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예산 필름메이커의 빛, AI
2024년 부산국제영화제 단편경쟁 부문에서 내가 촬영을 했던 영화가 상영하였다. 영화진흥위원회에서 제작지원을 받아서 촬영한 작품이지만 그래도 돈은 항상 부족하다. 수영 영화였는데 수중 촬영은 직접 해야 했고 수중 스튜디오는 구할 돈이 없었다. 그래서 직접 수중 촬영을 하였고 빌렸던 수영장에서 최대한 다양한 장면을 만들어 내야 했다.
찍을 때는 일단 찍자! 마인드였다. 후반의 내가 알아서 하겠지 하는 마음으로 찍었다. 그리고 찍은 것을 볼 시간도 없었다. 되는대로 무작정 찍었고 후반도 내가 책임져야 하는 상황이었다. 항상 그렇듯이 급하게 찍다 보니 아쉬운 부분들이 많았지만 가장 아쉬웠던 부분은 이 영화의 가장 중요한 수중씬이었다. 주인공의 감정이 수영을 통해서 많은 부분 바뀌게 되는데 찍었던 수영장에서는 불가능한 샷이었다. 원했던 샷은 물속에서의 익스트림 롱샷이었고 이를 구현하려면 거대한 수중 스튜디오가 필요했다. 하지만 나는 일단 찍었다.
결과부터 보여주자면 위 영상과 같은 작업을 하였다. 극의 흐름상 확장된 사이즈 정도의 샷 사이즈가 필요했다. 찍을 때까지만 해도 솔직히 이런 작업 방식을 생각하지 않았다. 하지만 저 작업 방식은 내가 2022년 당시에 평소에 AI를 공부하던 곳에서 비롯된 방식이다.
방법은 간단하다. 저런 롱샷이면 보통 가운데에서만 인물들이 움직인다. 그래서 본래 찍어둔 소스를 한 프레임 캡처하여 포토샵으로 생성형 채우기를 한 것이다. 그리고 프리미어 상에서 해당 사진과 원본 소스를 잘 튀지 않게 만진 것 밖에 없다. 물론 지금은 런웨이를 비롯한 다른 생성형 동영상 플랫폼에서 화각 확장을 지원하지만 2022년 당시에는 생성형 이미지 툴들이 대부분이었다. 그래서 저 방법을 다른 컷들에도 적용해보기도 하였다.
원래는 창문을 제대로 걸고 찍었어야 하는 샷인데 부족한 촬영실력 탓에 애매하게 찍힌 샷이다. 나의 부족한 실력을 AI로 어느 정도 커버 해보려고 했던 시도이다. 작은 시도이지만 보정 전의 컷으로 했을 때는 창틀이 거슬리다는 평이 많았는데 확장 후 어느 정도 이를 해결하였다.
이후 기술이 더 발전해서 2024년에는 인서트를 재촬영해 보는 작업을 해보았다. 촬영장에서 항상 아쉬운 부분이 무빙을 하기 위해서는 많은 그립장비가 필요하다는 것인데 현실은 세팅시간 마저 부족할 때도 많다. 촬영 때 사용했던 카메라가 Alexa mini라는 카메라인데 상당히 무거워서 카메라 무빙을 줄 때에도 큰 장비들이 필요하다. 하지만 나는 이를 AI를 통해 해결해보려고 하였다.
위의 원본은 사진처럼 픽스샷이었다. 하지만 편집을 다 한 후 어느 정도 피가 흐르면서 카메라가 가까이 다가가면 좋겠다는 생각을 하였다. 그래서 아래 영상처럼 작업을 해보았다. 해당 AI는 루마 AI를 사용했으며 2024년 초반의 기술이다. 현재는 아마 훨씬 더 잘 나올 것이다.
위 장면들을 작년 부산국제영화제 롯데시네마의 대형 스크린으로 보았을 때 AI의 힘을 비로소 느꼈다. 아무도 AI 작업을 인지하지 못하고 몇몇 스텝들은 말해준 뒤에야 AI 작업이 들어간 것을 알아챘다. 그냥 잘 찍힌 장면으로 인지했다는 것이다. 물론 이는 CG 도 비슷한 효과를 줄 것이지만 나는 저 장면을 위해서 어도비 구독료 밖에 들지 않았다. 항상 독립영화에서 자본의 제한으로 상상력이 제한되는 현실이 슬펐다. 하지만 이러한 도구의 등장은 독립영화에게 새로운 구세주와도 같을 것이다. 나 또한 계속해서 촬영을 하기 때문에 언젠간 실사+AI의 기가 막힌 조합의 촬영을 할 날을 꿈꾸며 글을 마무리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