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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디오 오프닝처럼

끝까지 간다, 우울.

by 봄작


"질투는 나의 힘"이라던 청년 시인의 비석을 찾아간 적이 있습니다. 이맘때였고 몹시 추웠고 어둡고 음습했던 오후였는데, 대중교통이 없는 천주교 묘지에 갇혀 밤을 보낼 뻔했지요. 누구의 도움으로 돌아왔는지 모르겠지만 그로부터도 한참 동안 되뇌던 호소 같았던 "질투는 나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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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 토이-뜨거운 안녕


시인의 묘비명 옆에 말라죽어 (그럼에도 꽃처럼) 꼿꼿이 서있던 코스모스 가지에서 씨를 받아 왔었습니다. 친구와 함께 밭에 뿌려 꽃을 기다려보자고 했던 꼬꼬마 시절이 언제였나 까마득하지만 시인의 우울이 여전히 부럽고 또 무섭고 (그럼에도 2) 벤치마킹 하게 되는 인생. 꼭 영업맨 같죠.


또 하나의 시인이 한참 칩거할 때 이런 기사를 본 적이 있습니다.

이윤택 시인에게 “왜 시를 쓰지 않습니까?”

저는 더 이상 외롭지 않습니다.


가수 이적이 사랑을 잃을 때마다 명곡을 만들어 냈다고... 발라드 가수는 자주 실연해야 된다고 농담하던 사람들 사이에서 평범하고 무료한 삶의 누구나 비슷한 생각을 해요. 지독한 우울과 슬픔과 절망과 불멸의 애환을 견디기 위해 우린 살아남는다고

연명 같지만 이어가고, 구차하지만 반복하는 삶을 밥처럼 꾸역꾸역 입에 담는다고 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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