육아와 살림이 힘에 부칠 때, 이따금 여러 도우미님들의 도움을 받곤 했다. 그러다 보니 저절로 그분들과 금방 친해지고 좋은 관계를 유지하는 비결이 생겼다. 바로 자식 자랑을 실컷 할 수 있도록 멍석을 깔아드리고 열심히 맞장구치며 들어드리는 거다. 효과는 100%다.
자식 자랑하면 우리 엄마도 빼놓을 수 없는데, 처음 본 사람에게도 맥락 없이 아들 자랑을 늘어놓으셨고, 딱히 자랑거리가 없는 나에게는 "뭘 좀 해봐라 자랑 좀 하게!" 이러기도 하셨다. 그게 어리석어 보였던 나는 다짐했다. '자식을 자랑거리 삼으려 하지 말고, 내가 자식의 자랑이 되어야지.'
이 생각은 육아 만 5년 차인 지금도 변함이 없다. 하지만 모든 것이 예전과 똑같지는 않다. 솔직히 지금도 2살 6살밖에 안된 내 새끼들 자랑을 하고 싶어 목구멍이 간질간질하다. 누가 자리만 깔아준다면, 기꺼이 들어준다면, 내 두 아들 자랑에 두 시간쯤은 후딱 써버릴 자신이 있다. 이런 나를 돌아보며 왜 이럴까 생각해봤다. 그러다 알게 되었다. '자식 자랑=내자랑'이다.
내가 이만큼 훌륭한 유전자를 가지고 있고, 또 그만큼 훌륭한 배우자를 골랐고, 이렇게 훌륭하게 키워냈다는, 결국 다 지자랑이다. 이걸 깨닫고 보니 어르신들의 쉼 없는 자식 이야기가 다르게 들린다. 다들 본인 자랑을 하고 계신 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