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로움이라는 말, 그리고 고독
25.09.07 오늘의 기록
� 함께 들으면 좋은 노래 추천
Lover, Please Stay - Nothing But Thieves
요즘 월든이라는 책을 읽고 있습니다. 그러다 고독에 관한 글을 읽는데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어요. 제가 물론 오랜 시간을 살아온 건 아니지만, 30대가 된 지금 제가 느끼는 외로움과 고독에 관해서 기록을 남기고 싶어 졌습니다.
돌이켜보면 저의 10대는 친구가 전부였던 시절이었던 것 같습니다. 친구랑 싸우거나 다투면 제 삶이 무너지는 것처럼 신경이 쓰이고 불안했어요. 지금 생각해 보면 제가 느끼는 외로움을 친구로 달랬던 것 같아요. 친구와 함께 있으면 즐겁고 좋으니까 외로움이 위로되었던 거죠. 솔직한 이야기를 나누고, 비밀 없고, 터울 없는 친구랑 같이 있으면 불안하지 않았거든요.
20대가 되었을 때도 크게 달라지진 않았습니다. 다만 10대 때와 다르다고 생각했던 건, 우선순위가 나 자신으로 바뀌었다는 거예요. 제가 하고 싶은 일, 목적이 생기면서 꿈을 향해 나아가기 위한 시간이 많아졌거든요. 그리고 연애를 시작하면서는 가족도, 친구도 아닌 누군가와 사랑을 나누게 되었고, 그 관계를 통해 외로움과 고독을 배우고 나누었던 것 같습니다.
그리고 이제 30대가 된 저는 여전히 외롭고 고독을 느낍니다. 채워지지 않는 무언가가 있는 것 같아요. 그런데 그게 마냥 부정적이진 않아요. 불안하고 우울할 때도 있지만, 오히려 외로움을 즐길 때도 있고 혼자 있는 시간이 더 편할 때도 있습니다.
월든을 읽으면서 특히 이런 구절이 마음에 남았습니다.
“나는 사람들이 황량하고 쓸쓸하다고 하는 장소에서도 나와 친근한 어떤 것이 존재함을 분명히 느꼈다. 나는 나에게 혈연적으로 가장 가깝거나 가장 인간적인 것이 반드시 어떤 인간이나 마을사람일 필요는 없다는 것을, 그리고 이제부터 어떤 장소도 나에게는 낯선 곳이 되지 않으리라는 것을 분명히 느꼈다.”
이 구절을 읽고 저는 이런 생각이 들었습니다. 감정을 나눌 수 있는 사람이 있으면 정말 감사하고 행복한 일이지만, 모든 날 모든 시간을 함께할 수는 없잖아요. 그렇다고 내가 힘들다고 해서 매번 누군가를 찾고 싶지는 않더라고요. 상대방이 감정 쓰레기통처럼 느낄 수도 있을 테니까요. 저는 원래 힘들면 혼자 해결하려는 성격인데, 이 문장을 읽고 처음으로 “외로운 감정을 꼭 사람과 나눌 필요는 없구나”라는 생각을 하게 된 것 같습니다.
돌이켜보니 무의식적으로 그랬던 경험이 있더라고요. 예를 들어 저는 바다를 너무 좋아해서 꼭 한 번씩은 바닷가에 가요. 다른 데 여행은 안 가도 바다는 가거든요. 가서 아무것도 안 하고 그냥 바다만 보고 돌아올 때도 많아요. 그게 지금은 의식적으로 생각을 할 수 있는 거 같기도 하고요.
월든이라는 책, 정말 좋은 것 같아요. 꼭 한번 읽어보셨으면 합니다. 사실 오늘 하고 싶은 이야기는 여기까지인데, 마지막으로 남기고 싶은 게 있어서 이렇게 마무리를 해볼까 해요.
책을 읽다 보면 이런 질문이 나오거든요. 함께 나눠보고 싶었어요.
“사람은 그 무엇에 가장 가까이 살고 싶어 한다고 생각합니까? 많은 사람들 가운데는 분명 아닐 겁니다.”
이게 사실 독자한테 직접 던지는 질문은 아니고, 어떤 사람과 대화하는 장면에서 나오는 문장인데, 이상하게 저한테 던지는 말처럼 느껴지더라고요.
여러분은 무엇에 가장 가까이 살고 싶으신가요? 저는 이 질문 자체를 처음 들어본 것 같아요. 작가님이 저한테 던진 건 아니지만, 제 스스로 저한테 묻는 느낌이 들어서 좋았습니다.
혹시 여러분은 이런 질문받아보신 적 있으신가요? 저는 처음이라 그런지, 지금 이렇게 기록하면서도 여전히 많은 생각이 들어요. 사실 ‘내가 어떤 것에 가까이 살고 싶어 하는 사람인지’ 진지하게 생각해 본 적이 없더라고요. 시간이 걸리겠지만, 한번 찾아보려고 합니다.
외로움과 고독 이야기를 나누면서, 마지막은 물음표로 남기고 싶어요. 오늘은 물음표로 끝내겠습니다. 정말 모르겠거든요.
근데 이 질문, 참 좋은 질문 아닌가요? 건강한 질문 같아서 기분이 좋아집니다. 앞으로도 계속 곱씹어봐야 할 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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