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년(정확하게는 11개월) 머물 숙소를 계약하기란
쉬우면서도 쉽지 않은 일이다.
학교 기숙사처럼 정해진 숙소가 있는 게 아니라면,
긴 기간 동안 쉬고 자고 먹고 씻을 공간이기 때문이다.
오늘 날을 잡고 (우리나라로 치면 부동산 직원) 전문가와 함께
5군데를 돌아다녔다.
그러는 사이 시세도 대충 감이 오고,
일하게 될 센터와의 거리도 따져보고,
(당연히) 숙소 내부의 퀄리티도 꼼꼼하게 따지면서,
필요 없는 (TV 같은) 물품은 빼는 대신 다른 옵션을 요청해 보기도 하면서,
최종적으로 한 곳을 골랐다.
문제는.
여기가 끝이 아니라, 시작이라는 것.
참 가볍게,
보증금 없고, 월세 1개월치 씩 받으면 참 좋겠는데,
집주인의 입장에서는 한국에서 온 외국인을 뭘 믿고,
그런 조건으로 집을 내어주겠는가.
협상을 하고 또 해서,
결국 보증금 1개월치에 3개월치 월세를 한꺼번에 내는 조건으로 마무리 되었다.
(이게 보편적이라서, 다른 집주인과 이야기해도 별 차이가 없다)
KCOC에서 숙소 비용으로 일단 2개월 치만 6월 13일에 보내준다는 것.
음....
6월7일 파견인데....
6월13일에....
아무튼,
계약보다 늦은 입금이고, 금액도 2개월치라,
일단 사비로 먼저 계약을 진행하기로 하고,
4개월치에 해당되는 금액을 찾기로 했다.
(이 4개월치에 해당되는 금액은 곧 속상함의 시작이 된다.... ㅡ..ㅡ;;;;)
한국에서야,
카뱅으로 그자리에서 쏘면 그만인데....
외국인의 외국계좌에 송금을 해봤어야지.....
(카뱅에서 외국계좌로 송금이 되는지도 모르겠고....)
결국,
가장 원초적인 방법으로,
현금을 찾아서 한방에 딱!
지불하기로 마음 먹고 ATM기를 찾으러 갔다.
(이러니 한국인은 현금이 많다는 소문이.... 쿨럭쿨럭)
음....
그런데 ATM기가 이렇게 어려운 것이였나요?
일단 익숙하지 않은 외국어에 멈칫.
게다가 '현금'이 걸려있으니 실수하면 안된다는 긴장감 때문에,
쉽게 아무 버튼이나 일단 눌러보기가 어려웠다. ㅡ..ㅡ
왜 어르신들이 키오스크 앞에서 헤매는지 알 것 같은 기분?
베트남어로 안내하는 ATM기에서 영어 안내 버튼을 찾는데도 한참이 걸렸다.
그렇게 어렵게, 차근차근 돈을 찾는데,
어라? 돈이 안 나온다.
뭐지?
(나중에 알게 된 사실이지만,
한 번에 찾을 수 있는 금액은 2,000,000동까지였다.)
겨우겨우 원인을 알아내서,
어쩔 수 없이 여러 번 나눠서 찾을 수 밖에 없는데,
이러면 당연히 수수료가
분할해서 찾은 횟수만큼 나오는 건 당연한 일!
한국이라면,
그냥 은행 창구로 가서
1번 수수료 내고 원하는 금액을 다 찾을텐데....
방법이 없다.
정해진 ATM 규칙대로 분할해서 찾는 수 밖에.
하지만!
핫핫핫!
난 수수료가 무료인 트래블카드(정확히는 SOL트래블, 외환은행)가 있다!!
그래서 몇 번을 나눠서 찾아도 상관 없다!!
왜냐! 수수료가 무료니까!
핫핫핫!!!
그렇게 수차례 나눠서 필요한 만큼의 현금을 우선 찾았고.
나중에서야 차근차근 돈 찾은 영수증을 확인하는데.....
헉!!
이게 뭐야....
한 번 찾을 때마다
꼬박 꼬박 붙은 수수료.....
그것도 베트남에서 한끼 식사는 족히 먹을 수 있는 금액이 빠져나갔다.
!%#%#!%$T <------ 쌍욕..
우씨....
대체 몇 끼나 날린거냐....
뒤늦게 단톡방에 물어도 보고,
인터넷으로도 알아보니....
아....
수수료가 무료인 ATM기는 따로 있었다.
(수수료 무료! 라는 광고만 믿었던 내가 바보지....ㅜ..ㅜ)
수수료가 무료인 ATM기는
내가 머물고 있는 숙소에서
걸어서 40분 정도 걸어가야 했다.
아니면, 그랩을 이용해야 하는데.... (이거나 수수료나.... ㅡ..ㅡ)
40분이나 걸어가서
ATM에서 큰 돈을 찾고 다시 돌아오는 40분....
과연 나는 악당들의 표적이 되지 않을 것인가!!!!
아무튼.
이번 교훈은.
광고를 너무 믿지 말자.
자세히 알아 보자.
현금이 오가니 영수증은 필수.
일단 내가 (부동산) 전문가에게 돈을 주면,
전문가는 집주인에게 스마트폰으로 송금.
집주인이 돈을 받은 후에 영수증을 전문가에게 발행하면,
전문가가 코워커에게 영수증을 전달하고,
코워커가 나에게 최종 영수증을 주는 방식이었다.
음....
상당히.... 귀찮....
하지만, 방법이 있나~~~
이 모든 과정을 사진과 동영상으로 남기며,
집 구하기는 이렇게 마무리.
이제는 봉사에 집중해 보자규~~~~~~
PS1.
주제에서 벗어나
계약서 작성 등 다른 세부적인 내용은 언급 안했지만,
아무튼 정상적으로 계약서도 작성하고 집은 잘 구하고 있습니다~ ^^
PS2.
세계 여러 곳으로 단원들이 파견 나가있다.
나의 글 속 푸념이.
어쩌면 물 한 통을 사기 위해 2시간을 걸어나가야 하는.
ATM기는 커녕 카드 자체를 받지 않는 지역이라 밥도 제대로 사먹지 못하는.
다양한 상황 속 다른 단원들에게는
배부른 소리가 아닐까.... 싶기도 하지만.
마찬가지로 다양한 다른 단원의 생활을 엿보며,
작은 즐거우 정도로 전해지기길 바라본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