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덟 번째 글쓰기
나의 가치는 나의 쓸모다.
조직에서 나는 쓸모 있는 사람이었을까. 혼자 일하면서 얻게 된 것 중에 하나는 자유다.
그리고 철저히 나의 쓸모가 정말 쓸모가 있는지를 점검하게 되었다는 것.
집에 들어오는 길, 문득 23년간 조직에서 일해온 나는 누구인가를 생각해 보았다.
예전엔 퇴근하고 집에 올 때 뭔가 시간에 나를 철저하게 뺏긴 것 같은 기분이었다.
오랜 시간 일을 해왔지만 하루하루 살아내느라 남는 게 하나도 없다고 생각했다.
그게 아니었다. 돈으로 환산할 수 없는, '혼자 일해도 괜찮다'는 깨달음이었다.
그리고 누구와 일하든 내게도 가능성이 있다는 믿음이 생겼다.
회사에 있을 때는 주어진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다고 생각했다.
매출이 적으면 언제든 쿨하게 짐을 싸야지라고 생각했다.
부러 짐도 많이 두지 않았다.
치고 올라오는 팀원들에게 언제든 자리를 내줘야지 라고 생각했다.
온갖 감정이 오가도 포커페이스를 잘해야지 다짐했다.
마흔 중반, 회사를 나왔다.
혼자 기획하고 혼자 실행하고 혼자 유통하고 혼자 홍보하면서 깨닫게 된 것이 있다.
내가 움직이지 않으면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는다는 사실이다.
나의 한계는 분명히 보인다. 하지 못하는 일에 최선을 다하는 것이 아니라
할 수 있는 일의 가짓수를 최대한 늘여가는 것이 지금 나의 목표다.
오늘은 공들여 만든 프로젝트가 지원을 받았다는 연락을 받았다.
'가장 소중한 내 일'을 잘하고 있다는 응원을 받은 듯하다.
오늘은 나의 쓸모,
내 일의 지속가능성을 기록한다.
글쓰기는 오늘을 기억하고, 내일을 걷게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