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2년 4월.
대학교에 입학한 나는 금세 자신감을 잃고 말았다.
대학에는 나와 마찬가지로 꿈과 희망을 품고 들어온 학생들로 가득했다.
수업 시간에 당당하게 의견을 말하는 학생들.
학과 친목회 같은 행사들을 척척 기획해 내는 학생들.
그리고 자유로운 대학 분위기 속에서 서로 어울리며 즐겁게 지내는 학생들.
나보다 훨씬 외향적이고 똑똑해 보이는 그들을 보고 있자니 금세 주눅이 들었다.
소심한 나는 늘 남과 나를 비교해 버린다.
중학생 시절의 내가 말한다.
“어차피 나는 내향적이니까….”
고등학생 시절의 내가 반박한다.
“아니야. 너는 고등학교 때 학생회장까지 해냈잖아. 자신감을 가져. 너도 모두와 같이 새로운 환경에서도 새로운 일에 도전해야지.”
고등학생 시절의 나에게 등을 떠밀려,
나도 용기를 내어 그들 속으로 뛰어들었다.
그리고 학과 학생위원 중 한 명이 된 나는, 기획이 진행 중이던 학과 신문 편집장에 스스로 지원했고,
그날 바로 편집장으로 선임되었다.
‘고등학교 때 학생회장도 했는데, 할 수 있을 거야.’
하지만,
편집장에 임명된 그날 밤, 갑자기 두려움이 밀려와 잠을 이룰 수 없었다.
과연,
나는 자기 의견이 뚜렷한 학생들을 설득할 만큼의 논리력이나, 의견을 모을 리더십을 가지고 있을까.
학과 신문에 부끄럽지 않은 글을 쓸 만큼의 필력과 주제에 대한 지식이 있을까.
중학생 시절의 내가 다시 말한다.
“여기엔 너보다 훨씬 우수한 학생들이 많아. 편집장도 너보다 더 잘할 사람이 있을 거야.”
그리고 다음 날 아침.
“미안하지만, 역시 편집장은 못 하겠어.”
결국 전날 스스로 지원해 놓고는 모두에게 고개를 숙이며 사퇴했다.
‘자신이 없어서’라고는 말할 수 없었다.
그저 너무 부끄러웠다.
그렇게 나는 또 작아지고 작아지고…
고등학교 시절에 겨우 붙잡았던 ‘자신감’을 잃어버렸다.
소심한 나는, 역시 소심한 나였다.
그런 나에게 유일한 희망은
여름방학에 예정된 ‘제주대학교 어학연수’였다.
대학에서 제2외국어로 한국어를 배우기 시작한 나는, 모집이 시작되자마자 바로 신청했다.
약 3주 동안,
제주도에서 홈스테이를 하며 제주대학교에서 한국어와 한국 문화를 배우는 프로그램이었다.
집안 형편이 넉넉하지 않아 장학대출을 두 개나 받아야 할 만큼 경제적으로 힘든 상황이었기에,
이 프로그램에 참여하기 위해 대학 입학 전부터 아르바이트도 시작했었다.
‘제주가 나를 기다리고 있다.’
그렇게 생각하니 가슴이 뛰었다.
처음 가보는 한국.
처음 마주하는 세계.
아직 한 번도 본 적 없는 미지의 세계로 내딛는 첫걸음.
“나 자신 그대로를 살아갈 때, 비로소 나의 가치가 빛난다.”
그 무렵 책에서 읽은 문장을, 연수 일기 표지에 적어두었다.
고등학교 시절에 쌓은 자신감은 산산이 부서지고,
불안한 출발 속에서 흔들리던 ‘나다움’.
그 돌파구를 열기 위해,
나는 ‘나를 찾는 여정’에 나섰다.
열아홉 살의 여름.
그리고 나는 제주를 만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