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롤로그-무엇이 가족을 가족으로 만드는 것일까

by JMK


"아버지 본인 스스로 하실 수 있는 것도 없고 말씀도 못 하시는데, 이제 그만 요양병원에 보내고 네 인생을 살아라."


누군가 그렇게 말했다. 틀린 말은 아니다. 40대 중반의 독신 딸이 말 못 하는 아버지를 24시간 돌보며 사는 것이 과연 맞는 길인지 나 자신도 때로는 의문이 든다.


하지만 나는 말하고 싶다.


이 세상 둘 뿐인 우리 진씨 부녀, 이대로 좀 더 행복하고 싶다고.


오늘 아침도 덕조씨는 나를 바라보며 살며시 미소를 지었다. 말씀은 못 하시지만 그 눈빛에서 나는 읽는다.


'내 딸, 참 고맙다'는 마음을,

'내가 짐이 되어 미안하다'는 마음을,

그리고 '가장 사랑한다'는 마음을.


5년 전만 해도 상상할 수 없는 삶이었다. 좋아하는 일을 하며 자유롭게 살던 내가, 엄마 돌아가시고 더더욱 어색하고 서먹해진 아버지를 '덕조씨'라고 부르며 아기처럼 돌보고 있는 삶을...


내게 이토록 소중한 일상이 되어 있을 줄은 몰랐다.


사람들은 묻는다.

"힘들지 않냐?"라고.


물론 힘들다. 경제적으로도, 신체적으로도, 정신적으로도 매일 한계에 부딪힌다.

매달 나가는 월세에 수십만 원씩 드는 의료용품비, 5년 주기로만 교체 가능한 휠체어를 끈으로 묶어 써야 하는 복지 시스템의 한계, 그리고 모든 의료적 결정을 혼자 내려야 하는 부담감까지... 그 모든 것이 나를 짓누를 때가 있다.


그럼에도 나는 후회하지 않는다.


서먹했던 부녀가 이제 이 세상에서 가장 가까운 사이가 되었다. 한 달에 한두 번 안부 전화만 주고받던 우리가, 이제는 매일 24시간을 함께 보낸다. 말 한마디 없이도 서로의 마음을 아는 사이가 되었다.


아버지는 더 이상 엄격했던 가장이 아니다. 나에게 의존하는 '덕조씨'가 되었다. 나 역시 더 이상 자유롭게 사는 독신 딸이 아니다. 덕조씨를 돌보는 민경씨가 되었다.


누군가에게는 이상해 보일 수도 있다. 아버지를 아기처럼 돌보고, 이름으로 부르며, 기저귀를 갈아주고, 밥을 먹여드리는 일이.

하지만 이것이 우리의 사랑 방식이다.


거창하지는 않지만 소소하고 소중한 시간들을 완벽하지 않지만 최선을 다해 살아가고 있는 아빠와 딸의 이야기를 기록해 보기로 했다.


이 글이 혹시 나와 같은 상황에 있는 누군가에게 작은 위로가 되기를 바란다.


당신은 혼자가 아니라는 것을,

이 길이 의미 없는 희생이 아니라는 것을,

사랑에는 여러 가지 모습이 있다는 것을.


그리고 하나뿐인 딸이 혼자 남겨질까 봐 오늘도 힘내서 살아가고 있는 덕조씨에게도 말하고 싶다.

고맙고, 미안하고, 사랑한다고...

월요일 연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