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1부 : 신성한 방어막 해체
망했다. 배은망덕한 AI가 내 등에 칼을 꽂았다. GPT-5의 대안으로 Gemini를 사용해 본 건데, 서문에서 이렇게 부담감을 잔뜩 주다니. 심지어 내용도 하나 틀려놨다. 이를 수정하고 싶은 마음은 굴뚝같으나, 이 불쏘시개를 다 읽은 당신이 직접 다시 서문을 읽어보며 AI의 시대를 다시 체감하고, Gemini가 잘못 쓴 부분을 찾아보는 것 또한 지적 유희의 한 종류일 것 같아 남겨두도록 하겠다.
본격적인 글에 앞서, 1부에서 담고자 할 내용과 역할에 대해서 간략하게 짚어보겠다. 1부는 당신이 본격적으로 휴머니즘의 민낯을 마주하기 전에 당신의 무의식 속에서 작동하는 2개의 신성한 방어막을 해체할 것이다. 이는 우리가 믿어온 가치를 해체하기 전에 미리 반발심을 제거하는 작업에 가깝다. 탈신성화를 거치는 작업인 만큼, 학술적인 논리보다는 당신을 도발하고 불쾌감을 느끼게 만드는 데 집중할 것이다.
먼저, 우주의 역사와 미래에 대해 간단히 살펴보며 우리의 허무한 미래를 알아볼 것이다. 신과 같이 우리 외부에서 우리를 ‘특별하게’ 만들어주는 존재가 없으며, 설령 있더라도 그 ‘내세’는 유한하다는 사실을 알게 될 것이다.
그다음으로는 우리 자아에 대하여 고찰하게 될 것이다. 우리가 진정으로 가지고 있는 것들을 짚어보며, 과연 무엇이 우리를 구성하고 있는지 살필 것이다. 그리고 그 결과로 우리의 자아는 절대적인 것이 아니며, 심지어 우리 상상 이상으로 허술한 존재임을 직시할 것이다.
마지막으로는 휴머니즘을 때려 부술 망치인 ‘무지의 시선’을 소개할 것이다. 약간은 극단적인 과학적 환원주의로 이루어진 이 망치를 가볍게 잡고 휘둘러보면서, 우리가 인식조차 못했던 ‘신화’들을 부술 수 있도록 우리의 의식에서 분리하는 연습을 할 것이다.
1부에서 당신이 주요하게 느낄 감정은 ‘불쾌감’이다. 당신이 지금까지 믿어왔던 신화를 정면으로 부정하면서 당신의 의식을 감싸고 있었던, 무의식에 존재하는 ‘신성’한 방어막에 균열을 가하는 것이다. 당신이 집중해야 할 것은 바로 그 불쾌감 내지 이질감이다. ‘어?’ 또는 ‘아차!’하는 순간이 온다면, 그것만으로 1부의 역할은 충분히 수행한 것이니 안심해도 된다.
가장 먼저 이야기해 볼 것은 우주의 역사이다. 우리의 기원은, 그리고 우리가 결국 도착할 종착점은 어디인가? 도대체 이 우주, 이 세상의 근원은 무엇인가? 수많은 종교들이 이것에 대해 우리에게 겁을 주며 자신들을 믿으라 포교하곤 한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우리의 머리 위에는 천국이 아닌 성층권과 외권, 더 나아가 천국 따위는 비교도 안될 정도로 넓은 우주가 있다. 그렇다고 우리의 발 밑에는 헬하임이 아닌 뜨겁게 대류하는 바위들과 펄펄 끓는 금속들로 이루어진 핵이 당신을 반겨줄 것이다. 서방정토를 찾으러 무턱대고 서쪽으로 향해 봤자, 지구는 둥글기 때문에 뱃멀미와 가벼워진 지갑을 가지고 다시 당신의 집에 도착할 것이다.
신학자들은 당연히 반발할 것이다. ‘신학은 과학 위에 있는 존재이며, 과학으로 설명할 수 없는 진리이다!’. 그럴 수 있다. 그렇다면 도발적인 질문을 하나 하겠다. 당신은 신학으로 무엇을 증명할 수 있는가? 불경으로 별의 움직임을 예측할 수 있는가? 코란으로 천둥과 번개를 막아낼 수 있는가? 어째서 하나님은 굳이 우리에게 138억 년 전에 빅뱅이 일어났고, 45억 년 전에 지구가 형성되었으며, 700만 년 전에 인류의 공통조상이 마지막으로 분열되어 6,000년 전에 드디어 최초의 문명이 등장했다는 너무나도 상세한 ‘거짓 증거’를 남겼을까? 분명 성경에는 몇천 년 전에 아담과 이브가 인류를 창조한 것인데 말이다. 만약 성경의 창조 이야기가 비유라면, 우리는 어디까지를 비유로 보고 어디부터를 진실로 받아들여야 할까? 그 경계는 누가, 어떻게 정하는 것일까? 사실 이 주제로 이야기하면 끝이 없다. 이에 대한 재반론도 많지만, 독자들에게 종교와 내세에 대한 충분한 의문을 가지게 하는 것이 목적이므로 여기까지 하도록 하겠다.
그렇다면, 그나마 가장 이 우주의 많은 것을 정확하게 설명할 수 있는 현대 과학에 따르면 우리의 우주는 어디서 근원했고, 어디로 향하고 있으며, 그 종말은 어떻게 될까? 정말로 복잡하고 설명할 것이 많겠지만, 나는 이 책에서 사실상 유일하게 쓰일 물리법칙을 하나 소개하고자 한다. 열역학 제2법칙, 고립계에서 엔트로피는 항상 증가하는 방향으로 이동한다. 이 법칙에 따르면 영구기관 따위는 존재할 수 없으며, 우주는 결국 열죽음에 이른다고 말한다. (빅 립 이론도 있지만, 여기서는 주류 의견인 열죽음을 택하였다.)
138억 년 전에 빅뱅으로 태어난 우리 우주는 약 10^-43초 동안, 완전한 하나의 덩어리로 존재하였다. 이 덩어리는 점차 쪼개지고 식어 드디어 1초 후, 우주 최초의 양성자와 중성자를 만들어냈다. 38만 년 후엔 최초의 수소 원자들이 나타나기 시작했으며, 빅뱅 1억 년 후 최초의 별들이 우주를 빛내기 시작했다. 그리고 92억 년이 지난 후에야 비로소 우리의 태양이 태어났다.
이제 우리는 어디로 흘러갈까. 우리의 우주는 10^14년 후면 더 이상 별이 새로 생성되지 않으며, 10^15년이 지나면 가장 오래 살아남는 적색왜성마저 꺼져버린다. 10^40년 후에는 양성자가 붕괴하고, 10^100년쯤 후에는 마지막 초대질량 블랙홀마저 호킹 복사로 증발하여 우주는 최대 엔트로피 상태에 도달한다. 즉, 더 이상 아무런 유의미한 물리 현상도 일어나지 않는 영원한 정적 상태가 된다.
허무하지 않은가? 우리가 뭘 하든 간에, 결국 우주는 열죽음으로 향한다. 이는 불가항력적이다. 이것에 대해 감이 잘 안 온다면, 조금 먼 미래를 보자. 50억 년 후의 이 자리로 시간여행을 해본다면, 우리를 맞이할 것은 끝내주게 멋있는 로봇과 사이보그들의 유토피아가 아니라 섭씨 수 천도로 핵융합하고 있는 수소 가스들이다. 태양은 목성 궤도까지 팽창할 것이며, 내행성계는 그 이전에 웰던 바비큐가 될 것이란 사실은 알 사람은 다 알 것이다.
물론, 그 이전에 우리는 다른 행성계로 도망갈 수 있을 것이다. 호모 에렉투스가 나무를 비벼 피우던 캠프파이어가 고작 10,000년이라는 시간 만에 거대한 쇠기둥을 우주로 날리는 수준까지 올랐다. 50억 년도 아니고 10,000년이면 태양계에서 탈출하여 다른 낙원을 찾으러 떠날 수 있지 않을까.
하지만, 이 우주는 너무나 광활하고 넓다. 우리는 이 세상의 중심과는 동떨어진 존재이다. 우리가 지금 살고 있는 주소를 우주에서 찾아보자. 일단 우리는 태양의 3번째 행성에 살고 있다. 태양계는 오르트 구름을 포함하여 반지름이 자그마치 1광년이나 된다. 초장부터 글러먹었다. 그럼 태양계는 우주의 중심에 있을까? 그럴 리가. 태양계는 우리 은하의 한쪽 팔 중간 어딘가에서 돌고 있는 한낱 주계열성의 시스템에 불과하고, 우리 은하에는 태양과 같은 주계열성이 자그마치 1,000억 개가 존재한다. 그럼 우리 은하는 우주의 중심일까. 안타깝게도 그조차 아니다. 우리 은하는 최소 54개의 은하로 이루어진 국부 은하군에 속하며, 크기조차 안드로메다 은하에 밀려 2번째이다. 직경 1,000만 광년의 국부 은하군마저 처녀자리 초은하단 안에서 은하단조차 구성하지 못한 채, 변방에 위치할 뿐이다. 처녀자리 초은하단은 라니아케아 초은하단의 일부이며, 라니아케아 초은하단은 6개 이상의 초은하단으로 이루어진 물고기자리-고래자리 복합 초은하단의 일부이다. 이 복합 초은하단도 결국 우주 전체를 가로지르는 거대한 별들의 그물 구조에서는 하나의 작은 점에 불과하다.
오히려 좋을 수 있다. 이 넓디넓은 우주를 언젠가 인류가 모조리 정복하고, 찬란한 문명을 꽃피울 수 있지 않겠는가. 하지만, 우리는 잊지 말아야 한다. 언젠가는 관측 가능한 우주가 국부 은하군, 더 나아가 우리 행성으로 줄어들 정도로 우주는 팽창할 것이며, 언젠가는 모든 원자가 소립자로 붕괴되어 열죽음에 이를 것이라는 것을. 우리가 어떠한 내세를 믿든, 그 놀라운 존재가 우리의 우주가 열린 계임을 증명하고 다른 우주로 우리를 옮겨주지 않는 이상, 그 내세의 수명 또한 유한하다는 사실을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