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치 공학(VE)과 애자일(Agile)
# 타겟 부위: I (Insight) & P (Power)
# 현재 상태: 100% 완벽한 설계도를 그리느라 착공조차 못 하고 있음. 과잉 설계로 인해 비용(스트레스)이 기능을 초과함.
# 시공 목표: 가치 공학(VE)을 도입하여 불필요한 스펙을 걷어내고, 적정 품질로 효과극대화
※ SPIM 도구가 처음이라면 1화를 참고하십시오.
"저는 완벽주의자라 대충 하는 걸 못 참아요."
현장에서 이 말은 칭찬이 아니라 해고 사유입니다.
100원짜리 기능을 구현하기 위해 1,000원의 자재를 쓰는 사람을 우리는 '유능하다'고 하지 않고 '무능하다'고 부릅니다.
완벽주의는 높은 기준이 아닙니다.
비난받기 싫어하는 방어 기제이자, 실패할 확률을 0%로 만들려는 강박적 결벽증일 뿐입니다.
완벽한 건물은 세상에 없습니다.
준공된 건물과 설계도상의 건물만 있을 뿐입니다.
"준비되면 시작할게요."
"살 좀 빼면 프로필 사진 찍을게요."
"실력 좀 쌓이면 글 쓸게요."
이런 사람들의 특징은
평생 '준비 중'이라는 팻말만 걸어놓고 벽돌 한 장 쌓지 않는다는 겁니다.
머릿속에는 63빌딩보다 멋진 건물이 서 있겠지만, 현실의 대지는 황무지입니다.
현장에서 이런 사람을 종종 봅니다.
사무실에 앉아 CAD 도면만 몇 달째 수정하는 설계자.
"여기 기둥 위치가 3cm만 더 오른쪽으로 가면..." , "이 보 두께가 딱 0.5cm만 더 얇으면..."
그렇게 완벽한 도면을 그리는 동안, 옆 현장은 벌써 기초 공사를 마치고 골조가 올라가고 있습니다.
더 웃긴 건, 막상 착공하면 현장여건상 도면대로 안 되는 부분이 수두룩하다는 겁니다.
지반이 예상과 다르고, 자재 수급이 안 되고, 민원이 터져서 설계 변경을 해야 합니다.
그 완벽한 도면은 결국 현장에서 먹칠로 덧칠되고 구겨집니다.
이들이 움직이지 못하는 이유는 '수정'을 두려워하기 때문입니다.
한 번에 완벽하게 지어서, 남들에게 흠잡히지 않으려는 마음.
그 마음이 바로 당신의 인생 공사를 무기한 중단시킨 주범입니다.
건설업계에는 VE(Value Engineering)라는 절차가 있습니다.
기능은 유지하되 비용을 낮추거나, 비용은 유지하되 기능을 높여 가치를 극대화하는 기법입니다.
공식은 간단합니다.
V (Value)= F (Function) / C (Cost)
* V (가치): 인생의 만족도, 성과
* F (기능): 결과물의 품질 (성적, 연봉, 완성도)
* C (비용): 투입된 시간, 노력, 스트레스, 고통
완벽주의자는 F(품질)를 90에서 100으로 올리기 위해, C(비용)를 100에서 1,000으로 폭증시킵니다.
분모(C)가 커지니 V(가치)는 바닥으로 곤두박질칩니다.
그래프를 보십시오.
80점짜리 결과물을 100점으로 만들기 위해서는, 0점에서 80점을 만들 때 든 에너지의 몇 배가 더 들어갑니다.
이 구간을 우리는 '비효율의 늪'이라 부릅니다.
당신이 괴로운 이유는, 인간이 도달할 수 없는 100%라는 점근선에 닿으려 하기 때문입니다.
그 마지막 2%를 채우려는 욕심이 바로 우리가 제거해야 할 '불필요한 고통'입니다.
최근 소프트웨어 개발에서는 '워터폴' 방식을 버리고 '애자일' 방식을 택합니다.
* 워터폴 (완벽주의)
: 기획 → 설계 → 시공 → 감리를 순서대로 완벽히 끝내고 짠! 하고 공개함. 중간에 설계 변경이 불가능함. (망하면 대형 사고)
* 애자일 (적정주의)
: 일단 핵심 기능만 갖춘 MVP(Minimum Viable Product)를 빠르게 지어서 오픈함.
그리고 사용자의 반응을 보며 계속 업데이트(수정)함.
인생은 애자일이어야 합니다.
한 번에 완벽한 직업, 완벽한 배우자, 완벽한 글을 찾으려 하지 마십시오.
일단 '초가집(MVP)'이라도 지어서 비를 피하십시오.
그리고 살면서 기둥도 바꾸고 지붕도 개량하면 됩니다.
수정은 실패가 아닙니다.
시스템을 업그레이드하는 가장 공학적인 프로세스입니다.
인생공학의 현장에서 '100점'은 금지어입니다.
"이건 쓰레기야"라는 생각이 들어도, 일단 세상에 내놓으십시오.
브런치 글쓰기라면 '발행' 버튼을 누르고, 프로젝트라면 '초안'을 전송하십시오.
피드백 없는 고민은 망상입니다.
공학 도면에도 ±오차가 존재합니다. 당신의 인생에도 오차 범위를 허용하십시오.
"오타가 있어도 뜻은 통한다."
이 태도가 당신의 C(고통 비용)를 획기적으로 낮춥니다.
완벽하게 끝내려 하지 말고, "나중에 고치자"고 생각하십시오.
신기하게도, 나중에 보면 고칠 곳이 명확히 보입니다.
닫힌 문 뒤에서 끙끙대지 말고, 열린 문으로 나가서 고치십시오.
건축가 가우디의 '사그라다 파밀리아' 성당을 아십니까?
1882년에 착공해서 아직도 짓고 있습니다.
하지만 그 미완성의 상태로도 세계 최고의 걸작으로 추앙받습니다.
완공되지 않아도 위대할 수 있습니다.
완벽하지 않아도 작동할 수 있습니다.
설계도를 꽉 쥐고 있지 말고, 일단 흙부터 푸십시오.
완벽한 계획보다 투박한 시공이 낫습니다.
VE 완료.
안전 제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