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크와 눈치게임
테르힐차강 호수(Terkhiin Tsagaan Lake)는 1998년도 람사르 협약에 지정되어, 그전까지는 일반인이 들어갈 수 없었으나, 현재는 개방되어 자유롭게 여행을 할 수 있다.
미국 CNN에서 get-away location (떠나기 좋은 장소) , 최고의 여행지로 선정하기도 하였다.
낮에 볼 땐 물과 늪지의 경계가 보이지만, 밤에는 잘못 발을 헛디디면 물에 빠질 수 있어 위험할 것 같다.
물이 정말 맑고 깨끗하다.
이런 상황에 대비해서 남편과 미리 약속을 했다.
1) 냅다 뛴다 or 2) 자연스럽게 지나간다
우리는 2)로 합의했다.
우리 같이 막 몽골에 도착한 여행자에게는 유유히 지나가는 야크가 신기하고 무서운 대상이겠지만,
여기에서는 이게 일상이지 않은가?
괜히 냅다 뛰면 더 흥분해서 쫓아올 수도 있지 않을까?
중요한 건 야크는 우리에게 아무 관심이 없다..
강아지 몇 마리가 캠프를 지키고 있었다. 대한민국의 진돗개처럼, 몽골 토종개 방카르라고 한다.
울란바토르 시내에서도 몇 번 지나쳐가면서 봤는데, 덩치가 압도적으로 크지만, 순하고 귀엽다.
그리고 똑똑하다.
처음 보는 캠프 밖에 있는 사람들이 기웃기웃하면 짖기도 하는데, 캠프 안에 있는 사람과, 한번 인지한 사람에게는 살랑살랑 꼬리 흔들면서 순둥이가 된다.
허르헉은 몽골의 대표적인 전통 음식이다. 특징은 양고기를 우리나라 갈비찜처럼 큰 덩어리로 찌는데, 불에 달군 뜨거운 돌을 사이사이에 넣어서 익힌다고 한다.
아무 양념도 하지 않았다고 하는데, 신기하게 뭔가 향신료가 들어간 것처럼 양냄새를 잘 잡아주고, 적당히 간도 배어 있는 것 같았다. 뜨거운 돌이 냄새도 잡아주는 건가?
그리고 감자와 당근이 정말 정말 맛있다!! 특히 감자 먹으면서 감탄했다.
그냥 찐 양고기 아닌가 싶겠지만, 허르헉은 생각보다 손님용으로 내놓는 고급 요리라고 한다.
낮에는 한여름처럼 덥더니, 해가 떨어지고 나니 순식간에 추워진다.
동행한 모녀분은 작년 고비사막 여행을 통해 난로 불피우기의 달인이 되신 것 같다.
누구보다 빠르게 장작에 불을 붙였고, 우리가 불 피우는 것도 도와주셨다.
불쏘시개로 종이를 넣고 후후 불었는데 안에 있는 재가 확 날려 나왔다..
새벽부터 호수 근처에는 갈매기가 떼로 몰려다녔다.
한국 갈매기는 바다에서만 봐왔고, 영어로 seagull이므로 당연히 바다새인 줄 알았는데 호수에서도 산다는 건 처음 알았다.
묘하게 연보랏빛 색을 띠는 하늘과, 호수에 비친 하늘을 보고,
나도 모르게 감자탕집 연보라색 아이스크림이 생각났다.
일출이 시작되는 호수 반대편 산등성이에서는 이글이글 태양이 떠오른다
일출을 직접 보는 것도 멋있지만, 구름에 간접적으로 비친 태양도 너무 멋있다.
한국의 동해 일출과는 또 다른 광경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