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씨 뭘 그렇게 적어요?
아. 겨울씨. 어서 와요. 별 건 아니고 제가 이번에 동해 바다 다녀왔잖아요.
네 그 감상문 적는 거에요?
아뇨. 좀 엉뚱한데.. 파도를 한 세시간 보고 있자니..문과적 감상도 들었지만 이과적 호기심도 동하더군요. 우리 중학교 때 배웠던 거 있잖아요. 파도가 생기는 이유..조수 간만의 차..달의 인력..뭐 그런거요.
그래서 서울 와서 유투브 등 찾아봤어요. 중학교 EBS 과학 강의도 듣고 (웃음) 그래서 잊지 않으려고 지금 짬을 이용해 적고 있었어요.
여름씨. 대단하네요. 그런 생각이 들어도 왜 파도가 치지? 아..기억날듯 날듯 하다가..그냥 덮는 경우가 대부분일텐데 그걸 또 찾아보고 메모까지 하시다니..
아뇨..뮈 그렇게 칭찬받을 건 아니고..그냥 성격이에요. 궁금한 건 찾아보는..그렇다고 집착남은 아닙니다. (웃음)
호기심이라고 해두죠. 집착은 아니고. (웃음)
메모한 거 저한테 잠깐 설명해주실래요? 저도 갑자기 알고 싶네요.
좀 지루할 수도 있는데..
준비됐어요. 최대한 요약해보세요. (웃음)
네..(웃음)
일단 파도가 치는 이유는 크게 세가지래요. 바람에 의한 표면파..흔히 풍파라고 하는..
네네
다음은 조수간만의 차..조차라고 하던데..밀물 썰물 현상에 따른 조석파..
조석이요?
아..좀 낯설죠? 찾아보니 조수랑 같은 말인가봐요. 밀물, 썰물 때 해수면 차이가 생기잖아요? 그런 현상을 조석 또는 조수라고..우리는 조수간만의 차..이 용어가 익숙한데 조석간만의 차..이래도 되는거죠.
그렇군요. 조수와 조석은 동의어..그래서 조석파..
네 간만의 차..에서 간만은 간조 만조를 말해요. 밀물이 들어와 꽉 차면 만조..가득할 만 써서요. 썰물로 물이 빠지면 간조..이 한자가 방패 간잔데..마르다는 뜻도 있대요.
네..간조와 만조의 해수면 높이 차가 조차다..여기까지 좋아요. (웃음)
네 마지막으로 해저에서 발생하는 지진, 화산폭발로 발생하는 쓰나미, 해일 이런게 파도의 원인이죠.
크게 세가진데 아무래도 빈도수로는 풍파, 조석파, 쓰나미 이런 순서겠네요? 겨울이 물었다.
아..네 그건 생각 안해봤는데 아마도 그렇겠죠? 바람이야 계속 불테고..조석파는 하루 2번 정도이니..
그게..달의 인력 때문이죠? 조석파라는게..
그렇죠. 태양, 지구, 달이 서로를 끌어당기는 인력 때문인데..태양이 강력해도 워낙 멀리 떨어져 있어 실제 조차..조수간만의 차는 달의 인력이 더 영향을 미치나봐요. 찾아보기로는 2배 이상이라고..
달이 바닷물을 자기 쪽으로 끌어들이는 거잖아요? 지구 주변을 돌면서..
맞아요. 그러다보니 달과 가까운 쪽 바닷물은 달 쪽으로 삐쭉 삐져노오고 그 양만큼 지구의 위 아래 바다는 줄어들죠. 그니까 지구가 테니스공이었다가 럭비공 모양으로 되는 거죠. 이렇게..
여름은 종이에 그림을 그려보였다.
달 가까운 곳이 불룩해지고 그 주변인 위아래 물이 홀쭉해지는 건 이해가 되요. 근데 왜 달 기준 지구의 반대편도 블룩해지죠?
역시..좋은 질문이에요. 저도 궁금해서 찾아봤는데 지구가 균형을 맞추기 위해서라고..
음..자연 현상이니..그럴 수 있겠네요. 균형을 잡아야 궤도를 이탈하지 않고 공전할 수도 있을테고..
네..그래서 달 쪽으로 불룩한 때가 만조고..위아래로 홀쭉할 때가 간조..지구는 자전하니 하루 2차례 간조와 만조가 생기고..TMI긴 한데..간조와 간조 사이, 만조와 만조 사이가 12시간 25분이라고..
그래요? 합치면 24시간이 넘네요? 겨울의 질문은 계속됐다.
네..평균값이라서..꼭 1:1로 대응하는 건 아니라고.
(웃음) 공부 많이 하셨네요.
유투브나 블러그에 다 나옵니다. (웃음)
아..궁금한 게 더 있어요.
겨울은 어느새 학생 모드다. 여름은 겨울의 이런 면이 좋았다. 상대의 말을 흘려듣지 않고 항상 진지하게 들어준다는. 솔직히 이런 내용이 남녀 사이의 데이트에 어울리는 주제이던가..
말씀하시죠. (웃음)
이번에 청초호, 영랑호도 다녀오셨죠? 호수는 파도가 없잖아요?
그렇죠. 여름은 잠시 영랑호를 회상했다.
근데 거기도 바람은 불테고..그러니까 풍파는 있을 것 같고..조차도..달의 인력이야 다 받는거니..조석파도 있어야 하는 거 아닌가요?
역시..멋진 질문이네요. 겨울씨 지도했던 선생님들은 행복했겠어요. (웃음)
겨울은 멋쩍은 표정을 지었다.
제가 확인해본 바로는..일단 풍파는..맞아요. 바람이 부니 파도는 발생할 수는 있는데 광대한 바다와 달리 호수는 육지로 둘러싸여 있잖아요?욱지에 닿아 파도가 곧 사라지나 보더라구요.
조석파는..바닷물이 외부에서 유입되어야 물이 불어나거나 다시 빠지거나 하는데..호수는 육지로 막혀있다보니 외부에서 유입될 물이 없는거죠. 그래서 풍파도, 조석파도 어렵다는..
그럼 카스피해처럼 이름만 호주지..바다 정도로 큰 호수는 적어도 풍파는 가능할 수도 있겠네요..
그런 것 같습니다. 여름은 고개를 끄덕였다.
열심인 겨울을 보는게 즐거웠던 여름.
하나 더 말씀드리면..EBS에서 배운건데..울돌목이라고 있잖아요? 진도와 해남 사이 좁은 해협인데 이 좁은 해협에서 밀물 썰물 현상이 발생하면...
물살의 세기가 엄청나겠네요.
맞아요. 그래서 우리가 알고 있는 세계 해전사에 길이 남을 대첩이 가능했던거죠.
명량..겨울은 깜짝 놀라며 대답했다.
네..그 파도의 맹렬한 소리가 파도의 울음 같다 하여 울 명에..대들보 량..그렇게 불린다고..
참..파도에 대한 얘기가 꼬리에 꼬리를 물고 이어지네요. 멋진 강의 잘 들었습니다. (웃음)
학생 클라스가 뛰어나 강사가 외려 감사하네요.(웃음)
여름은 책에서 읽었던 어느 물리학자의 고백이 기억났다. 파도와 심장의 리듬이 맞아드는 걸 느끼며 어쩌면 만물은 서로 이어져있는 것일지도 모른다는.
문과가 설 자리를 잃어가는 이즘. 기술과 예술의 접목. 과학과 인문학의 융합..이런 문제를 겨울과 함께 나눠보고 싶다는 생각을 하며 여름은 겨울을 말없이 쳐다봤다.
대화하는 내내 여름은 심장의 두근거림을 느꼈다. 여름의 심장에 파도가 친 이유는 분명했다. 바람, 조석, 지진, 해일 그 각각이자 동시에 그 총합인 어떤 존재. 그 존재 때문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