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엽서를 좋아한다.
대학생 때부터 엽서를 사 모았다.
처음엔 친구들에게 편지를 쓰기 위해 모으다가 나중엔 엽서를 사는 그 자체가 목적이 됐다.
오랜만에 지인에게 엽서를 쓰려고 모아둔 엽서 뭉치를 꺼냈다.
엄청난 양이지만 모아둔 엽서의 반도 되지 않는다.
보고 있으면 내가 이걸 언제 샀지 싶은 엽서들이 한가득 나온다.
또 보는 것만으로 다시 여행하던 나라로 돌아가는 기분이 들게 하는 엽서들도 있다.
10년여의 세월이 흐르며 변한 나의 취향을 보는 재미도 쏠쏠하다.
친구에게 편지를 쓰기 위해 샀지만 모이기만 하는 데는 이유가 있다.
웬만큼 친한 사이가 아니면 편지를 쓰지도 않는다.
웬만큼 친한 사이라면 1년에 한두 번만 쓰는 편지에 쓸 말이 많다.
작은 엽서 하나로는 전하기에 부족한 마음이다.
그렇다고 별로 친하지 않은 사람들에게 쓰기는 아쉽다.
마음이 적게 담긴 짧은 안부만 전하기엔 내 취향을 반영하는 귀여운 엽서들이 아깝다.
예쁜 엽서를 써주고 싶은 친구들에게 주기엔 칸이 터무니없이 부족하다.
안부만 전할 정도의 사람들에게 주기엔 오래 모아 온 내 취향이 더 소중하다.
이런 이유로 쌓아둔 엽서는 1년에 한두 번, 소중한 사람에게 전할 말이 적은, 어쩌다 타이밍이 좋을 때만 쓰게 된다.
소비량에 비해 사용량이 현저하게 적으니, 앞으로도 엽서는 쌓이고 쌓일 일만 남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