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커먼 담벼락 밑에서도 기어코 빛을 찾는 사람

폭싹 닮았수다

by 홍시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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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한 주도 잘 지내셨나요?

잘 지내셨길 바랍니다.


여러분, 혹시 〈폭싹 속았수다〉 라는 드라마 보셨나요?

이 드라마가 처음 나왔을 때 몇 화를 보다가 저는 도중에 하차했어요.

왜 그런지 한동안은 잘 몰랐는데, ‘내가 공감이 안 되는 건가?’ 하는 생각만 들었죠.


그때 저는 드라마나 영화, 음악 같은 콘텐츠를 통해 사람들이 어떤 것에 공감하고 끌리는지를 공부하던 시기였어요.

제가 하고 싶었던 일, 또 해야 한다고 생각한 음악에도 꼭 필요한 부분이었거든요.

그래서 이 드라마를 보려 했던 이유는, 많은 사람들이 왜 감동받았는지가 궁금했기 때문이에요.

그리고 그런 마음을 제 음악에도 담고 싶었어요.


하지만 지금 다시 이 드라마를 보고 있는 이유는 조금 달라요.

이제는 그 감정의 주체에 ‘나 자신’이 포함되어 있다는 점이 다르죠.

사람들이 느꼈던 감정을 단순히 궁금해하는 게 아니라,

저 역시 이 드라마를 보며 따뜻함을 느끼고 힐링받고 싶어 졌어요.


보다가 8화의 한 내레이션 대사가 귀에 박혔어요.

잠시 멈춰 그 대사를 적었죠.


“엄마는 시커먼 담벼락 밑에서도 해를 찾아 고개를 든 풀꽃 같았다.

기어코 빛을 찾는 사람이었다.”


그때부터 풀꽃이 궁금해졌어요.

인터넷에 “풀꽃의 특징”, “풀꽃이 햇빛을 찾는 방법” 같은 키워드를 잔뜩 검색했죠.

그런데 대부분 “햇빛이 없으면 시든다”, “죽는다”는 말뿐이었어요.

풀꽃 종류가 워낙 많으니까 그러려니 했죠.


그래서 키워드를 바꿨습니다. “풀꽃의 강한 생명력.”

그러자 이런 문장이 나왔어요.


“풀꽃의 강한 생명력은 척박한 환경에서도 잘 자라고 끈질기게 되살아나는 특징으로 나타납니다.”


그러다 문득 생각했어요.

‘내가 왜 이렇게 찾아보고 있는 걸까?’

극 중 엄마의 모습으로 표현된 풀꽃의 확신을 받고 싶어서였을까?

아마 ‘풀꽃은 강하다, 그런 존재이고 싶다’는 마음이 있었던 것 같아요.


그때 깨달았어요.

같은 작품이라도 내가 어떤 시기에, 어떤 마음으로 보느냐에 따라 전혀 다르게 느껴진다는 걸요.


영화 〈이터널 선샤인〉 아시죠?

대학생 때 처음 봤을 땐 집중도 안 되고 중간에 꺼버렸어요.

그런데 지금은 제 인생 영화가 되어버렸어요.

그땐 이해하지 못했던 장면과 대사들이 지금은 너무 깊이 와닿거든요.


드라마든 영화든, 아니면 풀꽃이든

결국 제게는 ‘공감’이라는 단어로 이어졌어요.


그 내레이션 문장이 그냥 스쳐 지나갔을 수도 있었는데,

지금은 그 문장 하나가 저를 멈춰 세웠어요.


풀꽃이라는 작은 존재가 이렇게 크게 다가온 건,

아마 저도 그 드라마 속 어머니처럼

시커먼 담벼락 밑에서도 빛을 찾아 고개를 드는 사람이고 싶어서일지도 모르겠어요.


그리고 누군가에게 그런 존재로 남고 싶은 마음.

결국 공감이라는 건,

그 장면이나 문장 속에서 내가 느낀 생각과 감정이 비칠 때 생기는 것 같아요.


여러분은 오늘,

어떤 영화나 드라마의 장면 속에서 여러분의 마음을 찾으셨나요?

어떤 대사에서 또 다른 ‘나’를 마주하고 있으신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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