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정 갤러리의, Mr.Lee

10부 돌아가는 길

by 만두콩

은빛 물결은 점차 사라지고, 갤러리 안은 고요한 숨결만 남았다. 벽에 걸린 수많은 그림들이 이제는 서로의 색을 감싸듯 은은하게 빛나고 있었다. 그 어떤 색도 더 이상 무겁지 않았고, 고통과 사랑이 구분되지 않는 듯 하나로 어우러져 있었다.


나는 그림들 사이에 서 있었다. 한동안 눈을 감은 채 숨을 고르자, 내 안에 남아 있던 어지러운 소음이 조금씩 잦아들었다. 그리고 마침내, 가슴 깊은 곳에서 아주 작지만 분명한 평화가 피어났다.


그때, 갤러리의 저편에서 빛이 번졌다. 처음 내가 들어왔던 그 문이었다. 오래된 골목에서 보았던 것처럼, 허공에 놓인 문은 다시금 은빛 광채를 흘리고 있었다. 문틈 사이로 흘러나오는 빛은 따스했고, 마치 돌아가야 할 시간을 알려주는 듯했다.


나는 천천히 그 문을 향해 걸음을 옮겼다. 그러나 몇 걸음 가지 못하고 멈춰 섰다. 발끝이 떨어지지 않았다. 뒤를 돌아보자, 미스터 Lee가 서 있었다. 여전히 여섯 살 남자아이의 모습, 그러나 그의 가면에는 이미 금이 깊게 번져 있었다.


나는 목구멍이 막힌 듯 숨을 삼켰다.

“.... 당신은, 이제 어떻게 되는 거예요?”


아이의 작은 체구가 아주 고요히 흔들렸다. 그는 잠시 대답하지 않다가, 낮게 입을 열었다.

“저는 제 이야기가 없어요. 저는 이곳에 남겨진 이야기들로만 이루어져 있으니까요. 누군가의 고백이 제 숨결이고, 누군가의 눈물이 제 심장이에요. 그래서 제가 언제까지 여기에 있을 수 있을지는... 저도 알 수 없어요.”


나는 다급하게 고개를 저었다.

“하지만... 당신도 목소리를 가지고 있잖아요. 당신은 그냥 다른 사람의 그림자가 아니에요. 당신은... 나를 붙잡아 준 사람이에요. 나를 살게 한 목소리예요.”


그 순간, 아이의 가면에 다시금 금이 번졌다. 균열은 더 깊어졌고, 그 안쪽에서 은은한 빛이 새어 나왔다.


아이의 목소리가 떨렸다.

“당신이 그렇게 말해주니... 이상하게도 지금은, 정말 제가 살아 있는 것 같아요. 누군가의 이야기가 아닌, 제 목소리로... 제 존재로.”


나는 눈물이 차올라 그의 앞에 무릎을 꿇었다.

“그렇다면 잊지 않을게요. 내가 떠나도, 나는 당신을 기억할 거예요. 이곳이 꿈이든 현실이든, 상관없어요. 나는 분명히 당신과 만났고, 당신의 손을 잡았고, 당신의 목소리를 들었어요. 그건 내 안에서 영원히 남을 거예요.”


아이의 작은 손이 내 뺨에 닿았다. 손끝은 여전히 차가웠지만, 그 안에서 은근한 온기가 번졌다.

“그 말이면 충분해요. 저는 기억 속에서 살아가는 존재니까요. 당신이 저를 기억한다면, 저는 사라지지 않아요.”


나는 아이의 손등에 입술을 살짝 대었다. 그리고 떨리는 목소리로 속삭였다.

.... 고마워요. 나를 구해줘서.”


아이의 가면이 고요히 끄덕였다. 그리고 가면에 마지막 균열이 달렸다. 균열 사이로 은빛 눈물이 흘러내리듯 빛이 떨어졌다. 그 빛은 바닥에 스며들어 갤러리 전체를 은은히 감쌌다.


갤러리의 벽이 고요히 숨을 내쉬었다. 그림들이 하나같이 빛나며 서로의 색을 감싸 안았다. 그리고 마침내, 공간 전체가 은빛 물결에 잠기듯 잔잔히 흔들렸다.


“이제 가세요.”

아이의 목소리가 빛 속에 번졌다.

“당신은 혼자가 아니에요. 당신이 남긴 색이 당신과 함께할 거예요. 그리고 언젠가 다시 만나게 될 거예요.”


나는 떨리는 발걸음으로 문 앞에 섰다. 마지막으로 뒤를 돌아보았다. 아이는 여전히 그 자리에 서 있었다. 가면은 이미 균열로 가득했지만, 그 안에서 흘러나오는 빛은 너무도 따스했다.


나는 눈물이 흐르는 얼굴로 미소를 지었다.

“안녕히 계세요, 미스터 Lee. 아니... 안녕, 내 목소리.”


그리고 문을 열었다.


눈부신 빛이 한순간 세상을 가득 채웠다. 바람이 불었고, 은빛 파편이 내 어깨와 머리카락에 흩날렸다. 나는 그 속으로 천천히 걸어 들어갔다.


... 그리고 다시 눈을 떴을 때, 나는 차가운 골목에 서 있었다. 밤바람이 얼굴을 스쳤다. 문은 사라져 있었지만, 내 손에는 여전히 작은 손수건이 쥐어져 있었다. 푸른 자수는 은은히 빛나고 있었다.


나는 하늘을 올려다보았다. 까만 밤하늘에 수많은 별들이 반짝이고 있었다. 그 빛은 작고 희미했지만, 서로를 비추며 하늘을 가득 채우고 있었다. 나는 알았다. 내가 남긴 색도 저 별빛처럼, 결코 사라지지 않을 것임을.


나는 손수건을 가슴에 꼭 눌러 안으며 눈을 감았다. 눈물은 여전히 흘렀지만, 그 눈물은 더 이상 나를 무너뜨리지 않았다. 그것은 사랑의 색으로 변해 내 안에서 빛나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