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날아 차기

쉬어가는 이야기, 짧은 동화

by 아는개산책
자전거 쇼


얼마 전 두 발 자전거 연습은 끝이 났다.


신이 난 우리는 자서 뒷동산의 언덕배기로 낑낑대며 자전거를 끌고 올라가고 있다.


-오늘은 꼭 성공이다. 고우리.


가장 높은 길까지 올라간 우리는 가파른 내리막길을 내려다보며 회심의 미소를 지었다.


자전거를 타고 내리막길로 출발한다.


쓔웅-


생각보다 빠르다.

바퀴라는 게.

그리고 생각보다 높다.

기울기가.


-세.. 셋 만 버티고.


우리는 핸들을 잡고 있던 두 손을 동시에 다.


만화 속 주인공처럼 두 손을 들고 푸른 하늘을 맘껏 먹어보려 하는데, 길이 꺾이는 부분에서 트럭 한 대가 올라오는 게 보인다.


트럭마저도 생각보다 빠르다.


"어, 어어, 어?"


급하게 손을 내려 핸들을 잡아 꺾는.


하늘을 품어보려 했건만,

몸까지 날릴 생각은 아니었는데.


뜨고.

갈린다.


정신을 차려보니 시멘트 바닥에 얼굴을 처박고 있다.


-안 아픈데?


무언가 기어가는 느낌에 무심코 굴을 문지른다.


"피?"


"우아아아아아앙"


몹시 아프다.



괴물


현관문을 돌리면서 멈췄던 눈물이 다시 터지기 시작한다.


-엄마는 날 죽일지도 몰라.


얼굴 상태는 몰라도 쥐어터질 게 우선 걱정이다.


"엄마..."


기가 잔뜩 죽은 목소리다.


"뭐야, 뭐 옴마야, 너 얼굴이 왜 그래?"


"엄. 마아아.. 자.. 전거.. 어어어엉"


"에휴 일로와 앉아."


두드려 맞는 대신 약을 발라주는 손길에 닭똥 같은 눈물이 뚝뚝 흐르다 금세 멈춘다.


-더 울어야 되는데.


"여자애 얼굴이 그냥. 아주 갈았네 갈았어."


다행히 빨간약만 바르는데서 끝이 났다.

병원은 사치.


-살았어.


"너 당분간 거울 보지 마."


"왜?"


방으로 달려가 거울을 본다.


으아아아악-


괴물이다.



터미네이터


책가방도 싸기 싫고 옷도 입기 싫다.


-애들이 놀라겠다.


공부는 해서 무엇하리

옷 따위 어입어 무엇하리


방 안의 거울이 내 얼굴보다 작은 게 다행인 걸까.


"누나, 나 오백 원만. 아아악! 얼굴 뭔데."


방문을 열던 동생 금호가 놀라 뒷걸음질 치다 엉덩방아를 찧는다.


"노크 좀 해라"


"누나, 터미네이터 같아"


"먼 터?"


"터미네이터. 반쪽이 없어졌네?"


다시금 거울을 본다.


터미네이터라...

그거...

영화주인공 아니야?


고우리는 학교에 간다.


"우리야, 아악?"


"크크 나 터미네이터다."


교실 커튼 뒤에 숨었다가 나왔다가.

아윌비백.


얼굴의 딱 절반이 검은 딱지로 뒤덮인 우리는 그날부터 약 한 달간 학교에서 터미네이터라 불리며 모르는 사람이 없 정도가 되었다.


열 살 인생 통틀어 가장 유명해 날.



날아 차기


딱지가 떨어지고 새살이 조금씩 돋아나자,

더 징그럽다.


-하아아아아...


"누나 이제 터미네이터 안 같지?"


거울에 대고 한숨을 쉬다 말한다.


그래도 금호 말 한마디로 용기가 생겼었는데.

어디 다른 주인공이 있을까.


"못생긴 건 똑같애."


"엄마, 얘 또 공부 안 하고 만화 봐요-"


오늘은 태권도 연습이나 해야겠다.


기술은,


날아 차기.


상대는 너다, 고금호.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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