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애 신청 가능한가요?
우울증이라고 했었다.
조울증이라고 했었다.
그리고, 조현병이라고 진단 내려졌다.
소름이 돋아 고개를 돌리면 그곳에는 건장한 청년이 서 있다고 생각이 들었다.
보이지 않는데.
보이는 것은 없는데.
그래서 짜내고 짜낸 한 줌의 용기라는 호기심으로 발걸음을 디디면, 그곳에는 고양이의 사체가 놓여있었다.
몸을 돌려서 도망쳤다.
두렵고, 무서워서.
무엇인지 인식도 할 수 없는 공포에서 도망친다.
사람을 만나고, 가족과 함께 식사를 하는 자신은, 언제나 속으로 되뇐다.
입을 다물어라.
그 무엇도 자신이 생각하고 느끼는 진실을 말할 수 없다면.
입을 다물고, 자신의 이름만을 속으로 삼키며 생각을 지운다.
바보가 되자고는 생각하지 않았다.
그저 지우고 잊어버리고 뿌리치자고 생각했다.
그럼으로써,
대화가 불가능해졌다.
생각이 불가능해졌다.
무슨 말을 하는지, 이해를 할 수 없게 되었다.
금방 괜찮아지겠지.
한 시간이면 될 거야.
반나절이면 괜찮아질 거야.
하루면.
이틀이면.
일주일이면.
한 달이면.
1년.
1년이었다.
단 10분, 맑아진 하늘을 느끼며 기쁘게 웃을 수 있었던 시간.
10분의 시간이 지나고 세상은 다시 이해할 수 없게 되었다.
어지러워서 누워 있는 것 말고는 할 수 있는 게 없게 되어도,
이해할 수 없는, 말인지 소리인지 구분할 수 없는, 정말 소리인지도 알 수 없는 것과 오직 내게만은 진실인 가짜들.
나는, 괜찮아지겠지를 내려두고, 싸우자라고 외치며, 죽여버리겠다고 덤비며, 부숴버리겠다고 짖으며,
버텼다.
넘어간 달력에 연도의 숫자가 8번을 바뀐, 지금 현재도, 난 개똥밭에 굴러도 이승이 좋다.
정기면담일이 되어 의사를 찾은 날.
새로 바뀐 정신과 의사에게 나는 확인할 겸 물음을 던졌다.
“제 병명이 예전 정신과 병원에서 듣기로는 조현병이라고 하던데 맞나요?”
의사가 답해줬다.
“아니요~. 현식 씨는 양극성 장애. 양극성 장애 우울증이에요.”
나는, 잠시, 멍... 해진 머리로 생각을 붙잡다가 의사에게 말했다.
“장애 신청은 가능한가요?”
처음 나를 진료했던 의사.
처음 나를 정신병원에 넣은 의사.
지인의 소개로 입원했던 정신병원의 의사.
그리고, 지금 눈앞에 있는 의사.
나는, 우울증인가요? 조울증인가요? 조현병인가요? 양극성 장애 우울증인가요?
나는,
"장애 신청이 가능한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