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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감성현 Sep 06. 2024

보고서의 압박

20년 넘게 광고 회사에 다녔다. 

삼성, 현대, LG, 코카콜라, G마켓.... 

내 담당은 대기업이 주였고, 

대기업에서는 내 팀이 담당이 아니면 불안해 했다. 

수 억을 쓰기에,

전문가를 원했고,

그래서 날 찾았고,

난 그들이 쓰는 수 억의 입장에서 늘 생각하고 판단했다. 

대기업은 수 억을 쓰기에 늘 결과 보고서를 원했다. 

그러니까.

내가 쓴 광고비가,

정말 너희가 말한 대로,

그 만큼의 사람들이 봤는지,

그 만큼의 사람들이 의식이 변했는지,

그 만큼의 사람들이 우리의 제품을 구매했는지....

그걸 증명해주길 바랬고,

그래야 다음 프로젝트 PT에 참여할 수 있는 기회를 얻었다. 

그 과정에서 난 회사를 위해, 

결제 받았던 금액에서 최대한 리스크를 줄이고 아껴서 

몇 푼이라도 남겨서 회사의 매출을 위했다. 

갑과 을 사이에서.

난 둘 다를 위해 애썼다. 

그런데.

이러다보니. 

이 과정에서,

내가 느낀 건.

사람은.

숫자로 설명할 수 없다는 것.

100억을 투자해서,

10만개의 우물을 파서,

1000명의 사람들이 식수의 어려움에서 벗어났다....

이 단순한 수치로.

정말 우리가 그 사람을 위한 일을 했을까.

그럼에도 돈을 집행하는 쪽에서는

언제나 수치로 보고를 받길 원하고 그것으로 사업을 계속해서 진행한다. 

(이해하고, 이것이 틀렸다는 이야기는 아니다)

다만.

뭐랄까....

F가.... T를 향해.

한마디 하고 싶은 그 말이랄까....

너.

T발 C야?

앞으로 난 

파견 생활을 하는 날들 중에

얼마나 많은 순간.

이 생각을 할까.

선을 지키고.

그게 맞다는 걸 알고.

그래야 운영이 되고.

그것이 최선이라는 걸 알면서도.

난.

지금.

내 앞에.

아파하는 너를

안아주지 못한다.

그게.

아니....

라는...

걸....

아니까. 

하지만.

T발.

맞나....

이게....

끝까지. 

고민하지 않을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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