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작을 찾아 이탈리아를 뒤지다
〈성 프로세수스와 성 마르티니안의 순교〉(Martyrdom of Saints Processus and Martinian)는 1629년 발랑탱 드 불로뉴(Valentin de Boulogne)가 그렸다.
프로세수스와 마르티니안은 원래 성 베드로와 성 바울을 감시하던 로마 병사였다. 그러나 두 사람은 두 사도의 신앙과 인품에 감화되어 기독교로 개종하고, 결국 이 사실이 발각되어 네로 황제의 명령으로 처형되었다.
프랑스 출신 화가 발랑탱은 이 작품을 성 베드로 대성당 오른쪽 트란셉트의 제단을 위해 제작했다. 성당의 바로 옆 제단에는 푸생의〈성 에라스무스의 순교>가 걸려있었다. 이는 로마에서 활동한 두 프랑스 출신 화가의 미학적 대결처럼 보이기도 했다.
화면 속에 두 명의 성인 중 한 명은 고문대로 보이는 바닥에 누운 자세로 놓여있다. 이미 고문을 견디다 기절했거나 거의 죽음에 가까운 상태로 보인다. 완전한 순교의 모습이다.
다른 한 명은 무릎을 꿇은 듯 바닥에 주저앉아 고개를 떨구고 있는 있다. 순교를 각오한 최후의 의지를 보여주고 있다.
갑옷을 입은 두 명의 병사는 그리 큰 모습이 아니지만 이미 두 사람의 성인을 완전히 제압하고 마지막 처형을 위해 도끼와 같은 장비를 챙기는 듯한 모습이다.
등을 진 젊은 남성은 허리에 찬 긴 칼을 뽑아 금방이라도 휘두를 수 있는 순간에 있다. 그는 병사는 아니고 마치 병사들이 자신들을 도울 수 있도록 처형장 아랫마을에서 금방 데리고 올라온 일상의 평범한 민간인 청년쯤으로 보인다. 처형의 현장을 훨씬 일상화하거나 현실화하는 카라바지오적 기법이다.
화면 오른쪽에는 한 노인이 비통한 표정의 얼굴을 손으로 가리고 있다. 차마 성인들의 처형을 지켜볼 수 없어 눈을 가리는 듯한 모습이기도 하다. 노인은 처형의 순간을 목격하는 증언자(witness)이거나 동정적 관람자로 보인다. 그림 안에서 그림을 지켜보는 그림 속의 관람자이기도 하다. 바로크 회화에서 제3자적 입장으로 노인을 등장시키는 것은, 현장의 모습을 관조할 수 있는 노인의 지혜와 도덕적 판단을 대리시키는 의미이기도 하다.
화면 좌측 머리에 두건을 쓴 여성은 성인의 마지막을 지키는 신앙 공동체의 일원인 것으로 보인다. 예수의 처형을 지켜본 성모 마리아나 막달라 마리아의 역할처럼 말이다. 자비, 연민, 신앙적 감수성을 대변한다.
하늘에서는 천사가 종려나무 가지를 들고 성인들에게 내려오고 있다. 천사는 성인들의 순교를 승인하고 순교의 영광을 부여하는 하느님의 대리자 역할을 수행한다. 이들은 지상의 폭력과 하늘의 신적 질서를 연결하는 매개체이기도 하다.
프로세수스와 마르티니안은 로마 프라이토리움의 근위병, 즉 황제의 권력을 지키는 최고의 엘리트 병사들이었다. 어느 날 그들은 “마메르티누스 감옥에 새로 잡혀온 위험한 죄수 둘을 감시하라. 이름은 베드로와 바울이다.”라는 명령에 따라 곧장 감옥으로 투입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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