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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실버라이닝 Jun 02. 2024

늘 업앤다운한다면

아홉 번째 글쓰기

내 마음 상태는 어떨까. 늘 주름 잡혀 있다가 당겨졌다가 팽팽하다가 업앤다운을 반복한다면?

어제 서점에 갔다가 우연히 발견한 한 문장을 보고 마음이 털썩 내려앉았다.


상처받기 쉽다는 것은 살아 있다는 것이다


누구에게도 민폐 끼치지 말고 살자는 게 내 삶의 철학이다. 상대에게 상처주지 않고 좋은 관계, 좋은 사람이 되고 싶었다. 그러나 의도하지 않게 가장 가까운 사람에게 상처를 받기도 하고 주기도 했다. 어쩌면 '좋은 사람'이 되고 싶다는 것 자체가 함정일 수도 있다.


무엇이든지 완벽해야 한다는 것, 잘해야 한다는 강박이 감옥이 되기도 했다. 못하거나 뒤떨어지거나 해도 세상이 망하지 않는다는 걸 마흔이 넘어서야 알았다. 앞만 보고 가느라 바람이 불어도, 비가 와도, 그걸 누릴 여유가 없었다.


늘 열심히 하는데 인정받지 못한다고 생각했고, 팀장이 제대로 조율을 해주지 않아서 프로젝트 진행이 늦어졌다고 생각하던 부끄러운 시절이었다. 인정받지 못해 안달이었고 그 안달 때문에 늘 불안하고 아팠다.  나의 부족함을 인정하기엔 어렸다. 늘 업앤다운하느라 팀 분위기도 날이 선 상태였으니 무얼 해도 힘들었다.

야근을 하고 아침에 집을 나서다가 지하철 계단에서 넘어져 손을 다쳤다. 핸드폰을 쥐고 있던 손을 다쳤고 네번째 손가락이 부러져 며칠 입원을 했다. 마음이 산란해서 다친 거였다.


건강하지 못한 마음이 몸을 다치게 한다. 기분에 휩쓸리지 않는 것이 프로라는 걸 중년이 되어서야 깨닫는다. 잘하는 것도, 못하는 것도 나임을 인정할 수 있는 여유가 제일 필요한 것임을 되새김질해본다.

삶을 대하는 태도가 나를 바꾼다. 종종대는 것이 아니라 바람이 불어오면 창문을 열고 바람을 온몸으로 받아들이는 여유가 필요하다.


어제 로켓배송으로 루페를 샀다. 일종의 돋보기인데 작은 꽃 하나, 잎 하나를 들여다보면 평소에 보지 못했던 또다른 세상이 보인다. 꽃송이 하나에 또다른 꽃이 들어있고 잎맥 하나에 또다른 우주가 보인다.

아이와 함께 그 우주를 보러 갈 예정이다. 나보다는 더 아름다운 세상을 고요히, 조용히 오래 들여다보기를. 내 삶의 기록을 써보며 나 역시 더 좋은 세상, 더 넓은 우주를 만나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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