스크 수준에서 성공 확률을 높이는 것이다. 안전마진이 넓다면 결과가 그리 우호적이지 않다도 여전히 유리한 고지에 설 수 있다. (111)


그리고 안전마진은 최악의 순간 우리에게 이성적으로 행동할 수 있는 여유를 준다. "투자자로서 당신이 성공할 수 있느냐를 가름하는 것은 자동주행 모드로 유유히 달리던 수많은 세월이 아니라, 간가이 끼어드는 공포의 순간에 당신이 보이는 반응이 될 것이다. 우리가 투자의 천재를 훌륭하게 정의해본다면 '주변 사람들이 모두 미쳐갈 때 평범한 것을 할 수 있는 사람'이 될 것이다. 꼬리가 모든 것을 좌우한다. (129) 조지 소로스는 언젠가 이런 말을 했다. "맞는가, 틀린가 그것이 중요한 게 아니다. 중요한 것은 옳았을 때 얼마를 벌었고, 틀렸을 때 얼마를 잃었는가이다."(134)


이제 근본적으로 생각해보자. 나는 왜 돈을 벌려고 하는가? 그것은 돈이 자본주의사회에서 '자유'를 줄 수 있기 때문이다. "원하는 것을 원할 때 원하는 사람과 함께할 수 있다는 사실이야말로 사람을 행복하게 만드는 가장 뚜렷한 생활양식상의 변수였다."(141) 그중에서도 돈이 주는 가장 큰 가치는 내 시간을 내 맘대로 쓸 수 있게 해준다는 것이리라. 그러기위해 우리는 부자가 되어야 한다. 그리고 부자가 되는 유일한 방법은 가진 돈을 쓰지 않는 것이다. 이는 부를 축적하는 유일한 길일뿐 아니라. 바로 부의 정이다. 즉, 부는 쓰지 않는 소득이다.(164)부란 벌어들인 것을 쓰고 난 후 남은 것이 축적된 것에 불과하다. 소득이 높지 않아도 부를 쌓을 수 있지만 저축률이 높지 않고서는 부를 쌓을 가능성이 전혀 없다. 이 사실을 고려하면 소득과 저축율, 둘 중 어느 것이 더 중요한지는 명확하다. (174)


"내 시간을 내 뜻대로 쓸 수 없으면 불운이 던지는 대로 무엇이든 수용하는 수밖에 없다. 그러나 시간을 마음대로 쓸 수 있는 유연성이 있다면 황금 같은 기회가 눈앞에 뚝 떨어질 때까지 기다릴 여유가 있다. 이게 바로 저축의 숨은 혜택이다. 어쩌면 은행에 있는 이자율 0프로짜리 저축은 엄청한 혜택을 줄지도 모른다. 저축이 있다면 월급은 적지만 내가 바라는 더 큰 목적이 있는 직업을 선택할 수 있다. 저축이 있다면 간절한 순간 갑자기 찾아온 절호의 투자 기회를 잡을 수 있다."(179)


"대부분의 일은 이론상으로 볼 때보다 실제로 해보면 더 어렵다. 때로 우리가 자만하는 탓도 있지만, 더 큰 원인은 우리가 성공의 대가를 잘 알아보지 못해 그 값을 제대로 치르지 못하기 때문이다."(255)


이 책에서 가장 핵심적인 부분은 나는 시간에 대한 통찰이라고 생각한다. 그 시간에는 3가지 의미가 있다. 1. 시간의 주권을 소유한 사람이 인생의 주인이다. 2. 시간은 돈으로 얻을 수 있는 가장 큰 배당금이다. 3. 자산의 가격은 시간의 얼마나 소유하고 있는가에 따라 달라진다. 이 중 첫번째와 두번째는 많이들 생각하는 것이다. 그렇다면 세번째는? 저자는 이렇게 말한다. 


"금융 세계에는 나쁜 개념이 하나 있다. 악의는 없어 보이지만 이루 헤아릴 수 없을 만큼 막대한 손해를 끼치고 있는 개념이다. 바로 '자산에는 단일한 합리적 가격이 있다.'는 생각이다. 정작 투자자들은 서로 다른 목표와 시간 계획을 가지고 있는데 말이다. 스스로에게 물어보라. 오늘 구글의 주가는 얼마여야 하는가? 그 답은 '당신'이 누구냐에 따라 달라진다."(271) 



그렇다. "투자자들이 서로 다른 목표와 시간 계획을 갖고 있다면(실제로 모든 유형의 자산에서 그렇다.), 누군가에게는 말도 안 되어 보이는 가격이 다른 사람에게는 합리적일 수 있다. 서로 눈여겨보는 요소가 다르기 때문이다. (272)



다른 투자자들이 나와 다른 목표를 가졌다는 사실을 이해하기는 쉽지 않다. 왜냐하면 이성적인 사람들이 나와 다른 렌즈로 세상을 볼 수 있음을 깨닫는 것이 심리학적으로 쉽지 않기 때문이다... 하지만 중요한 건 우리가 다른 게임을 하고 있는 사실이다. 내가 이 사실을 이해하는 데는 꽤나 오랜 시간이 걸렸다. 여기서 알아야 할 건 다음과 같다. 



돈과 관련해 가장 중요한 점은 내가 시간을 어떻게 보고 있는지를 이해하고, 나와 다른 게임을 하는 사람들의 행동에 설득당하지 않는 것이다. 당신이 지금 어떤 게임을 하고 있는지 파악하는 데 비상한 노력을 기울여라. 그렇게 하는 삶이 얼마나 적은지 알면 놀랄 정도다. 돈을 투자하는 모든 사람을 가리켜 '투자자'라 부른다. 마치 농구 선수들이 같은 규칙을 가지고 같은 게임을 하는 것처럼 말이다. 하지만 이런 생각이 얼마나 잘못됐는지를 깨달으면, 내가 어떤 게임을 하고 있는지를 파악하는 이 간단한 일이 대단히 중요하다는 것을 알 수 있다. (279)



그래서 저자는 향후 30년을 바라보는 낙관적이고 수동적인 투자자가 되기로 한다. 그의 순자산은 집, 체크계좌, 뱅가드 인덱스펀드 몇 가지가 전부다. 그는 이 이상 복잡할 필요가 없다고 말하낟. "투자에 대한 나의 깊은 신념 중 하나는 이것이다. '투자 노력과 투자 결과 사이에는 상관성이 거의 없다' 그의 투자 전략은 투자 대상을 잘 선택하거나 다음번 경기침체 시기를 잘 포착하는 것과는 상과없다. 그저 높은 저축률과 인내심, 세계 경제가 향후 수십 년간 가치를 창출할 거라는 낙관적 시각에 의존한다. 투자를 위한 노력의 사실상 거의 전ㄴ부를 이 세 가지를 생각하는 데 쏟고 잇다. 특히 내가 통제할 수 있는 앞의 두 가지, 저축률과 인내심에 말이다. (355)



내가 이 책을 통해 깨닫게 된 건 다음 세가지다. 돈의 세계에서 모두가 같은 게임을 하고 있는 것이 아니라는 걸 기억하라. 2. 나는 무슨 게임을 하고 있는지 기억하라 3. 안전자산+투자자산 돈의 트랙을 투 트랙으로 움직일 수 있도록 계획하라. 가장 중요한 건, 안전자산. 그리고 부자가 되는 것보다 부자로 사는 것이 훨씬 더 중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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